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 중인 2월 중순까지도 미계약 FA 선수가 2명(노경은, 김민성)이나 있을 정도로 이번 겨울 FA시장은 '역대 최악의 한파' 상황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이름값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으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계약서에 많은 옵션이 붙은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발표된 총액은 꽤 높아 보여도 확약이 미비할 경우 실수령액은 확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거물'들에게 FA 한파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SK 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3루수 최정과 포수 이재원은 각각 6년 106억 원과 4년 69억 원의 대형 계약을 따냈다. 작년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추락했던 NC 다이노스도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영입하기 위해 무려 125억 원을 투자했다.
 
밝은 모습의 NC 양의지 NC 양의지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레이드파크 야구장에 마련된 스프링캠프에서 배팅 연습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 밝은 모습의 NC 양의지 NC 양의지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레이드파크 야구장에 마련된 스프링캠프에서 배팅 연습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양의지는 작년 타율 .358 23홈런77타점이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뛰어난 타격실력과 강한 어깨, 그리고 노련한 투수리드를 겸비한 포수다. 김태군(경찰 야구단)의 입대로 작년 이렇다 할 주전 포수가 없었던 NC에 양의지의 가세는 엄청난 힘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양의지 한 명이 가세한다고 해서 NC의 전력이 급격히 강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작년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48)였던 마운드는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창단 첫 최하위로 이어진 NC의 마운드 붕괴

NC는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7년까지 마운드에 큰 걱정이 없었다. 선발진에는 5년 동안 56승을 거둔 에릭 해커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10승을 따낸 '딸기' 이재학으로 구성된 원투펀치가 있었다. 불펜에도 '단디4'로 불리는 이민호, 김진성, 원종현, 임창민이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김경문 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LG 트윈스)가 세운 튼튼한 뼈대가 있었기에 NC는 여유를 가지고 장현식, 구창모 같은 젊은 투수들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NC가 자랑하던 마운드의 뿌리는 작년 시즌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NC는 2017 시즌이 끝난 후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해커, 가을야구에서 부진했던 제프 맨쉽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대만 출신의 좌완 왕웨이중과 빅리그 6승 경력의 우완 로건 베렛을 영입했다. 하지만 NC의 두 외국인 투수는 작년 시즌 단 13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2017년 해커와 맨쉽이 각각 12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부진이었다.

2017년 5승7패5.67에 그치며 5년 연속 10승이 좌절됐던 이재학은 작년 시즌 152.1이닝을 소화했다. 10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116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사사구는 51개에 그쳤을 만큼 투구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시즌 이재학의 성적은 5승13패에 불과했다. 4년 만에 규정이닝을 채웠다는 사실에 만족하기엔 리그 최다패 공동 1위라는 타이틀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불펜의 사정도 그리 좋지 않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86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임창민은 8경기 동안 3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이민호가 6월부터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14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셋업맨과 롱릴리프, 경우에 따라 선발 투수까지 소화 가능한 이민호를 마무리에 고정시킨 것은 썩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이민호는 블론세이브도 7개나 기록했다).

2017년 10승15홀드를 기록하며 NC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했던 김진성은 작년 시즌 1군 데뷔 후 가장 큰 추락을 경험했다. 시즌 초반 구위 저하로 3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김진성은 후반기 1승1홀드4.50으로 분발했음에도 전반기 2승2패4홀드10.13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단디4'의 붕괴 속에 7승17홀드를 기록하며 선전한 좌완 강윤구 역시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심한 기복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새 외국인 투수-검증되지 않은 토종 선발, 불펜도 '불안불안'

왕웨이중, 베렛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NC는 2019 시즌을 함께 할 새 외국인 투수로 우완 에디 버틀러와 드류 루친스키를 영입했다. 버틀러는 빅리그 5년 동안 통산 12승을 기록했고 루친스키는 작년 시즌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4승을 따낸 바 있다. 하지만 2015년 롯데 자이언츠의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과 브룩스 레일리 이후 새 얼굴로 구성된 외국인 원투펀치가 동시에 활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NC로서는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힘차게 투구하는 NC 버틀러 NC의 새 외국인 투수 에디 버틀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레이드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 힘차게 투구하는 NC 버틀러 NC의 새 외국인 투수 에디 버틀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레이드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투수들 중에도 한 경기를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토종 에이스'가 마땅치 않다. NC는 작년 시즌 도합 24패를 당했던 이재학과 구창모가 3,4선발을 맡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빠른 공과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이재학의 단순한 구종은 이미 2017 시즌부터 상대타자들에게 읽히기 시작했다. 구창모 역시 작년 시즌 피홈런21개에 피안타율이 .298에 달할 정도로 아직은 완성형 선발투수로 분류하기 힘들다.

5선발 후보군 역시 물음표 투성이다. 불펜 투수로 1군에서 성과를 낸 적이 있는 우완 유원상을 비롯해 잠수함 박진우, 해외파 정수민, 좌완 최성영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작년 시즌 활약만 놓고 보면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실제로 이재학과 구창모를 포함한 NC 토종 선발 후보군 6명이 작년 시즌 기록한 승수의 합은 16승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 시즌 다승왕 세스 후랭코프(두산, 18승) 한 명이 기록한 승수보다 적다.

불펜 역시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아직 마무리 임창민의 복귀시기가 불투명한 NC는 프로 7년째를 맞는 우완 강속구 투수 장현식이 유력한 새 마무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장현식은 통산 세이브가 2개에 불과할 정도로 마무리 경력이 일천하고 작년 26.2이닝을 던지며 18개의 사사구를 허용했을 만큼 제구력도 다소 불안하다. 김진성, 원종현 등 필승조들이 30대 중반의 노장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이동욱 감독과 손민한 수석코치의 고민거리다.

물론 NC투수들이 올 시즌 '양의지 효과'를 받아 성적이 전체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고 유망주에 머물러 있던 선수의 잠재력이 갑자기 폭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125억 원짜리 FA 한 명을 영입했다고 해서 최하위였던 팀 성적이 갑자기 올라갈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불과 1년 전 115억 원을 투자해 '타격기계' 김현수를 영입했던 LG의 팀 성적이 6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NC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NC 다이노스 에디 버틀러 이재학 장현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