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쩌다, 결혼>의 한 장면

영화 <어쩌다, 결혼>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요즘 세대들의 결혼관에 대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 극장가에 코미디는 가끔이라도 등장했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최근 들어 가뭄에 콩 나듯 보기 어려운 장르다.

영화 <어쩌다, 결혼>은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꼭 결혼해야 하는 성석(김동욱)과 가족들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찾고 싶은 해주(고성희)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3년간 위장 결혼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내용은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로맨스가 아니다. 영화는 둘이서 만들어가는 사랑보다는 각자의 현실적인 꿈과 사랑에 더 집중한다. 실제 결혼이 아닌 결혼하는 척만 해야 하는 두 남녀 주인공을 보다 보면, 기존 한국 영화의 로맨틱 코미디 공식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김의성, 염정아, 조우진... 그리고 정우성과 이정재 
 
 영화 <어쩌다, 결혼>의 한 장면

영화 <어쩌다, 결혼>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신선한 건 영화의 시나리오뿐이 아니다. 영화 한 편에서 절대로 함께 볼 수 없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점 또한 인상적이다. 엔딩크레디트를 장식한 배우들의 이름을 보다보면, 떡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비롯하여 최근까지 tvN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영화 <관상>, <부산행>, <창궐> 등에서 드라마에서 맹활약 중인 배우 김의성과 시청률 1위를 기록한 <SKY캐슬>의 염정아도 조연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tvN드라마 <도깨비>에서 비서역할과 영화 <국가부도의 날>, <마약왕> 등에서도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명품 조연으로 맹활약 중인 조우진도 함께했다. 이외에도 배우 이준혁, 유승목, 황보라, 김선영, 임예진, 손지현도 가세했다.

더 놀라운 건 카메오다. 두 명의 카메오가 있다. 정우성, 이정재다. 이 두 배우의 소속사가 이번 영화의 공동 제작사인데 적은 예산으로 고생하는 신인 감독과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주연 배우로 오랜 기간 활약해온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는 이번 <어쩌다, 결혼>에서 약 20년 만에 한 영화에 함께 등장하게 되었다.

물론 주인공들도 만만찮다. 남자 주인공인 성석 역의 김동욱은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김수홍 역으로 진가를 발휘한 배우다. 여자 주인공인 해주 역의 배우 고성희는 SBS드라마 <미스 마:복수의 여신>에서 서은지 역을 맡아 자신만의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공동감독 각각의 시선을 담은 영화
 
 영화 <어쩌다, 결혼>의 한 장면

영화 <어쩌다, 결혼>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이 작품이 특히 더 주목 받는 이유는 '공동연출'이기 때문이다. 충무로 역사상 공동 감독이 작품을 제작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여성 감독과 남성 감독이 각각 역할을 달리해 연출한 영화는 이것이 처음이다. 두 명의 공동감독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영화가 여자와 남자의 사연으로 나뉘어 흘러가기 때문이다.

박수진 감독이 주인공 해주의 시선을 그렸다. 극 중 해주는 계약직 체대 조교수로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한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가족들의 반복되는 결혼 압박이다. 영화는 요즘 여성들이 많이 겪고 있는 일반적인 고민거리를 잘 표현하는 등 관객의 공감 포인트를 잘 살렸다. 과거 잘나갔던 운동선수의 삶과 계약직 조교수가 겪을 법한 스트레스도 영화에 잘 녹여냈다.
 
박호찬 감독은 이런 해주와의 에피소드를 재밌게 끌어낼 캐릭터를 그렸다. 성석은 바람둥이에 철없고 생각도 없어 보이는 부잣집 도련님 캐릭터지만 애가 있는 이혼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와 행복한 미래를 꾸리기로 마음 먹은 그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그는 머리를 열심히 굴린 뒤 거짓 결혼을 하여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기로 결심한다. 여자 주인공 해주에 비해 성석의 캐릭터는 좀 과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르가 로맨스 코미디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다소 과한 설정의 성석의 캐릭터 덕에 영화의 흐름이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흘러가도, 받아들일 수는 있다.

두 감독은 각자의 시선으로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했지만 한 가지 접점은 있었다. 돈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이다. 영화 <어쩌다, 결혼>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 가족들의 결혼 압박과 돈의 제약 없이 행복을 누리고 싶은 해주, 그리고 위장 결혼으로 아버지에게 재산을 상속받아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성석. 이 두 남녀가 행복을 쫓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단은 바로 돈이다.

두 감독은 행복을 꿈꾸는 데 돈이 필수일까 아닐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를 끝까지 보다 보면,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성추행 의혹' 최일화 부분 편집 못 해   
 
 영화 <어쩌다, 결혼>의 한 장면

영화 <어쩌다, 결혼>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한편,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어쩌다 결혼>은 흥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변수' 하나를 안고 있다. 바로 주연 성석의 아버지가 배우 최일화라는 사실이다. 최일화는 철 없는 사고뭉치 아들 성석을 어떻게든 결혼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를 연기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2월 문화예술계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 당시, 과거 성추행 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고 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신과 함께> 등 몇몇 영화나 드라마들은 출연 배우들이 성폭력 의혹을 받자 재촬영을 진행하고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덜어내기도 했다. 이는 할리우드 또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쩌다 결혼> 제작사측은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재촬영이 불가능했음을 알렸다.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최일화씨 분량을 편집했지만,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주는 장면까진 편집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영화 흐름상 성석의 아버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성석이 위장 결혼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결혼>이 이야기의 힘으로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한 줄 평 : 두 남녀 공동 감독이 만들어 낸 새로운 장르의 로맨스 코미디
별점 : ★★★(3/5)

 
영화 <어쩌다, 결혼> 관련 정보
제목 : 어쩌다, 결혼
감독 : 박호찬, 박수진
출연 : 김동욱, 고성희, 황보라, 김의성 외
제작 : BA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 CGV아트하우스
개봉 : 2019년 2월 27일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 87분
 
어쩌다결혼 카메오 이정재 정우성 최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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