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성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한 이언희 감독의 <탐정 리턴즈>와 임순레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2018 여성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한 이언희 감독의 <탐정 리턴즈>와 임순레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 CJ 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 및 주연은 증가했으나 장르 편중은 여전했다.

여성 감독 영화의 평균 관객 수는 59만 명으로 전년대비 28.8% 증가했고, 여성 주연 영화의 평균 관객 수는 57만 명으로 전년대비 41.4% 증가했다. 순제작비 30억 이상의 실사영화 39편 중 벡델테스트(영화 성평등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10편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8일 발표한 '2018 한국영화 결산'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국영화 성인지(性認知) 통계다. 이는 영화산업 내 성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한국 영화산업의 성불균형 현황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서 처음 시도됐다.
 
총제작비 10억 원 이상 또는 최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의 상업영화를 대상으로 최근 5년 (2014-2018년) 동안 핵심 창작인력의 여성 참여율과 여성 주연 영화의 관객 수 및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일단 영진위는 "2018년이 상업 여성 감독 영화에 있어 여러 모로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고 평가했다.
 
촬영은 남성 직종?
 
2018 여성감독 영화 흥행 1위는 코미디 이언희 감독의 <탐정: 리턴즈>였다. 최근 5년 간 여성이 감독한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관객 수 3백만 명을 넘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잔잔한 힐링 영화로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150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여성감독 흥행 2위였고, 흥행 3위인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은 여성 서사를 지지하는 관객 운동의 힘을 얻어 순익분기점을 넘겼다.
 
특히 <리틀 포레스트>와 <미쓰백>은 여성 감독의 여성 서사일 뿐만 아니라, 핵심 창작인력 과반수가 여성인 영화로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2014-2018년 한국 상업영화 핵심 창작인력 여성 참여율 2018년에는 여성 참여율이 촬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늘었다.

▲ 2014-2018년 한국 상업영화 핵심 창작인력 여성 참여율 2018년에는 여성 참여율이 촬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늘었다. ⓒ 영진위

 
여성이 참여한 영화는 예년 대비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상업영화 77편 중 핵심 창작 영역에 여성이 참여한 영화 편수는 감독 10편(13.0%), 제작자 15편(19.5%), 프로듀서 23편(29.9%), 주연 24편(31.2%), 각본 23편(29.9%)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감독과 주연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다만 촬영감독은 한 편도 없었다.
 
직종별로 비교해보면 각본, 프로듀서, 주연, 제작, 감독, 촬영 순서로 여성 참여율이 낮으며 모든 영역이 30% 이하였다. 2018년 주연의 여성 참여율은 30%를 넘으며 전년과 최근 5년 평균 모두와 비교해 가장 높은 증가를 보였다. 영진위는 최근 여성 서사를 지지하는 관객 운동의 부상이 산업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추정했다.
 
여성 참여율이 가장 낮은 촬영의 경우 최근 5년간 매년 1편씩이라도 꾸준히 증가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한 편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성의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곳이 됐다. 감독과 촬영은 여전히 남성의 직종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이 산업에 팽배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촬영의 경우 상업영화에는 0편(0%)이었지만 실제 개봉영화에서는 7편(3.6%)이었다. 7편 중 5편이 독립 다큐멘터리인데 <피의 연대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독 본인을 포함해 2-4인이 공동으로 촬영감독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는 특징을 보였다.
 
나머지 2편은 극영화로, 1편은 옴니버스 영화이고 다른 1편은 웹영화의 극장버전이다. 실제 개봉영화에서도 기획-개발부터 극장 개봉을 전제하고 제작된 장편 극영화에 여성 촬영감독이 참여한 영화는 없었다.
 
드라마에 편중, 액션, 전쟁, SF, 사극은 여성 취약
 
 2018년 대표적 여성 주연 영화 <국가부도의 날>, <도어락>

2018년 대표적 여성 주연 영화 <국가부도의 날>, <도어락> ⓒ CJ 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여성 참여 영화는 멜로나 로맨스 등의 장르에 편향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영화 제작의 핵심 영역의 여성 비율은 자본과 인력이 집중될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 감독이 참여한 영화 편수가 가장 높은 장르는 드라마 9편, 그 다음으로 다큐멘터리 7편, 코미디 4편, 멜로/로맨스 3편, 가족, 판타지,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각 1편순이었다.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액션, 전쟁, SF, 사극은 전무했다.
 
여성 주연의 경우도 여성 감독과 비슷했다. 드라마가 26편으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다큐멘터리 12편, 멜로/로맨스 10편,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가 각 3편씩, 코미디, 공포, 범죄가 각 2편,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이 각 1편씩이었다. 가족, 액션, 전쟁, SF, 사극은 여성 주연 영화가 전무했다. 장르에 성별성과 연관된 고정관념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8년 순제작비 30억 이상의 실사영화 39편 중 양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로 평가되는 벡델 테스트(▲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이 최소 2명 등장하는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남성에 대한 것 이외의 대화를 나누는가?)를 통과한 영화는 10편으로 25.6%를 차지했다. <국가부도의 날>, <도어락>, <마녀>, <상류사회>, <스윙키즈>, <완벽한 타인>, <인랑>, <치즈 인더 트랩>, <허스토리>, <협상> 등이다.
 
이들 중 <국가부도의 날>, <도어락>, <마녀>, <허스토리>, <협상>은 여성 배우가 크레디트 첫 번째에 올라오는 여성 주연 영화이며, <도어락>, <마녀>, <허스토리>는 주연 투톱 배우가 모두 여성인 영화다.
 
영진위는 벡델 테스트가 적어도 여성 등장인물이 남성 인물에 종속되지 않는 별도의 서사를 갖고 있는지를 검증해보는 테스트라는 점에서 이를 통과한 비율이 25.6%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영화 여성감독 성 인지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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