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한(왼쪽)·김장겸 전 MBC 사장

안광한(왼쪽)·김장겸 전 MBC 사장 ⓒ 연합뉴스

 
재판부 "내부에서 적대·차별하면 권력에서 독립 못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MBC 전 경영진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김성대 부장판사)는 1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광한 전 MBC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김장겸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백종문 전 MBC 부사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권재홍 전 MBC 부사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사장 등은 노조지배·개입을 위한 노조원 부당전보와 노조 탈퇴종용, 노조원 승진배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사장은 자신이 대표이사이던 2017년 3월 10일 백종문 당시 부사장과 함께 제1노조 조합원 9명을 MBC 본사 밖 외곽으로 격리하고자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으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사장은 대표이사이던 2014년 10월 27일 당시 보도본부장이던 김 전 사장 등과 함께 MBC 제1노조 조합원 28명을 부당 전보하는 등 2017년 3월까지 9회에 걸쳐 조합원 37명을 부당 전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노조 활동을 기준으로 삼아서 인사를 했고, 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조합원이 경제적 불이익은 받지 않았고, 피고인들이 MBC에 오랜 기간 재직하면서 봉사해온 점을 고려해 실형은 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센터에 간 PD, 기자, 아나운서 등 상당수가 전문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고, 사실상 경력이 단절됐다"면서 "MBC가 다시 PD 등을 채용하는 등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출 대상 논의 과정에서 '개발센터로 보내든가'라고 발언하는 등 피고인들은 센터로 가는 것이 불이익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 지시하고 개입해서 노조원에게 불이익을 준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보는 개인을 대상으로 이뤄져 노조활동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 측 주장에는 "사용자가 직접 노조 탈퇴를 권유하면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은 보도본부장 당시 안 전 사장의 지시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장을 개별적으로 불러 면담하고 탈퇴를 종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상당한 혜택을 보직자들에게 보장하면서 보직자들이 노조 탈퇴를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증거로 제출된 승진 대상자 인사위원회 회의 녹취가 불법으로 녹음된 것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에는 "인사부가 참석해 회의를 기록하기 위해 업무상 녹음을 한 것으로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MBC 스스로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지 내부에서 서로 적대, 차별, 분열한다면 MBC는 독립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은 진정으로 MBC를 위한 애사심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MBC에 대한 충정심은 피고인들이 독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에 의해서 조합원을 탄압하는 것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처벌돼야 한다"며 "노조 활동을 억제하거나 탄압하는 행위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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