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나톨리아 문명사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아나톨리아 문명사박물관
 아나톨리아 문명사박물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나톨리아는 소아시아(Asia Minor)라고 불리는 에게해 동쪽지역을 말한다. 현재 터키의 아시아 지역이다. 터키는 서쪽 유럽에서 동쪽으로 진출하려는 세력과 동쪽 아시아에서 서쪽으로 진출하려는 세력이 만나는 장소였다. 그러므로 양 지역 문명세력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선사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터키의 역사는 아나톨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시대 터키의 역사는 유럽과의 관계 속에서 큰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그 접점에서 번성한 도시가 콘스탄티노플로 불리던 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오스만제국시대까지 터키의 수도였다. 그런데 1923년 터키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수도가 앙카라로 옮겨졌다. 그것은 아타튀르크(Atatürk)가 이끄는 터키민족운동이 1920년부터 앙카라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앙카라는 지리적으로 터키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행정, 산업,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해가고 있다.

 
기원전 14세기경 히타이트시대의 기념비석
 기원전 14세기경 히타이트시대의 기념비석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나톨리아 문명사박물관은 고고학박물관으로,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있다. 1921년 처음 문을 열었고, 1938-68년 대대적인 수리와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구석기시대부터 히타이트,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오스만터키시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신석기시대의 토기와 신상, 청동기시대의 동물상, 히타이트시대의 석조부조, 그리스시대 금세공품, 로마시대 유리제품 등이 문명사의 발전을 보여준다.

박물관은 한(Kurşunlu Han)과 베데스테니(Mahmut Pasha Bedesteni) 두 개의 큰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한 건물은 사무실, 연구실, 도서관, 회의실 등 행정사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 카라반사라이였던 베데스테니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건물 앞쪽 정원에 석조유물이 야외 전시되고 있다. 야외전시물은 대개 동물과 인물상으로 그리스 로마시대 것이 많다. 좀 더 오래된 것으로 기원전 14세기경 히타이트시대의 기념비석도 있다.

 
히타이트시대 청동제 사슴
 히타이트시대 청동제 사슴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히타이트는 기원전 17세기에 아나톨리아 중북부 지역에서 생겨났다. 15세기에서 13세기 사이 제국으로 불릴 정도로 강성해졌다. 이 시기 히타이트는 남쪽의 이집트 제국, 동쪽의 앗시리아 제국과 쟁패를 벌였다. 히타이트가 카데쉬(Kadesh)에서 이집트와 쟁패를 벌인 후 기원전 1274년에 맺은 평화조약문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히타이트가 이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철기문화를 발전시켰고, 동서교통로상의 요충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키 고대문명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유물
 
현관의 두 마리 사자상
 현관의 두 마리 사자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문명사박물관으로 들어가면 현관에서 두 마리의 사자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기원전 10-9세기 히타이트 왕궁의 문을 지키던 사자상이다. 사자가 용맹스럽고 빠르게 보이지 않고, 순하고 여유 있게 보인다. 히타이트제국은 기원전 1700년부터 1200년까지를 고왕국으로, 1200년부터 700년까지를 신왕국으로 부른다. 이곳 현관에 있는 석조유물은 신왕국시대의 것이다.

아나톨리아 문명사박물관 유물 중 히타이트 신왕국시대 유물의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정면 입구 현관에 배치해 놓은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히타이트시대 유물부터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신왕국시대 유물은 내륙의 도시 말라티야(Malatya), 카르헤미쉬(Carchemish), 사크하괴쥐(Sakçagözü)의 궁성터에서 발굴된 것이다. 이들 궁성은 성벽, 성문, 탑으로 둘러싸여 있고, 벽에는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타르훈자(Tarhunza)왕 석상
 타르훈자(Tarhunza)왕 석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말라티야 유물은 기원전 10-8세기 것으로 인물의 모습이나 의상에서 앗시리아의 영향이 보인다. 앗시리아는 히타이트 이전에 아나톨리아 지역을 지배했다. 말라티야에서 발굴된 유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타르훈자(Tarhunza)왕 석상이다. 기원전 8세기 작품으로, 대리석으로 만들었으며 높이가 318㎝다. 곱슬머리에 수염을 길게 길렀고, 꽃무늬가 새겨진 왕관을 머리에 둘렀다.

망토형태의 옷으로 어깨를 덮은 다음 왼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에는 왕흘 같은 원통형의 지물을 들었다. 신발은 샌들처럼 보이고, 윗부분을 매듭형태로 묶었다. 얼굴은 약간의 미소를 띠면서도 존엄성을 보여준다. 왕은 또 벽의 부조에서 사냥을 하거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원전 10-9세기 술루멜리(Sulumeli)왕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 외에 사자를 사냥하는 부조도 있고, 연회를 베푸는 모습의 부조도 있다.

 
쿠바바(Kubaba) 여신
 쿠바바(Kubaba) 여신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카르헤미쉬 왕궁에서 발굴된 석조부조도 그 시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들 부조에는 신, 왕, 전사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조각의 정교함에서는 쿠바바(Kubaba) 여신이 가장 뛰어나다. 머리에는 꽃이 새겨진 관을 쓰고, 모자 앞부분에 뿔로 장식을 했다. 그리고 손에는 석류를 들고 있다. 이러한 장식과 지물을 통해 쿠바바 여신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부조에서는 쿠바바 여신의 의자 아래 사자가 다소곳이 앉아 있고, 여신 뒤를 여사제들이 따르고 있다.

아라라스(Araras)왕과 그 가족들 모습도 보인다. 기원전 8세기 후반 작품으로 왕비와 자식들까지 묘사된다. 아들과 외출하는 왕, 왕자를 안고 외출하는 왕비, 왕가의 즐거운 생활모습 등이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여유 공간에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부조의 내용을 적은 것일 수도 있고, 왕가를 칭송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 외 전사들의 용맹스런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무기를 들고 헬멧을 쓰고 사냥한 짐승을 운반한다. 이들 부조의 인물은 모두 측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투용 마차를 탄 전사
 전투용 마차를 탄 전사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는 전투용 마차를 타고 전쟁에 나선 전사, 스핑크스가 있다. 말이 끄는 마차에 두 명의 전사가 타고 앞으로 나간다. 한 명은 마차를 몰고 다른 한 명은 활시위를 당긴다. 말 아래는 적군으로 보이는 전사가 활에 맞아 쓰러져 있다. 스핑크스는 반인반수의 존재로, 사자의 몸 위로 사람의 얼굴이 달렸다. 이때 사자는 용맹스러워 보인다.
 
카르헤미쉬(Carchemish) 스핑크스
 카르헤미쉬(Carchemish) 스핑크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사크하괴쥐에서 발굴된 스핑크스도 있다. 아이의 얼굴을 한 순한 스핑크스 조소상이다. 또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인 아후라마즈다 신상이 위에 있고, 그 아래에서 신들이 생명의 나무에 축성하는 모습을 새긴 부조도 있다. 인간의 몸에 새의 날개와 머리를 가진 신상도 있고, 성문을 지키는 사자상도 있다. 이 사자상은 말라티야의 사자상과 다른 모습이다.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의 유물들

 
신석기시대 차탈회육(Catalhoyuk)의 집 재현
 신석기시대 차탈회육(Catalhoyuk)의 집 재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현관을 지나 전시실로 들어서면 구석기시대부터 시대순으로 배치된 유물을 볼 수 있다. 구석기시대 유물은 안탈리야(Antalya) 북서쪽 30㎞ 지점에 있는 카라인(Karain) 동굴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돌도끼, 긁개, 돌화살촉, 골각기 등이 있다. 신석기시대 유적은 콘야(Konya) 동남쪽 52㎞ 지점에 있는 차탈회육(Çatalhöyük)에서 발견되었다. 10개의 층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C14 구간에서 기원전 6800-5700년 사이 집터유적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당시 집의 모습이 박물관에 재현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테라코타, 돌, 뼈로 만든 신상, 인물, 동물, 장신구, 화살촉 등이다. 그리고 사냥꾼과 동물을 그린 프레스코화도 있다. 테라코타로 만든 대표적인 유물이 어머니 여신상이다. 두 마리 동물이 호위하는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다. 가슴이 크고 배가 나온 것으로 보아 출산의 여신으로 보인다. 다른 여신상도 모두 출산, 다산과 관계가 있다.

 
어머니 여신(테라코타)
 어머니 여신(테라코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동물로는 사슴과 돼지가 있다. 사슴은 사냥의 대상이고, 돼지는 목축의 대상이다. 장신구로는 돌과 보석을 줄로 매어 만든 목걸이와 팔찌가 있다. 프레스코화에는 소, 사슴, 원숭이, 새 같은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신석기시대 다음은 동기시대(Chalcolithic Age: 기원전 5500-3000)다. 이때부터 색깔과 문양이 있는 토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무기에 동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막대에 동으로 만든 봉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는 아나톨리아 지역에 청동기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무기, 제기, 장신구 등에 청동이 사용되고, 제품의 예술성과 내구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또 이 시대 만들어진 토기의 수준도 높아져 모양, 문양, 채색 등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왕가의 생활용품과 장신구는 아직도 금으로 만든 게 많다. 신상은 금은 외에 청동으로 만들어진다. 아이를 안은 청동제 여인상도 보인다.

 
금은제 여인상
 금은제 여인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의식용 도구도 청동으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사슴과 황소다. 이들은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사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청동으로 만든 악기도 보인다. 무덤에 부장품으로 넣는 물건도 이때부터 청동으로 만들어진다. 이들에서 어떤 정형을 발견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오히려 예술성이 더 느껴진다. 이들 청동기시대 유물은 알라카회육(Alacahöyük)에서 가장 많이 발굴되었다.

태그:#아나톨리아 문명사박물관, #앙카라, #히타이트제국, #신왕국시대, #청동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