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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걸궁 와수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제주도에서 놀이 잔치가 열렸다. 사진은 2월 18일 제주도청 앞에서 전야제가 시작될 때의 모습이다.
▲ <달맞이 걸궁 와수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제주도에서 놀이 잔치가 열렸다. 사진은 2월 18일 제주도청 앞에서 전야제가 시작될 때의 모습이다.
ⓒ 노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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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제주 난산리에서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기 위해서 한바탕 놀이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이 날 축제에는 60여 명 가까운 마을 주민들이 참석했다.

걸궁이란 제주도에서 음력 정월부터 2월까지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행하는 풍물굿을 의미한다. 1960년대 이후 거의 명맥을 잃었다. 시간이 지나, 2019년 마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달맞이 걸궁 와수다' 프로젝트가 기획됐다.

대보름 하루 전날인 18일에는 제주도청에서 전야제가 열렸다. 제2공항을 막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한숨 돌리고, 쉼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정월대보름을 맞아 제주도청에서 전야제가 진행되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서다. 사진은 <걸궁 와수다>에 놀러온 사람들과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정월대보름을 맞아 제주도청에서 전야제가 진행되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서다. 사진은 <걸궁 와수다>에 놀러온 사람들과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 김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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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제는 오후 6시 30분부터 제주도청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처음에는 세 사람이 제주도청과 맞은편에 있는 천막촌을 돌아다니면서 땅을 정화하고 마음을 경건히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맨 앞의 사람은 댓잎에 물을 적셔 뿌리고, 두 번째 사람은 향을 잡고 돌리고, 세 번째 사람은 정주를 울렸다. 필자는 처음 보는 행위였지만, 마음만은 경건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천막 앞에서는 난산리 주민을 위로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많은 이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았고, 누군가는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하였다. 천막촌과 제주도청 앞마당을 돌고 나서는 사람들이 탯줄이라는 긴 줄을 잡았다. 이때도 한 분이 돌아가면서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위로를 전했다. 그러고 난 뒤에는 세 분의 여성이 직접 손으로 빚어 막걸리를 담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고, 탯줄을 잡고 돌던 사람들은 막걸리를 한 잔씩 마셨다.

한 문장씩 마음의 소원을 담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필자는 "문화와 예술로 회복되는 관계"라고 얘기했다. 이후 첼로로 연주가 이어졌고, 함께 맞잡은 손으로 강강술래가 진행됐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난 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귀신같은 타이밍이었다. '하늘이 돕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달맞이 걸궁 와수다' 프로젝트로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필자는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사람들의 표정 속에 행복함이 가득했다.
 
<달맞이 걸궁 와수다> 2월 19일 제주도 난산리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사진은 본 무대에 앞서 풍물로 시작하는 모습.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달맞이 걸궁 와수다> 2월 19일 제주도 난산리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사진은 본 무대에 앞서 풍물로 시작하는 모습.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노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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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난산리에서 축제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제주 전역에 비소식이 예보되었는데, 오후 5시 난산리사무소에 도착해보니 비는 그친 상태였다. 오후 4시부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을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그리고 각 가정마다 안녕을 빌어주었다. 마을 주민들은 소원을 빌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이는,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넘어가는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문화와 예술이 사람들을 위로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풍물패 놀이가 시작됐다. 북과 장구 소리는 흥겨움을 더해 주었다. 공연을 하는 이들 모두가 즐거운 표정으로 놀이잔치를 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난산리 마을 주민들 역시 박수로 화답했고, 풍물패 사람들과 주민들은 한 마음이었다.

주민분들이 돌아가면서 난산리 마을의 이야기를 얘기해주는 시간도 있었다. 한 분은 난산리가 대대로 천년을 이어온 양반의 마을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4.3 때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꿋꿋이 마을을 지키면서 일으켜 왔다고 말씀하셨다.
 
<달맞이 걸궁 와수다> 2월 19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난산리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사진은 '방탕할망단'의 공연 모습.
▲ <달맞이 걸궁 와수다> 2월 19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난산리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사진은 "방탕할망단"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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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걸궁 와수다> 2월 19일. 정월대보름 날. 마을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풍물, 기타 공연, 첼로 공연, 강강술래 등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가 벌어진 것이다. 사진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을 주민의 모습이다.
▲ <달맞이 걸궁 와수다> 2월 19일. 정월대보름 날. 마을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풍물, 기타 공연, 첼로 공연, 강강술래 등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가 벌어진 것이다. 사진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을 주민의 모습이다.
ⓒ 노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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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첼로 연주와 기타 연주(마이웨이)가 콜라보로 진행되었다. 첼로 연주자는 노사연의 '만남'을 선보였다. 기타 연주자는 '제주도의푸른밤'과 '느영나영'을 연주했다. 이후에는 '방탕할망단'이라는 5명의 사람들이 무대로 올라와 공연했다. 이정현의 '와'를 부르며 춤추고, 각기 다른 의상과 춤 솜씨를 뽐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표정 연기는 예술이었다.
 
<달맞이 걸궁 와수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걸궁이 진행되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장면.
▲ <달맞이 걸궁 와수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걸궁이 진행되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장면.
ⓒ 노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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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시간이 잠시 멈춘 뒤에는 설문대할망 역할을 맡은 한 시민이 '설문대'가 아닌 '섬문제'라며 재치를 선보였다.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은 공감했다.

마지막 순서로는 난산리 마을이장님이 나와서 마을의 안녕을 빌고, '난산리 태평성대'라는 글귀를 종이에 적으셨다. 풍물 공연이 또 한바탕 일어났고, 모두가 밖으로 나가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며 마무리했다. 주민들의 표정에 행복함이 가득했다. 이 시간은 분명 마을분들에게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필자는 강강술래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그 강강술래. 실은 정월대보름에 이런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도 처음 경험해보았다. 풍물이 가지고 있는 힘은 위대했다. 문화와 예술이 얼마나 사람의 삶과 맞닿아 있는지, 얼마나 공동체와 맞닿아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달맞이 걸궁 와수다'에 참여한 모두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마을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난산리 마을공동체는 살아있는 공동체였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문화와 예술로 회복되는 공동체. 이 마을이 그렇게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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