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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6촌 형님을 따라 대구에서 금은 세공기술을 배웠다. 방위병 근무를 하면서도 근무 날이 아닌 때는 세공공장에 출근해 돈을 벌어야 했다. 43년째 고향을 지키며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다. 함양군 금은방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경남 함양읍 함양로 1128 하약국 건물 1층 보옥당 임병택(65)씨의 이야기다.

그는 "내가 판 물건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건을 속이거나 바가지 씌워 팔아 본적도 없고 세공기술을 기초부터 제대로 배웠기 때문에 속아서 보석을 거래할 일도 없었다"는 그의 말에 신뢰가 묻어난다.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 당시 전 국민이 동참하다시피 한 금모으기 운동 때 함양지역 감정사로 활동했을 만큼 금을 포함한 보석 품질식별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1954년 수동면 서평마을에서 8남매의 넷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넉넉지 않은 살림인데다 부친마저 국민학교 4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중학교 진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국민학교 졸업 후 잠시 농사일을 돕다 6촌 형님이 일하는 대구의 세공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웠다. 당연히 월급은 없었다.

"그때는 몇 년 지나고 어느 정도 기술을 익혀 숙련공이 돼야 월급을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 초보들은 월급은커녕 다들 도시락 싸서 다니며 기술을 배우는 것을 당연시하던 시절이다. 세공공장뿐만 아니라 양장점, 구둣방 등 다 마찬가지였다"며 힘들게 기술을 배웠던 때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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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공으로 자리를 잡았을 무렵 군복무 소집 통지서가 나왔다. 1975년 군 복무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을 떠난 지 7년 만이다. 한 가정의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그로서는 현역병이 아닌 방위병(단기 사병) 소집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근무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3개월 남짓 병역의무를 하는 기간에도 함양의 세공공장에 취업해 돈을 벌었다. 방위병 복무를 마치고 시계방을 하던 지인의 가게에 금은방을 함께 하기로 하고 동업을 시작했다.

1976년 10월이다. 상호는 옥금당이었다. 하약국 맞은편 현재 편의점이 있는 건물이다. 4년 뒤 지금의 보옥당 바로 옆으로 가게를 옮기고 상호도 보옥당으로 바꿨다. 그 때부터 동업이 아닌 자신만의 독립된 금은방을 차렸다. 1986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한 지도 벌써 33년이 됐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세공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50년이 넘게 보석과 함께하고 있다. "많은 돈을 벌지 못했지만 결혼해서 두 딸을 대학까지 공부시켜 출가 시켰고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만족한다"고 했다. "내가 많이 벌면 다른 사람 벌이가 작아지는 것 아니냐"며 빙그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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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읍에는 한때 10개가 넘는 금은방이 성업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지금은 보옥당을 비롯한 4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IMF 금융위기가 오기 전 10여 년 동안은 금은방도 한창 성수기였다"며 "그때는 아내 외에도 시계수리기술자와 세공보조기사 등 직원을 두 명이나 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혼자 가게를 지킨다. 임씨가 다른 일로 보옥당을 비워야 할 때 아내는 가끔 가게를 봐주는 정도로 손님이 뜸해졌다. 2~3년 더 가게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놀기 삼아 문을 연다고 했다.

임병택씨는 함양시민연대 창설 멤버로 20년 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함양시민연대 공동대표를 거쳐 올해초부터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천주교 대표로 지리산댐백지화운동에 참여하면서 지금껏 활동하고 있다.

"금은방을 하는 동안 두 번이나 큰 도둑도 맞았고 시련도 있었지만 천주교 신자로서 그동안 부끄럽게 정직하게 산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그는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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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주간함양>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304- 보옥당 임병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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