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전 한국여자컬링팀 대표선수들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화제가 된 김경두 감독 등 지도자들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전 한국여자컬링팀 대표선수들이 지난 2018년 11월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화제가 된 김경두 감독 등 지도자들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전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킴'(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의 폭로 내용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발표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직무대행이 팀킴 선수들의 상금을 횡령한 액수는 무려 9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앞서 '팀킴'은 지난 2018년 11월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회장 직무대행 일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문체부, 여자컬링 특별감사 결과 발표... 인권침해 등 사실로 확인
 
'팀킴' 감사 결과 발표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상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선수 호소문 계기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팀킴' 감사 결과 발표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상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선수 호소문 계기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 선수 호소문 계기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8일 팀킴 선수들은 호소문을 통해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회장 직무대행, 김민정 전 경상북도체육회 여자컬링 대표팀 감독, 장반석 전 경상북도체육회 믹스더블 감독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11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약 5주간 경상북도체육회 등과 합동감사를 실시했다.
 
문체부 감사반은 팀킴 선수들이 주장했던 폭언과 갑질, 상금 횡령 등이 모두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해 감사반은 "김 전 회장 일가로 남녀 선수들에게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했던 것은 모두 사실이며 다만 구체적인 욕설의 빈도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아울러 감사반은 지도자들이 여자선수들뿐만 아니라 남자 선수들에게도 폭언과 욕설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관광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한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직무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7.6

지난 2018년 7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관광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한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직무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김민정 감독과 장반석 감독이 선수들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통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보낸 소포들을 선수들이 보기 전에 먼저 열어 확인해 보거나 특정 선수를 훈련에 배제시켰던 행위들도 모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지도자 자질 문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날 문체부는 "김민정, 장반석 감독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외국인 코치와 경북체육회 컬링팀 선수들로부터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장반석 감독은 행정 업무에 치중하는 등 훈련 스케줄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도자들을 관리해야 할 경북체육회 역시 (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고 부연했다.
 
팀킴 선수들이 2015년 이후 출전했던 국내외 대회의 상금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한 배경도 김 전 회장 대행 일가가 돈을 횡령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팀킴 선수들은 호소문 제출 당시 "2015년부터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상금 내역에 대해 (김 전 회장 대행 일가가) 선수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감사반은 조사 과정에서 지도자들이 총 9386만8천 원을 선수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도 포착했다. 또한 선수들의 숙박비와 대관료를 이중으로 정산한 부분도 확인됐다. 감사반에 따르면 지도자 가족들은 대한컬링연맹과 경북체육회에 이중으로 영수증을 제출했다. 또한 일비(교통비)를 별도로 지급 받았음에도 추가적으로 이용했던 택시비를 부당하게 정산하거나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했으며 액수는 약 1235만 원이었다.
 
연습 지켜보는 '안경 선배' 13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자일반부 결승전에서 '팀킴' 경북체육회 김은정이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습 지켜보는 '안경 선배' 지난 13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자일반부 결승전에서 '팀킴' 경북체육회 김은정이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경북체육회 남자컬링팀이 사용한 모텔비 외상대금 지급을 여자팀과 믹스더블팀이 국가대표가 되고 난 이후 촌외훈련비(총 432만 원)로 집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밖에 믹스더블팀 지도자가 경상북도체육회에서 실비로 지급한 숙소관리비 일부를 선수들에게 부담(약 54만 원)시키거나, 선수들이 외부에서 강습을 하고 지급받은 강의료(약 137만 원)를 컬링연맹에 돌려줘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지도자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하게 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런 식으로 지도자 일가가 국고보조금과 경상북도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금액은 약 1900만 원이었다.
 
친인척 부당 채용·의성컬링장 사유화... 문체부, 수사 의뢰 예정

이외에도 지도자 가족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친인척을 전력분석관으로 부당하게 채용하거나, 선수들의 훈련장인 의성컬링장을 사유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회장 직무대행의 사위인 믹스더블팀 지도자는 2014년 트레이너 채용 계획 보고 등 행정적 절차와 근거 없이 경상북도 체육회 컬링팀 트레이너로 경상북도 체육회와 채용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반은 이를 토대로 볼 때 "(김경두 일가가) 경북체육회 컬링팀 자체를 사유화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체부는 팀킴 선수들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기에 감사 결과를 토대로 ▲ 수사의뢰 6건 ▲징계요구 28건 ▲ 주의 1건 ▲ 환수 4건 ▲ 기관경고(주의) 4건 ▲ 개선 7건 ▲ 권고 11건 ▲ 통보 1건 등 총 62건의 감사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감사반은 갑질 행위와 비리를 저지른 지도자 가족 3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으며, 관련 법률에 따라 향후 1개월간 감사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후 최종 결과를 관련기관인 경상북도와 대한체육회, 대한컬링경기연맹, 경상북도체육회에 모두 통보할 예정이다.
 
각 기관은 통보 내용에 따라 징계, 환수, 개선, 사법조치, 권고사항 이행 등,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을 조치하고 이행 결과를 문체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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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팀킴 컬링 김경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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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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