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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vs 인간작곡가

19.02.18 16:53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음악적 행동이 예술적 의미를 완성시킨다

미디어와 음악의 만남은 예술적이면서 동시에 기술적이다. 예술은 개인적이며 창조적인 아름다움과 연결되며 기술은 계속적으로 새로운 미디어 장르를 탄생시킨다. 그러므로 미디어 음악은 현재 상태로만 정의 할 수 없으며 미래를 위한 열린 정의라 할 수 있다. 예전에 가라오케가 제일 처음에 나왔을 때 기존의 밴드들이 전부 없어지고 실업자가 될 것이라고 믿었으며 미디가 등장 했을 때도 지금과 똑같은 위기감이 엄습했고 사실 가라오케나 미디의 기술력은 이미 왠만한 인간들의 연주력을 상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라오케와 미디가 있어도 인간이 필요하고 도리어 음악시장은 더욱 커졌다. 음악에서도 기계 혁명이 악기 제작과 악보인쇄를 바탕으로 발전하여 귀족들만 즐기던 클래식 음악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전파되어 낭만주의음악 물꼬가 트였고 전기는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여 악기 개발과 녹음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은 음악 제작과 감상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후 컴퓨터, 인터넷,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은 음악 제작 분야도 영향을 받아 MP3, Youtube, 음원사이트 등으로 유통의 방식도 바뀌게 되었다.

 모든 형식의 예술 중에서도 특히 음악이 입력과 산출을 정확히 수학적으로 산술 할 수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에 가장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입력은 음파의 수학적 패턴이고 산출은 신경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패턴일 것일건데 알고리즘이 수백만 가지 음악을 섭렵하고 나면 작곡은 금방 하고 쉽고 편하게 사람들이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련의 음악교육이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작곡가는 수년간 갖은 고행 끝에 선배들이 남긴 기법들, 즉 화성학, 대위법, 푸가, 관현악법 등을 익히고 습득한다. 결국 작곡이라는 것이 그런 기법들을 적절히 응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자신이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갖 데이터를 동원해서 최고의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 작곡이고 연주도 마찬가지다. 테크닉이 완벽하지 못한데 올바른 음악표현은 어불성설이니 피땀 흘려 연습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얼마전 광주과학기술원과 KB금융그룹, 아이들과 미래재단이 주최 & 주관한 KB청소년음악대학 '음악과 과학의 만남' 토크콘서트에 <인공지능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치고 왔다. 광주과학기술원의 안창욱 박사가 만든 작곡하고 연주하는 인공지능 뮤지아(Musia, 이봄 등 여러 이름을 거쳐 지금은 뮤지아로 최종 결정)를 20분간 소개, 보여주고 필자가 인간작곡가로서 우리 인류의 영역과 미래에 대해 방어하고 희망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악보로 기록된 걸 소리로 전환한다는 것이 아닌 음표로 기록되지 못한 행간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며 작곡은 곡 안에 인간의 감정 및 정신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뮤지아는 그럴 필요가 없다. 기술적인 면에서 우리 인간이 당해 낼 수 없다. 뮤지아는 끊임없이 최신 데이터를 업데이트 하고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면서 업그레이드 될 것인데 인간은 반대다. 어느 누구나 노화는 피해 갈 수 없고 그러면서 모든 기능이 퇴보된다. 

 인간의 예술세계를 존중하고 인간이 만든 독창적이고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스며 있는 음악을 들어야한다. 작품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대중성과 얼마나 인간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거기에 사람이 몰리고 주머니를 여냐는 경제성과 포퓰리즘을 지향하면 결코 인간은 기계를 이길 수 없다. 기계는 정확하고 정밀하게 수백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수집된 막대한 생체측정 데이터와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생산해 낼 것이지만 인간은 자신의 창의적 자율성을 중시하고 추구할 것인데 그걸 다른 인간이 식별하고 알아줄때만이 진정한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게 된다. 인간이 만든 것과 기계가 만든 것의 차이를 식별하지 못하고 익숙하고 편한 음악, 좁은 세계에 갇혀 탐미와 감상의 수고를 기울이지 않는 세뇌에 익숙해지는 건, 인간성의 상실이자 기계에 의존하는 삶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우리가 후손들에게 전하고 가르쳐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닌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고 수많은 정보를 조합해서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한 후 마음균형(Mental balance)을 유지하는 법이다. 그런 영육간의 조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음악이요, 음악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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