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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6일,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의장 벽면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 내건 한국당 2018년 4월 16일,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의장 벽면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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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장 벽면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한 네티즌은 이를 두고 "한글을 모르네. '우리도'라고 쓰는 게 아니라 '우리는'이라고 써야지. 그리고 벌써 망했었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옮겨 보도했다. 이것은 자유한국당의 명예를 훼손한 걸까, 아닐까.

법원의 판단은 '아니다'였다. 지난 2018년 6월, 자유한국당은 <오마이뉴스>의 기사 2건이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을 공연히 적시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 자유한국당의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고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건의 기사로 인한 위자료가 1억 원이니, 기사 한 건당 5000만 원의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는 것. 그 2건의 기사는 <한국당, '네티즌 상' 4관왕? "후보 차고 넘쳐">(http://omn.kr/p4xa)와 <"우리도 망했다"는 한국당... 망한 게 하나 더 있다는데>(http://omn.kr/r12c).

<오마이뉴스>는 연재 '댓글배달통'을 통해,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해 보도해왔다. 1억 원짜리 소송에 걸린 두 기사 모두 '댓글배달통' 연재 기사였다. '네티즌상' 기사는 2017년 12월 말 국회 출입기자들이 선정하는 백봉신사상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네티즌의 의견을 덧붙여 만들어졌고, '우리도 망했다' 기사는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이 드러났을 당시 한국당이 검찰의 공정 수사를 촉구하면서 나온 여론을 전했다.

한국당 "소환대상 댓글, 명예훼손"... 법원은 "살펴볼 필요 없다"

한국당이 제기한 1억 원짜리 명예훼손 사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1월 16일 1심 판결문에 있는 한국당의 주장을 요약해 소개한다. 
 
2017년 12월 29일 '댓글배달통' <한국당, '네티즌 상' 4관왕? "후보 차고 넘쳐"> 기사.
 2017년 12월 29일 "댓글배달통" <한국당, "네티즌 상" 4관왕? "후보 차고 넘쳐"> 기사.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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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네티즌 상' 4관왕? "후보 차고 넘쳐" : 원고(아래 한국당)에게 '소환대상, 교정대상, 자유깽판상, 막말상'이라는 말이 사용된 상장을 수여하는 것과 같은 내용을 게재함으로써 한국당이 마치 범죄자와 깽판과 막말을 일삼는 집단인 것처럼 왜곡하고, 기사 마지막에 "'모범 국회의원상' 0명인 자유한국당에 위로를 건네며..."라는 글을 게재함으로써 한국당 내에는 '모범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집단인 것처럼 왜곡했다.
 
2018년 4월 16일 '댓글배달통' <"우리도 망했다"는 한국당... 망한 게 하나 더 있다는데> 기사.
 2018년 4월 16일 "댓글배달통" <"우리도 망했다"는 한국당... 망한 게 하나 더 있다는데> 기사.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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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망했다"는 한국당... 망한 게 하나 더 있다는데 : 이전 정권(박근혜 정부)에서의 문제점 등으로 인해 실권하게 된 점을 반성하고 절대 권력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인사 청탁 정황 등이 있음을 이유로 절대 권력 부패 가능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한국당의 쟁점사안이 망했다는 의미로 비치게 한다든지, 한국당 자체가 망했다는 의미로 비치게 함으로써 한국당이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제기의 의도를 왜곡했다.

이 주장에 대한 재판부(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의 판단은 명확했다.

"단순한 의견 개진만으로는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의견 또는 논평의 표명이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지 않은 순수한 의견 또는 논평일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되지 아니한다."

재판부는 '소환대상, 교정대상, 자유깽판상' 등의 표현을 풍자로 판단했다. 또한 '우리도 망했다' 기사가 "'한국당의 쟁점사안(드루킹)이 망했다, 한국당 자체가 망했다'라는 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라는 문구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렇게 밝히면서 한국당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한국당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정당의 언론사 상대 중재위 조정 신청, 총 80건 중 71건이 한국당
그중 <오마이뉴스> 상대가 18건으로 가장 많아

 
언론인권센터가 공개한 '2016.10~2018.10.' 각 정당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신청 자료. 위 자료는 오마이뉴스가 청구 대상인 경우에만 해당한다.
 언론인권센터가 공개한 "2016.10~2018.10." 각 정당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신청 자료. 위 자료는 오마이뉴스가 청구 대상인 경우에만 해당한다.
ⓒ 언론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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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판결은 정당 차원의 민사 소송 결과일 뿐이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 개인의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신청이나 민사소송 제기가 아니다. 18일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정당이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중재신청을 한 건수는 총 80건인데, 그중 한국당(새누리당 포함)이 71건(88.7%)의 조정중재신청을 냈다.

<미디어오늘>이 언론인권센터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당으로부터 71건의 조정중재신청을 받은 언론사 중 <오마이뉴스>가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이 5건, <이데일리>가 4건, <한겨레>가 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오마이뉴스>에 조정중재신청을 한 18건의 처리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기각 3건, 조정 불성립 결정 6건, 조정 성립(기사수정보도) 1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반론보도3, 정정보도2), 취하 2건, 취하 간주 1건.

<미디어오늘>은 2017년부터 한국당의 언론중재위 조정신청 건수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2016년까지만 해도 정당 차원의 중재위 조정신청이 1건으로 다른 정당과 비슷했다"라면서도 "그러나 2017년 들어 11건으로 늘고, 2018년 1월~10월 동안 59건으로 급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당은 2017년 가짜뉴스에 대응한다며 신고센터를 만들고 언론 보도에 적극 문제제기를 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59건의 언론중재위 조정중재신청이 몰렸던 시기는 6.13 지방선거와 맞물린다. 언론인권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1월과 2월에는 각각 1건, 2건의 조정중재신청을 냈지만, 선거국면에 돌입한 4월에는 24건, 5월에는 21건에 달했다. 선거가 임박한 6월 1일엔 9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당을 제외한 정당의 언론중재조정 신청 건수는 더불어민주당의 2건인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공당이 지방선거 시기에 맞물려 언론중재위 조정중재신청을 남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그:#자유한국당, #오마이뉴스, #댓글배달통, #명예훼손, #언론중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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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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