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영된 MBC <복면가왕>의 한 장면. 개인 사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김구라를 대신해 박명수가 빈 자리를 메웠다. 이날 방송에서 박명수는 동료 패널들의 매서운 '독설'에 맥을 못추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7일 방영된 MBC <복면가왕>의 한 장면. 개인 사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김구라를 대신해 박명수가 빈 자리를 메웠다. 이날 방송에서 박명수는 동료 패널들의 매서운 '독설'에 맥을 못추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 MBC

  
'거성', '악마의 아들'로 불리는 개그맨 박명수가 지난 18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 이유는 남몰래 해 온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18일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 측은 "최근 박명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난청 아동의 수술비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박명수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난청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4명의 어린이가 박명수의 도움으로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치킨집을 운영하던 박명수가 아르바이트 학생의 등록금을 지원해줬다는 미담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12일 방영된 MBN 예능 프로그램 <동치미>에선 개그맨 고명환이 "20여 년 전 반지하 생활을 하던, 어려웠던 시절 박명수씨가 월세 내라고 20만 원을 줬다"고 고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2017년에는 MBC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특집 촬영을 위해 찾았던 군 부대 장병들에게 격려 차원에서 간식을 사줬다는 소소한 일화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실 박명수는 오랜 방송 생활 동안 다른 출연자들에게 '버럭'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콘셉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카메라 뒤에서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었다.

방송 이미지,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는 아니건만
 
 매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KBS 2FM <박명수의 라디오쇼>.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된 19일 방송에서는 방송인 김태진이 출연해 DJ 박명수의 선행에 대해 "도네이션 박"이라는 애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매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KBS 2FM <박명수의 라디오쇼>.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된 19일 방송에서는 방송인 김태진이 출연해 DJ 박명수의 선행에 대해 "도네이션 박"이라는 애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 KBS

 
우리는 종종 방송에 나오는 모습만 보고 연예인들의 '인성'을 판단하곤 한다. 최근 관찰 예능 MBC <나 혼자 산다>,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리얼한 연예인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그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찰나의 행동이나 말 한 마디에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듯 사람을 품평하는 댓글이 이어진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출연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주어진 과제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출연자들은 "잘난 척 한다", "독단적이다"라는 비난을 듣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소극적이다",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혹평이 쏟아진다. 자칫 말 실수가 나오기라도 하면 비난 폭격을 맞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몰론 박명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MBC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밉상', '말썽꾸러기' 역할을 담당했다. 게다가 <무한도전>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김태호 PD의 말처럼, 박명수는 다소 '기복'이 있는 출연자이기도 했다. 어떤 날은 특유의 '버럭' 캐릭터로 프로그램을 이끌며 폭소를 터뜨리는가 하면, '무리수'를 두는 날도 있었다. 박명수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지만,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꽤 컸던 이유였다. 그러나 박명수는 고정된 그의 예능 속 이미지를 억지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고 굳이 일일이 해명하지도 않았다.

'알고 보니 기부천사'였다는 그의 이중성(?)은 '방송과 실생활은 별개'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몸소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무한도전> 폐지 이후 고군 분투... '제8의 전성기' 기대해
 
 박명수가 출연 중인 tvN <짠내투어>, KBS 2TV < 6자회담 >의 한 장면

박명수가 출연 중인 tvN <짠내투어>, KBS 2TV < 6자회담 >의 한 장면 ⓒ CJ ENM, KBS

 
지난해 박명수는 예능인으로서 자칫 위기에 몰릴 상황에 처했다. 3월 MBC <무한도전> 종영에 이어 10월엔 KBS 2TV <해피투게더3>에서 하차하는 등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간 상반된 캐릭터인 유재석과 콤비를 이루며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박명수는 반면 유재석이 없는 방송에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유재석과 함께 하는 두 프로그램에서 연이어 하차했을 때, 그가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던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현재의 박명수는 <무한도전> 시절에 비하면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져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과거 비난을 받든, 칭찬을 받든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박명수의 모습은 최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그가 고정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무한도전>만큼 흥행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과거 이른 바 '2인자' '악마의 아들' 등 박명수를 가리켰던 애칭들은 어떤 면에선 예능인 박명수의 이미지를 고정시키는 약점이 됐을 수도 있다. 주인공보다는 악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그의 한계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명수는 치열한 경쟁이 매일 벌어지는 거친 예능판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짠내투어>는 1년 이상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연착륙에 성공했고 TV조선 <아내의 맛>도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MBC에브리원 예능 <대한외국인>은 기대 이상의 시청률로 고정 팬들을 확보하면서 '가늘고 길게 가자'는 평소 박명수의 '모토'(?)에 걸맞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10여 년 전 박명수가 말버릇처럼 언급했던 '제8의 전성기'는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시기일 수도 있다. 뒤늦게 알려진 그의 수많은 선행처럼 올해는 각종 예능에서도 시청자들의 칭찬을 받는 활동을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박명수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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