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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 동영상을 본 적 있으며, 당시 국회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이를 언급하며 임명을 만류한 적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튿날인 28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머리 맞댄 황교안-나경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 동영상을 본 적 있으며, 당시 국회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이를 언급하며 임명을 만류한 적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튿날인 28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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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재특검'해야 한다는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다." (3월 27일)
"그동안 주장했던 많은 의혹들에 대한 사건도 같이 특검하자. 특히 드루킹 불법대선 특검." (3월 26일)
"실질적으로 드루킹 특검은 반쪽짜리였다. 지금 이 상태만으로도 상당한 사유가 있다." (3월 25일)


자유한국당(한국당)이 연일 '드루킹 재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동안 '드루킹 재특검'을 요구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드루킹 재특검 받으면 김학의 특검도 받겠다"라는 '딜'까지 제안했다.

여기에 28일에는 황교안 대표까지 가세했다. 황 대표는 이날 한국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드루킹 사건도 재특검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드루킹 재특검'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 2월 20일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및 김경수 드루킹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김경수 특검은 유일하게 기간이 연장되지 않은 특검이다, 한마디로 반쪽 특검"이라며 "온전한 특검을 위해서 한국당은 다시 한 번 김경수 특검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관련 기사 : 또 '특검' 추진... 나경원 "김경수 재특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주장하는 '김경수 재특검'은 과연 가능한 걸까. 그리고 필요한 걸까.  

[쟁점①] 드루킹 재특검은 가능한가

한국당이 드루킹 재특검을 주장하면서 들었던 주요 근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난 1심 판결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죄를 선고 받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수사 기한이 연장되지 않았다'이다. 기한이 연장되지 않은 '유일한 특검'이기 때문에, 특검법을 다시 발의해서라도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

우선 '수사 기한이 연장되지 않은 유일한 특검'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앞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의 기한이 연장되지 않은 바 있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연장을 불허했다.

황교안 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 "제가 볼 땐 수사가 다 끝났으니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고 봐서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직권을 남용해 특검 수사 연장을 불허하는 업무방해를 했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박정희 생가에서 나온 황교안의 뜻밖의 발언... 스스로 범죄 인정?)

드루킹 특검에 앞서 연장이 거부된 특검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 2012년 내곡동 특검, 2016년 국정농단 특검 등 3번이 있었다. 또한 드루킹 특검은 연장이 불허된 게 아니라 연장 신청을 스스로 포기한 특검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사실 수사 기한 연장의 유무는 재특검 여부와 관계없다. 상설특검법이든, 개별특검법이든, 앞선 특검의 수사 기한과 관련해 특검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은 없다. 그렇다면 이미 한 번 특검을 구성해 수사한 사안에 대해 다시 특검팀을 출범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역시 특별한 조항이 없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수사 대상을 ▲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으므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동시에 '전례'도 없다. 결국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 셈이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나경원 원내대표가 '김학의 특검'을 '드루킹 재특검'과 맞바꾸자며 물타기까지 시도하고 있다"라며 한국당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쟁점②] 드루킹 재특검은 필요한가
 
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8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8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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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앞서 박근혜-최순실 특검의 수사 연장이 불허되자, 수사기한을 70일에서 120일로 50일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고, 결국 박영수 특검팀은 2017년 2월 28일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윤호중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특검을 마치면 새 정부는 재특검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라며 황교안 당시 총리의 결정을 비판한 바 있다.

"새 정부는 재특검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언급은, 민주당 역시 수사가 미진한 경우 재특검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한 번 수사했기 때문에'라는 이유만으로는 다시 특검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결국, 드루킹 재특검이 정국의 현안이 될 경우, 앞서 허익범 특검팀의 수사가 미진했는지에 대해서 여야 공방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일단, 허익범 특검팀이 자체적으로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건 한국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허익범 특검팀은 '유일하게'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은 특검팀이었다. 박상융 당시 특검보는 "그동안 진상 규명의 정도와 증거 수집, 수사 진행 필요성 등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라며 "특검은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한 정도는 아니라고 봐 수사 기간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수사 동력 잃은 드루킹 특검, 역대 처음으로 연장 포기).

강병원 원내대변인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전화에서 "허익범 특검은 스스로 수사 기한 연장을 포기한 최초의 특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특검에서 전부 법원으로 넘겨서 1심 유죄 판결이 나왔고, 이를 두고 2심을 진행 중인 사안을 두고 다시 특검을 하자는 건 맞지 않는 말"이라며 "국민적 의혹이 대두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이 황교안‧곽상도 등에게까지 번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의도로 '드루킹 재특검'을 제안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판사 출신이자 정의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서기호 변호사는 '드루킹 재특검' 요구에 대해 "현재 한국당이 주장하는 '드루킹 재특검'은 정치적 '맞불' 성격의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서 변호사는 "1심 판결만 가지고 재특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항소심 등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라며 "확정 판결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재특검을 하자는 건 말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지난 수사가 미진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초기 수사가 굉장히 미진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할 빌미를 제공했다"라며 "드루킹 특검이 진행되는 가운데 고 노회찬 의원이 돌아가시는 등,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연장이 됐어야 했는데 정리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이 허익범 특검이 수사 기한 연장을 포기한 것을 빌미로 삼고 있지만, 당시 여론의 압박 등 정치적 부담 때문에 연장을 포기한 것"이라며 "충분히 더 다시 논의해봐야 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당에서 과거 모든 사건들을 다시 조사하자고 하는데, 그러면 가장 최근 사건인 '드루킹 사건'도 재특검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태그:#김경수, #드루킹,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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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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