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박'스 다방> 포스터

영화 <스타박'스 다방> 포스터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스타박'스 다방>에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박성두(백성현)는 커피에 흠뻑 빠져 있는 청년이다. 성두의 어머니(김경미)는 그런 그의 뒷바라지와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담금질과 채찍질을 번갈아 가며 하는 와중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왠지 성두의 관심은 다른 곳을 향해있는 듯싶다.

성두는 어머니 몰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에 한 발 걸쳐놓은 상태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시간에 쫓겨 부리나케 고시학원으로 달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커피숍 사장은 아르바이트 시간마저 빼먹고 학원에 다녀오는 성두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머니 역시 왠지 공부를 소홀히 하는 듯한 아들의 행동이 영 못마땅하게 다가왔다. 그러던 찰나, 성두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실이 발각되고 만다. 진퇴양난이었다.
 
 영화 <스타박'스 다방> 스틸 컷

영화 <스타박'스 다방> 스틸 컷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성두는 공부에 매진하라며 닦달하는 어머니에게 적어도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며 애원한다. 하지만 그를 옥죄어오는 현실 앞에서 숨이 턱턱 막혀오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결국 성두는 어머니에게 며칠만 쉬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이모(이상아)가 살고 있는 강원도 삼척으로 훌쩍 떠난다.

고시 공부 때려치우고 무작정 문을 연 "스타박'스 다방"

성두 이모는 삼척에서 조그만 다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커피보다는 웃음을 판다고 봐야 함이 맞겠다. 성두가 삼척에 도착한 그날도 그랬다. 성두는 이미 불콰하게 취한 어떤 낯선 사내와 엉켜 소주를 들이켜는 이모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허름한 다방을 리모델링해 카페 형태로 바꾸고, 다방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판매하자고 이모를 설득한다.

영화 <스타박'스 다방> 속 삼척의 명물은 이렇게 하여 탄생했다. 성두는 모든 걸 내려놓고 바리스타로 변신,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내리며 달달한 맛의 커피에 익숙한 지역 주민들에게 사심 없이 다가서려고 마음먹는다. 과연 그의 소박한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영화 <스타박'스 다방> 스틸 컷

영화 <스타박'스 다방> 스틸 컷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부문과 제3회 가톨릭영화제 'CaFF 초청 장편'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오로지 앞만 보고 내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쉼과 위안을 건넨다.

성두의 어머니와 이모는 핏줄을 나눈 사이였음에도 성두의 진로에 대한 생각만큼은 극과 극이었다. 어머니의 바람은 고시 합격이었으며, 이모의 바람은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진로를 찾아갔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성두는 함께 고시를 준비하던 친구 동팔이의 폭탄선언이 기폭제가 되어 결국 어머니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로 작정한다.

카페 형태로 운영한다며 무작정 스타박'스 다방을 열기는 하였으나, 사실 한적한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원두커피가 제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생각만큼 잘 팔릴 리 만무했다. 결국 성두가 선택한 건 현실과의 적절한 타협이었다. 그래서 '카페' 대신 시골 사람들에게 익숙한 '다방'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며, 배달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기꺼이 자전거를 이용, 바리스타가 손수 갖다 주는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이다.
 
 영화 <스타박'스 다방> 스틸 컷

영화 <스타박'스 다방> 스틸 컷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달콤 쌉싸름한 원두커피 닮은 우리들의 삶

한적한 시골 마을은 정신없이 빠른 흐름의 도시에 비하면 시간이 멈춘 듯 느릿느릿 흘러간다. 성두의 동생 차두(신원호)와 그의 친구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동네를 휘저으며 노는 모습과 동네 할머니들이 쉬엄쉬엄 마실 다니는 장면을 보면 그러한 느낌이 더욱 짙어진다.

연서(서신애)는 성두가 아르바이트할 때도 그가 좋다며 한 시간 간격으로 커피를 주문하면서 커피숍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소일했다. 그러던 연서는 성두가 삼척에 스타박'스 다방을 연 뒤에도 그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와 성두와 그녀에게 허락돼있는 짧은 시간을 함께한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어이없기도 한 장면들로부터는 풋풋함과 어설픔 따위가 배어나온다. 왠지 정겨운 느낌도 든다. 성두 역을 맡은 백성현, 이모 역의 이상아, 그리고 연서 역의 서신애 이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원두커피 본연의 향은 향긋하면서도 그 첫 맛은 씁쓸하다. 입에 어느 정도 머금고 있어야 원두 고유의 향미가 입안 골고루 맴돌기 시작한다. 반면 다방커피는 처음도 달고 마지막도 달다. 한결같다. 성두의 이모가 소주의 맛을 달콤하다며 연서에게 권해보지만, 아직 첫 키스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 연서로서는 그 쓴맛을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다.
 
 영화 <스타박'스 다방> 스틸 컷

영화 <스타박'스 다방> 스틸 컷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우리의 삶은 바로 이 원두커피를 빼닮았다. 항상 좋고 재미있는 일만 있을 수 없으며, 괴롭고 슬픈 일, 때로는 정말로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든 역경도 겪게 마련이다. 감독은 이러한 삶의 보편적인 모습을 향긋하지만 씁쓸하면서도 고소하고 달콤한 커피에 비유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려는 젊은이들의 꿈틀거림이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만큼 말이다.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이들에게 있어 어쩌면 스타박'스 다방은 성지와도 같은 존재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성두의 삶을 응원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스타박'스 다방 이상우 백성현 이상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