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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환 작가의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이다
 김창환 작가의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이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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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 거인 굉장하다, 저거 뭐지?"

앞서 걸어가던 젊은 커플이 감탄사를 날리며 뛰어간다. 저만큼 앞쪽에 정말 제법 거대한 사람 모양의 물체가 세워져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양서생태공원을 둘러보고 두껍게 얼어붙어 있던 강물이 풀린 모습을 바라보며 강변 산책로를 따라 두물머리로 가는 길이었다.

"에게게, 요거 마른풀로 만든 사람이잖아, 그런데 참 잘 만들었다. 어떻게 이리 잘 만들 수 있지? 더구나 양쪽을 바라보는 특이한 형태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정말 마른풀로 만든 사람 형상이다. 양면 상으로 앞쪽과 뒤쪽을 바라보는 얼굴과 팔의 배치가 참으로 멋지다. 몇 미터 앞쪽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김창환 작가의 작품으로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이다"라는 작품 이름과 함께 "자연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어김없이 행하고 있다"는 작품 해설이 곁들여 쓰여 있다.
 
 정혜령 작가의 나무에게 안부를 묻다
 정혜령 작가의 나무에게 안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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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작품은 '2019 바깥미술 두물머리전, 두 강 꽃이 피다'로 바깥미술에서 전시한 작품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전시된 작품은 이것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느 날처럼 무심코 산책하러 나왔다가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멋진 야외에 전시된 좋은 예술품들을 감상하게 된 것이다. 이거야말로 산책길에서 생각지 않게 마주친 횡재였다.

두물경 쪽으로 조금 더 걷자 이번에는 강가 풀숲 나무 몇 그루 아래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나타난다. 정혜령 작가의 "나무에게 안부를 묻다"라는 작품이다. "덩쿨로 뒤덮인 나무의 영역에 들어서서 웅크린 생명력의 파장을 느껴본다. 봄을 기다리는 살아 있는 것의 미세한 떨림"이라는 작가의 말이 안내판에 쓰여 있다.

다음 작품은 "달이 없다" 김보라 작가의 작품이다. 강가에 서있는 제법 큼지막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둥그런 모양의 작품으로 안내판에는 "언 강을 보았다.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는 달을 닮았다. 사는 일 창작하는 일이 그와 닮았다."라는 작가의 말을 작품 속에서 상상해 보았다.
 
 김보라 달이 없다
 김보라 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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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경
 두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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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큼 앞에 넓직한 마당이 펼져저 있다. 두물경 광장이다. 바닥에는 두물머리 일대의 옛날 지도가 그려져 있고 나지막한 "두물경"비가 세워져 있다.

물가에 서있는 나뭇가지에 걸린 듯 하늘거리는 억새꽃 작품은 김선진 작가의 작품 "억새야"다. "금빛 카락 찰랑이며 부드러운 솜털씨 흩날리는 고독한 억새야, 싸늘한 바람에 날리고 차가운 강물에 실려 산 너머 멀리멀리 발길 닿지 못하는 따스한 그곳에서 새 생명 피어주렴" 작가의 글이 가슴을 짜안하게 적신다.

지난 15일부터 전시가 시작된 바깥미술 두물머리전은 바로 이 두물경 근처에서 11명의 회원들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두물경에서 400여년 고목이 서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걷노라면 길가 오른 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인민영 작가의 "얼음꽃 그 위에 새겨지다"는 크지 않은 돌멩이들에 하얀색으로 그려놓은 작품들이다. 작가의 글에는 "코끝이 시려운 겨울. 보일 듯 말 듯 보이며, 새겨지듯 드러나는 얼음꽃"이다.
 
 김선진 억새야
 김선진 억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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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민영 얼음꽃
 인민영 얼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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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시작품들은 최운영 작가의 "날아오르다", 파괴된 과거의 자연생태계가 회복되기를 갈망하는 의미의 상황을 연출한 이현정 작가의 "구조(救鳥)를 기다리며", 김용민 작가의 "Windows", 정하응 작가의 "물길", 최라윤 작가의 "나, 나 아니다. 너, 너 아니다" 등이 있다.

왼편 제법 넓은 지역에 줄지어 서있는 수백 개의 작품들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13명의 서울 경기지역 미술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 300여명이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인 나무아동미술연구모임의 "길 가는 사람들"이다.

이번에는 다시 오른편 물가 제법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아주 색다른 모습으로 서 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잎을 매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충재 작가의 "나뭇잎'이다. 작가의 글이 자세하다.

"환경이나 생태를 이야기 하면 떠올리는 색은 녹색이다. 나무 등 여러 식물과 산의 모습 등에서 우리는 녹색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지구는 녹색을 잃어가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한 경제성장만을 추구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푸르러야할 나뭇잎이 차갑고 날카로운 은색으로 변하여 나무속 깊이 파고들었다. 이제 생명까지도 위협받고 있는건 아닌지..."
 
 나무아동미술연구모임 길가는 사람들
 나무아동미술연구모임 길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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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충재 작가의 나뭇잎
 임충재 작가의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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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는 길가에 세워져 있는 바깥미술 임시 사무실 앞에서 임충재 작가와 나무아동미술연구모임의 노수산 작가를 만났다. 초대창립 멤버인 임충재 작가는 바깥미술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1980년대 초에 창립되었다고 한다.

80년대 초면 군부독재로 암울했던 시기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바깥미술은 가평 대성리에서 초대 전시회를 개최한 이래 자라섬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지역들을 거쳐 양평 양서면 두물머리 두물경 주변으로 옮긴 지 올해 3년째라고 한다.

80년대 초 창립시기에는 3명만 모여도 집회허가를 받아야 했었다. 그러나 작가들은 암울한 닫힌 공간을 벗어나 야외 즉 바깥으로 나가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더불어 어울리는 창작 생활을 하고자 전시회를 시작했는데 올해로 어느덧 39회째라고 한다.
 
 임충재 작가와 노수산 작가
 임충재 작가와 노수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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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이 풀리고 있는 두물머리 풍경
 얼음이 풀리고 있는 두물머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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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는 이곳 두물머리 두물경 주변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큰 물줄기 둘이 합쳐지며 머리를 맞대고 만나는 곳이기에 두물머리라고 하며 한자로는 양수리(兩水里)로 불린다.

이번 전시회 "두 강 꽃이 피다"는 남북화해무드의 조성 등 현재 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로 만나는 두물머리 두물경 주변에서 개최되어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바깥미술 창립선언문에는 "바깥예술이란 자연과 더불어 던져지는 행의의 소산이며 그 측정을 가늠해보는 거울에 투영된 자신의 얼굴을 보듯이" 그리고 "스스로 살아있을 공간, 살아서 체험한 공간으로서의 자연공간을 향유하고자 한다. 들의 넓이, 언덕의 기복, 강물의 흐름, 바람의 설렘조차도 참여한 또 다른 차원의 조형이 이룩되기를 소망한다"는 자연과 생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철학을 담고 있다.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북한강과 남한강, 그리고 두 물이 합쳐져 한 몸을 이룬 두물머리 강물이 요즘 포근해진 날씨에 대부분 풀려 일부 응달진 곳에만 얼음이 덮여 있다. 봄이 성큼 다가선 계절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바깥미술의 두물머리 전시회가 예술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24(일)일까지 계속된다.
 
 조개 모양의 의자 두 개
 조개 모양의 의자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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