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서울 의대'에 가겠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부모형제 할 것 없이 소리를 빽 지를 정도로 '밉상'으로 설정된 '예서'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드라마 중반부에 가서는 그토록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심지어 '마멜공주'라는 사랑스러운 별명까지 붙었다. 여기에는 고집불통 예서를 매력적으로 연기한 배우 김혜윤의 공이 컸다.

배우 김혜윤에게 물었다. 미워보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예쁨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김혜윤은 질문을 받자 수줍으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포상휴가에 가서 조현탁 감독과 이야기한 끝에 김혜윤이 도출한 나름의 결론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예서가 밉게 나오다가 사랑을 받은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시더라. 우주(찬희 분)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시청자 분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되게 못 되고 악하고 이기적이고 남의 말 하나도 안 듣고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와르르 무너지고 티가 나지 않나.

감독님이 그 포인트를 평생 잘 생각하라고 하시더라. 평생 생각하면서 혹여나 미워보이거나 얄밉게 보이고 있는데,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면 그 순간을 사용하라고 하셨다.

예를 들면 그런 장면이 있다. 우주에게 '같이 러닝메이트하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 말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는데 바로 앞에 우주가 있어서 바로 뒤돌아서서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원래 그게 대본에는 없는 장면이었고 감독님께서 요청하신 장면이었다. 감독님께서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우주를 보고 다시 들어갔다가 '휴'하면서 나오는 예서가 얼마나 귀여워보이냐고 하시더라." (웃음)


지난 18일 배우 김혜윤과 소속사 싸이더스HQ 사옥에서 만나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드라마 < SKY캐슬 >과 배우 김혜윤에 대해 묻고 들었다.

"오디션 합격, 처음에는 의심했다"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배우 김혜윤은 원래 예서가 아닌 혜나(김보라 분) 역할을 맡기를 원했다. 오디션 때 혜나 역할을 같이 연기하기도 했고 혜나의 악바리 근성이 마음에 들었다고. 그런데 최종적으로 김혜윤에게 떨어진 배역은 예서였다.

김혜윤은 포상휴가에 가서 자신을 예서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조현탁 감독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조현탁 감독은 세 가지를 꼽았다. 똑똑함과 센스, 근성이었다. 김혜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사실 나는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디션 때 그렇게 느끼셨으니까 예서로 뽑으신 건데 난 정말 오디션 때 별로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뽑힌 오디션, 처음에 김혜윤은 자신이 이정도로 큰 역할에 뽑혔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김혜윤은 "처음에는 의심했다"고 말했다.

"캐릭터 분석하자고 일대일 미팅을 한다고 말을 들었을 때도 그저 그 미팅이 오디션의 연속인 줄 알았다. 계속 의심하다가 촬영할 때가 돼서야 '아 내가 진짜 됐구나'를 실감했다. 드라마의 흥행을 떠나서 염정아 선배님의 딸이라는 역할은 정말 크지 않나. 이런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의미를 뒀던 것 같다."

김혜윤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17살 당시 <삼생이>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한 김혜윤은 이제 7년차 배우가 됐다. 하지만 단역이나 회상신, 드라마별 에피소드에 잠깐씩 나왔던 역할을 제외하고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작품은 처음 맡은 것이었다. 그는 7년 간의 단역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의 예서도 없었을 것이라 단언했다. 7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김혜윤에게 7년 동안 버틴 동력을 물으니 "내가 엄청 좋아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일을 하면서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슬럼프 아닌 슬럼프도 겪었고 꿈이 막연하고 멀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내가 그래서 끈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걸 보면 그렇게 끈기가 있는 성격은 아니더라. 계속 하는 걸 보면서 이 일을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처음에 연기를 시작했을 때 어른들이 '왜 이렇게 힘든 직업을 선택하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어른들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 안 힘든 직업이 어딨지' 그런 생각을 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작품에 임하는 마음은 항상 같았다. 역할이 크든 작든 재밌었다. 흥미를 느꼈고 잠깐이라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행복했다.

슬럼프가 왔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당장 이 직업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사소한 목표를 하나씩 정해서 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편 영화보기, 배우일지 쓰기 같은 걸 조금이라도 하면서 버텼다. 단역생활이 없었다면 예서도 없었을 것 같다. 예서를 못했을 것이고 예서 역시 다른 역할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배우일지'라는 건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연기적인 고민을 적는 일기를 뜻한다고. 김혜윤은 "적어둔 걸 나중에 봤을 때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입시가 막 다가오면서 매일 학원에 갇혀서 기계처럼 연기를 했다.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힘들었다. 당시에 배우일지를 꺼내서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엄청 열정 넘치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행복해 했더라. 시간이 지나면서 지친 게 느껴졌다. 초심을 잡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마음을 다잡고 쓰면 좋다. 요즘 못 쓰고 있는데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쓰려고 한다." (웃음)

"배우는 매번 바뀌고 매번 새롭다"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혜윤이 처음 배우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 드라마와 영화를 접하면서였다.

"드라마랑 영화를 볼 때마다 꿈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서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면서 파티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또 다른 드라마를 보면서는 다른 직업을 갖고 싶었다. 내가 끈질기게 뭔가를 하지 못해 매번 새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라는 직업이 딱 그렇더라. 배우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배우는 매번 바뀌고 매번 새로우니까."

매번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 < SKY캐슬 > 현장에서 김혜윤은 눈에 감정을 실어 연기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같이 연기한 선배 배우인 염정아와 김서형 덕분이었다.

"감독님께 대화를 하는 것처럼 대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지적을 들었다. 그런데 고치기가 어려웠다. 대화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염정아, 김서형 선배님이랑 나랑 다른 게 뭐지? 찾아보려고 했다. 물론 다른 건 너무 많지만 (웃음) 문득 발견했다. 선배님들은 눈동자로 말을 하고 계시더라. 그래서 나도 그때부터 눈으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염정아 선배님이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이야기할 때가 많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선배님이 내게 뭔가 (눈으로) 주려고 하고 있다는 걸 본 것이다. 이전까지는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눈물도 그렇다. 염정아 선배님 때문에 나오는 것이었다. 선배님이 주시는 에너지 때문에 후반부에 울게 되는 신이 많았다. 정말 엄마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희 엄마가 아니라 어느 순간 예서랑 한서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씀하시는데 순간 '엄마가 뭐가 미안하지? 지금까지 내가 다 사고치고 다니는 거 엄마가 수습해줬는데 엄마가 뭐가 미안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집중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선배님 때문에 (감정 연기가) 되는 것 같다."


하루는 감정신을 찍다가 탈진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도 했다. 6일을 연달아 촬영하는 날, 김혜윤은 몸부림을 쳐야하는 장면에서 몸부림을 치지 못했다. 머리로는 '여기서 몸부림을 쳐야한다'고 이해가 됐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체력이 따라가지 못했고 힘이 빠졌다. 하루종일 감정신을 찍고 염정아 선배님께 그날 카톡도 드렸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선배님께서는 별 걱정을 다 한다고 체력 관리 잘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머리가 엄청 무거웠고 계속 멍했다.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집중도 안 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았다.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연출력으로 잘 살려주신 것 같다.

사실 < SKY캐슬 >에서 연기하면서 매 신이 아쉬웠다. 단 한 순간도 만족했던 적이 없었다. '오케이'가 나도 아쉽다. 학교 교수님께 말씀을 드렸다. 너무 아쉽고 후회가 될 정도라고. 교수님께서는 그 마음을 평생 배우를 하는 동안에 갖고 있으라고 말씀하시더라.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순간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거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항상 새기면서 연기하려고 한다. 물론 대충하고 후회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했음에도 만족하고 안주하지 말라고."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KY 캐슬' 배우 김혜윤 JTBC 금토드라마 < SKY 캐슬 >의 배우 김혜윤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sidusHQ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혜윤은 오는 25일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연기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대학 교수가 해준 이야기를 기자에게 해주었다.

"대학교 교수님이 졸업할 때가 된 학우들에게 많이 물어본다. 연기하는 게 행복하냐고. 연기자라는 직업이 연기하면서 어떤 행동을 하기 싫은데도 해야 할 순간이 있지 않나.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지만, 그게 행복한지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다. 교수님께 '나는 결과물을 봤을 때 너무 뿌듯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건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 아니냐고 네가 진짜 행복한 거냐고 다시 여쭤보셨다. 강의실에 있던 누구도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한 명도 선뜻 진짜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했다. 교수님이 죽을 때까지, 이 직업을 그만둘 때까지 생각을 해보라고 하시더라. 계속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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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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