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영화 <극한직업>이 지난 17일 14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한직업>은 19일 기준 1465만 관객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 1위인 <명량>의 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극한직업>은 실적이 없어 해체 위기를 맞은 5인조 '마약반' 경찰들이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통닭집을 인수했다가 '대박'을 터뜨리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그린 영화다.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 만큼, 세간의 예상을 깨고 흥행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 또 있었을까. <극한직업>이 개봉되기 전만 해도 한국영화 역대 2위 흥행을 기록할 만큼 '대작'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앞서 <도리화가> <염력> < 7년의 밤 > 등을 통해 연이어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한 류승룡이기에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극한직업>은 재치 넘치는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극장가를 폭소로 물들였다.

예상치 못하게 흥행을 터뜨린 작품으로는 영화 <범죄도시>(2017)를 꼽을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다 당시 <남한산성>이라는 걸출한 경쟁자가 있었음에도 '쌍끌이 흥행'에 성공하며 68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극한직업>은 분명히 <범죄도시>와는 다른 흥행 양상을 띠고 있다. 물론 함께 설날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뺑반>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독주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졸작'이라고 평가 받는 많은 영화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덮기 위해 안간힘을 쓰려고 한다. 웃기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은 스토리인데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려고 부자연스러운 연출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무리수가 나오기도 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도 피로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극한직업>에서는 그런 억지스러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극한직업>의 설정은 사실 치밀하지 않다. '마약'이라는 새로울 것 없는 범죄를 과감히 갖다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건을 진행시킨다. 그런데 뻔한 범죄와 그 진행은 이 영화의 매력과 전혀 연관성이 없어서, 오히려 그것들을 진부하다고 평하는 행위 자체를 진부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영화는 시작부터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는 데 주목하고 영화가 소재로 삼은 핵심 설정을 추구하기 위해 온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한 번 설정을 잡은 뒤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끝까지 밀어붙인다. 오히려 그런 점이 일관성을 낳고, 영화적 통일감을 준다.     

이러한 통일감은 낯설지 않다. 우리가 앞서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에서 목격했던 것이기도 하다. 해리 하트(콜린 퍼스 분)의 절도 있는 '수트 액션'처럼 <킹스맨>은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색깔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그 과정에서 킹스맨은 누구나 생각하지만 다루기 힘든 문제를 '광기'를 핑계로 꺼내면서, 이전 영화들이 답습했던 것과 전혀 다른 길을 발굴해냈다. <극한직업> 역시 'B급 영화'의 감성으로도 흥행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만의 장점을 한시도 놓지 않으며 불필요한 잔가지를 모조리 제거했기 때문이다.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물론 <극한직업>이 <킹스맨>만큼의 강렬함을 지닌 영화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그 방식이 닮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잠복 수사를 위해 차린 닭집이 유명 맛집이 되어버린' 설정 자체도 물론 흥미롭지만, 극중 주인공들이 처한 딜레마는 관객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다. 정의와 의무감 하나만으로 열악한 처우를 감당하며 계속 일할 것인가, 추구했던 방향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로 향할 것인가. 이 딜레마는 과연 강력해서 누구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는 늘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잠 못 드는 밤을 맞이하니까.

그러나 <극한직업>은 이 역시도 깊이 탐구하지 않고 빠르게 흘려보낸다. '우당탕당 대소탕 작전'으로 전개 시킨다. 만약 이 영화가 갑자기 진지한 고민으로 빠졌다면 앞서 말했던 '졸작의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해결 방법까지 그 색깔을 잃지 않는다. 그저 우당탕탕 앞으로 나아가는 것. 진실로 우리의 삶 또한 그렇지 않은가.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일망타진에 성공하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극한직업>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수한 걱정 속에서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극한직업>이 제시한 것처럼, 일단 뛰어들고, 더 나아가고, 더 사랑하고 그래서 마침내 자신이 진정 원하는 모습을 찾는 것. 그것이 멈춰서 고민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 아닐까. 거칠고 투박하지만 뜻밖의 아픔을 긍정의 에너지로 감싸는 <극한직업>은 과연 자신만의 그 방식 안에서 충분히 대성공을 거둘 만한 영화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황경민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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