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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창간 19돌을 맞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진행된 <오마이뉴스> 창간 19주년 인터뷰에서 최근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탄핵 부정'에 대해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발언"이라며 "국회의원 234명이 찬성하고, 헌법재판소 전원이 결정한 탄핵을 부정하는 건 망발 이전에 기본 소양이 안 돼 있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문 의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5.18 망언에 대해 "역사가 거꾸로 가도록 하는 것도 분수가 있지, 그런 망언이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5.18 민주화 운동은 역사적,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며, 정치에도 선을 지키는 예의가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5.18 망언과 관련 3명 의원의 제명 처리에 대해 "혼자서 처리한다면 제명을 했으면 좋겠지만,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국회 윤리특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3월 15일로 법정시한이 임박한 선거제 개혁에 대해 문 의장은 "의견 접근이 상당히 됐다고 알고 있다"면서 "국민 동의와 세비 동결 등을 전제로 330석 정도가 맞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회 개점휴업 상태와 관련해선 "싸움을 해도 국회를 열어놓고 해야 한다"면서도 제도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문 의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촛불을 제도화 하지 못해... 사법개혁이 됐냐? 재벌개혁이 됐냐?"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창간 19돌을 맞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지난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 당시 "이게 국회냐", "분노한 국민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올까 두렵다"고 했다.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궁금하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이마에 주름이 확 잡히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비유법이다. 촛불민심이 '이게 나라냐' 아니었나. 그 민심이 국회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말이다. 너무 당연한 거다. 생각을 봐라, 촛불 민심의 가장 중요한 대목인 제도화를 한 건도 하지 못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의 분리 같은 사법 개혁이 됐나? 재벌개혁이 됐나? 상법 하나 개정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을 법률로 제도화해야 하는데, 국회가 그걸 하나도 안 했다. 그리고 민생법안은 수두룩하다. '이게 국회냐!'는 그래서 한 말이다."

- 5.18 망언도 국회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국회가 할 일을 다 하면 그런 망언이 나올 겨를이 어디 있겠나. 그런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이게. 역사를 거꾸로 가도록 하는 것도 분수가 있지. 5.18 민주화 운동은 역사적,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정치에도 선을 지키는 예의가 필요하다."

- 5.18 망언 국회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1991년부터 20대 국회까지 발의된 징계안은 224건에 이르지만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1건에 불과했다.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보나.
"혼자 내 맘대로 처리한다면 제명을 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절차가 있으니까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 28일 다시 윤리특위 여야 간사들이 회동을 가져 상정 안건을 확정한다고 들었다. 그동안 국회 윤리특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 윤리특위 제도 개선도 국회개혁입법 목록에 올라가 있다. 현재 윤리특위가 징계안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본회의에 회부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3개월 내 미 처리시 자동 상정 하는 개혁 법안이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현재 국회가 멈춰있다 . 특정 거대 정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 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국회선진화법(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강행처리나 직권상정을 제한하기 위해 제정된 국회법 개정안.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이상(180석)이 동의해야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진화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진화법 때문에 모든 것이 멈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패스트트랙 요건을 개선하는 등 선진화법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진화법을 만든 취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선진화법을 만들 당시 국회는 눈뜨고는 못 볼 목불인견(目不忍見) 장면이 많아 동물국회라는 말까지 들었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선진화법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싸움을 해도 국회는 열어놓고 싸워야 한다."

- 20대 국회의 숙명으로 '협치'를 강조하며 여야 5선 이상 의원 모임인 '이금회'와 5당 대표 모임 '초월회'를 진행했다. 그런 노력에도 여전히 국회는 답답한 상황이다.
"나는 거꾸로 해석한다. 그나마 그게 있어서 협치를 기대라도 할 수 있게 됐다. 모든 협치의 기본은 만남이다. 만나야 대화가 되고 역지사지가 된다. 모든 협상에 대화가 기본이고 대화는 만남에서 비롯된다. 만남이 많다는 것은 그동안 축적된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거다. 당장에 결과가 눈에 띄는 게 없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미진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된 것도 많다. 사법개혁은 물론 선거제도도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한미방위비 분담금 부분도 '이금회'를 통해 조율이 됐다."

"선거제 개혁, 국민적 동의 전제로 10% 의석 늘리는 데 의견 접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창간 19돌을 맞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이 답보상태다. 여당은 300석을 이야기하고, 일부 야당은 330석을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조정돼야 한다고 보는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안을 3월 15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시일이 촉박하지만 의견 접근이 상당이 됐다고 본다. 330명으로 절충 여지가 생긴 것 아닌가. 내가 맨 처음 낸 안이 330석이었다. 만일 국민적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세비 동결 등으로 비용이 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의원 수 10%를 늘리자는 것이다."

- 의장은 취임사는 물론이고, 각종 입장 발표 때마다 촛불 정신을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야권 인사들로부터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그건 정말...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발언이다. 역사를 말로 부인한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4.19혁명, 3.1독립운동을 부인할 것이다. 그건 팩트 아니냐. 대한민국 국회의 3분의 2가 200명인데, 234명이 찬성해 탄핵이 결정됐다.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됐다. 그리고 연인원 1700만 명이 촛불 하나 딱 들고, 쓰레기 하나 안 남기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그 일을 해낸 것 아닌가.

전 세계가 경외감을 가지고 우리나라 민주주의 성숙성에 대해서 누구든지 이야기한다. 경제적 발전보다 오히려 민주주의 성숙함을 더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걸 부정해?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럼? (목소리 높임) 자기네 구성원 상당수가 그렇게 해놓고 자기 부정을 하나? 망발 이전에 기본 소양이 안 돼 있는 거다."

- <오마이뉴스>가 창간 19주년을 맞았다. 덕담 한마디 부탁드린다.
"<오마이뉴스>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언론의 예령(豫令)을 울렸다고 할까? 최초의 종을 흔들었다. 그때 <오마이뉴스>는 어떤 의미에서 당시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양심 있는 자들의 표상 같았다. 지금도 꼭 그런가? 자문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1인 1매체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창간 슬로건은 이제 세계 시민 모두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오마이뉴스>가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바른 언론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원한다."
 
문희상 의장의 '초심' 일깨우는 특별한 카드 문희상 국회의장이 취임 직후 국회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받은 카드. '문희상 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당시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준 분홍색 대형 카드는 문 의장의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져 있다. 문 의장은 초심을 찾고 싶을 때마다 이 카드를 다시 펼쳐보곤 한다고 귀띔했다. ⓒ 남소연
 
'문희상 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특별한 카드 문희상 국회의장이 취임 직후 국회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받은 카드. 당시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준 분홍색 대형 카드는 문 의장의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져 있다. 문 의장은 초심을 찾고 싶을 때마다 이 카드를 다시 펼쳐보곤 한다고 귀띔했다. ⓒ 남소연
   
☞ 문희상 국회의장 인터뷰 2편 <"일본 총리의 진정한 사과, 그게 바로 김복동 할머니가 원했던 것">( http://omn.kr/1hhr8 )으로 이어집니다.
 
태그:#문희상, #탄핵부정, #촛불,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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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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