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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영리병원 반대 집회가 제주도청 앞에서 열렸다. 제주도청 공무원과 청원경찰들이 도청 정문과 현관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모습.
 1월 3일 영리병원 반대 집회가 제주도청 앞에서 열렸다. 제주도청 공무원과 청원경찰들이 도청 정문과 현관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모습.
ⓒ 강한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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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3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는 영리병원 반대 집회가 열렸다. 청원경찰을 포함하여 제주도청 공무원 수백 명이 도청 입구를 막았다. 집회가 끝난 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도청 바깥에 있는 청원경찰과 공무원 무리를 뚫고 제주도청으로 올라갔다.

제주도청으로 진입하는 현관에는 이미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집회를 이어간 뒤, 민주노총 양지호 제주본부장 등 5명이 대표로 도청 현관에서 현광식 비서실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그 이후 노형로터리 근방으로 행진을 이어나갔다.

집회 이후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 몇 명은 그대로 제주도청 계단에 눌러 앉아버렸다. 처음에는 3명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사람이 늘어 6명이 되고, 결국 10명까지 늘었다. 시민들이 자리에 앉은 이유는 다양했다. 원희룡 지사에게 공개면담에 응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은 사람도 있었고,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수립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은 사람도 있었다.
 
1월 3일 집회 이후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눌러 앉아버렸다. 뒤에는 제주도청 청원경찰들이 시민들이 문으로 못들어가도록 가로막고 있다.
 1월 3일 집회 이후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눌러 앉아버렸다. 뒤에는 제주도청 청원경찰들이 시민들이 문으로 못들어가도록 가로막고 있다.
ⓒ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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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원경찰들의 태도는 싸늘했다. 현관 바로 앞에 앉은 여성을 무릎으로 찍는가 하면, 도청 계단에서 시킨 짬뽕을 못 가져오게 하기 위해 정문에서 가로막기도 했다. 저녁 6시 넘어서도 차량을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가 하면, 도청 계단으로 가져가는 소지품을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가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텐트를 도청 계단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추운 겨울날, 난로도 없이 제주의 시민들은 그렇게 차디찬 밤을 보내야만 했다.

제주도청은 누구의 것인가?

필자는 그 과정에서 제주에 민주주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주도민에게 인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희룡 도지사의 태도, 그리고 공무원들의 태도를 목격하고 만 것이다.

1월 7일은 참혹했던 날로 기억한다.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김경배씨의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기 위해 제주시청 공무원 300여 명이 동원되었다. 불과 30분 만에 천막은 강제로 철거당했다. 이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속출했다. 제주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된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청 공무원들, 그리고 청원경찰들의 만행은 이어졌다. 원희룡 도지사는 출퇴근할 때 굳이 제주도청 계단 가운데 길로 가야겠다고 고집했다. 1월 8일 오후 4시경, 제주도청으로 진입하려던 원희룡 도지사는 시민들이 들고 있던 피켓을 밟고 지나갔다. 계단에 앉아 있던 시민들 중에는 중학교 2학년 학생도 있었다. 그 학생은 3시간 동안 엉엉 울었다.
 
1월 8일, 행정대집행 다음 날 제주도청 계단에 앉아있는 시민들을 뚫고 가운데로 원희룡 도지사가 지나갔다. 그 과정에서 피켓 등 물품이 손상되었다.
 1월 8일, 행정대집행 다음 날 제주도청 계단에 앉아있는 시민들을 뚫고 가운데로 원희룡 도지사가 지나갔다. 그 과정에서 피켓 등 물품이 손상되었다.
ⓒ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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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계단 점거 농성은 2월 18일 현재 47일째 이어지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행정대집행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제주도민을 조롱하며 계단을 오른다. 공무원과 청원경찰들의 태도 역시 바뀌지 않았다. 이 과정을 목격하며 얻게 된 질문이 한 가지 있다. 제주도청은 누구의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더 나아가, 제주도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2월 14일은 국토부에서 성산 주민들에게 주민설명회를 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설명회 장소가 하루 전날(13일) 공개되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공개된 내용마저도 14일 이후 지워졌다.

결과적으로 주민설명회는 열리지 않았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국토부의 일방적인 홍보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언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대 측의 반발로 설명회가 파행된 것처럼 기사 제목을 뽑았다.
 
2월 14일에서 15일 일정으로 국토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이 제주에 왔다. 15일 오전 11시 50분에는 제주상공회의소에서 범도민추진협의회를 만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장소가 바뀌었고, 제주도청에서 비공개로 면담이 진행되었다. 사진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이 빠져나간 도청 뒷문이다.
 2월 14일에서 15일 일정으로 국토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이 제주에 왔다. 15일 오전 11시 50분에는 제주상공회의소에서 범도민추진협의회를 만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장소가 바뀌었고, 제주도청에서 비공개로 면담이 진행되었다. 사진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이 빠져나간 도청 뒷문이다.
ⓒ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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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은 11시 50분에 국토부와 범도민추진협의회가 제주상공회의소에서 면담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국토부에서 갑자기 장소를 바꾸면서 제주도청에서 비공개 면담이 진행되었다. 몇 기자들도 속았다. 12시 20분쯤,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은 도망치듯이 제주도청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절차적으로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국토부의 주장은 실제로는 이런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원희룡 지사와 국토부의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과 태도는 똑같았다.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원희룡 도지사가 출,퇴근이나 외출을 할 때마다 도청 공무원들과 청원경찰들이 나와서 피켓과 물품 등을 치운다. 원희룡 도지사가 가운데로 지나가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원희룡 도지사가 출,퇴근이나 외출을 할 때마다 도청 공무원들과 청원경찰들이 나와서 피켓과 물품 등을 치운다. 원희룡 도지사가 가운데로 지나가야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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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청 앞에 사람들이 있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 있다. 원희룡 지사가 출퇴근할 때마다 계단의 피켓과 현수막, 텐트를 치우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추운 겨울날, 도청 현관 앞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47일째다.

제주도청 앞 천막은 이제 10동이 되었다. 제주녹색당 천막, 여성 천막, 성산읍 대책위 천막, 비무장 평화의 섬 천막, 청소년·청년 천막, 연구자 천막, 반댈새 예술행동 천막, 김경배씨 천막, 식당 천막, 웰컴시티 천막이 그것이다. 이들은 제주 제2공항을 막기 위해 각자 다른 모습으로 즐겁게 투쟁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공항으로 거리 선전전을 나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도의회로 가서 피켓팅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시청에서, 누군가는 세무서 사거리에서 거리 선전전을 한다. 누군가는 SNS로 홍보를 하고, 누군가는 오름으로 답사를 간다. 누군가는 현관 위로 올라가서 절박함을 알리는가 하면, 누군가는 단식을 하며 절박함을 알리는 이가 있다.

누군가는 식당에서 양식을 준비해주고, 누군가는 땔감을 구해다 와주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어떤 이들은 노래를 부른다. 또, 많은 시민들이 후원물품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리고 제주도청 계단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있어 제주의 겨울은 춥지가 않다.

계단 점거 농성은 제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제주도청의 벽은 높고, 높았다. 권력자들은 끝없이 제주도민을 무시해왔지만 언젠가 그 벽은 무너질 것이다. 제주도청의 주인은 바로 제주도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 싸움은 시민들이 승리했다. 끝내 원희룡과 권용복은 제주 시민들 앞에 고개를 숙일 것이다.
 
설날 윷놀이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도청앞 천막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40여 일 넘도록 계단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민의 의견을 듣고, 국토부에 제2공항 용역 수립 중단을 요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설날 윷놀이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도청앞 천막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40여 일 넘도록 계단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민의 의견을 듣고, 국토부에 제2공항 용역 수립 중단을 요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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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도, #제주도청, #제2공항, #계단 , #천막촌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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