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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 2014, 게오르그 짐멜 저, 김덕영 옮김, 길
 돈이란 무엇인가, 2014, 게오르그 짐멜 저, 김덕영 옮김, 길
ⓒ 도서출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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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중 과반이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서라도 감옥에 가겠다는 여론조사가 나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돈이라는 것이 가지는 가치의 크기를 새삼 느낄 수 있는 결과이기도 했다.

현대 사회는 돈이 지배하는 사회다. 빈곤, 일자리 부족, 워라밸, 부동산 등 한국사회의 주요 문제들 역시 그 중심에 '돈'이 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몇가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재벌들은 더 큰 자산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한다.

과연 그들이 돈이 부족하기에 더많은 부를 얻고자 하는 것일까. 그건 분명 아닐 것이다. 돈은 한계효용이 적용되지 않는 개념이 된 것이다. 우리는 왜 돈에 끝없이 집착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 한 사회학자는 매우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한다. '돈의철학' 이라는 저서로 알려진 게오르그 짐멜이 그 학자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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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목적행위라는 범주를 통틀어 이처럼 수단이 목적으로 고양되는 심리학적 특성이 돈에서만큼 순수하게 나타나는 중간항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가치 있는 다른 대상들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에 의해 가치를 가지는 것들 중에서 도너럼 그 가치가 그렇게 완전히 그 대상 자체로도 전이된 경우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29*)

* 이하 표시되는 인용 페이지는 모두 『돈이란 무엇인가』(2014, 게오르그 짐멜, 길) 에서 인용된 내용임을 밝힌다.
 
돈은 어떻게 힘을 얻었을까

 현대 사회인들은 돈에 대해 끝없는 탐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짐멜의 분석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결과가 만든 현상이 돈에 대한 끝없는 탐욕이라는 것이다. 
돈이란 것은 원래 교환의 도구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유용성을 갖는다. 

 돈에 부여된 인위적 가치는 물물 교환의 도구로써 활용되는 것이 돈의 본령이라는 것이 짐멜의 주장이다. 돈에 의한 교환이 물물교환보다 활용성이 높은 지점은 교환 당사자 간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린다는 점에 있다. 

 어떤 서비스를 맞교환 하거나, 물건 간의 교환이 발생된다면 교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작용하게 되는데, 돈은 객관적으로 지표화 된 객체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감정이 교환에 작용될 여지를 줄인다는 것이 짐멜의 분석이다. 즉, 돈은 교환이라는 행위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는 것이 짐멜의 주장이다(35-46). 

 
돈을 만든 사회, 돈이 만든 사회

짐멜은 로마의 해방노예들이나 전세계의 유대인들이 사회 속에서 받는 차별을 피해 돈을 활용해왔음을 지적한다. 물물교환을 했다면 차별을 받았겠지만 돈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통해 이들이 받게될 차별을 최소화 했다는 것이 짐멜의 주장이다. 
 
"돈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모든 인격적인 것과 특수한 것을 절대적으로 유보한 채 개인들을 결합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가르쳐주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합형식이지만  실은 가장 지대한 문화변동과 진보 가운데 하나이다."(62)

현대사회에서 위와 같은 돈에 의한 거래가 보편화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경제, 사회관계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장시켰다. 이는 시장의 크기 자체의 확대로 이어졌고 자본주의는 보다 확장되었다(47-65). 

*주객전도. 교환의 도구에서, 삶의 목적으로

 돈에 의한 교환의 보편화는 인간들이 지는 모든 것들을 돈에 의해서 평가되도록 만들었다. 위와 같은 현상의 심화는 돈만이 유일한 가치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돈을 통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기에 객체가 가지는 가격이 곧 그 객체의 가치로 등치되어버리게 된 것이다(69-101).
 
"돈은 단지 최종적인 가치들에 이르는 다리에 불과하며, 사람이 다리 위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수단이 목적에 압도되는 현상은 모든 보다 발저난 문화의 군본적인 특성이자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72)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돈은 모든 것과 교환될 수 있으며, 돈은 법적으로 보호되는 배타적 소유권으로 수용되어 왔다. 돈을 소유한다는 것은 모든 객체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힘'이 된 것이다. 

그렇게 돈은 교환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목적이 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돈을 사용하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사회 속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 짐멜의 통찰이다(154-90).

 
ⓒ 강성준
 
*신이 된 돈

 짐멜은 돈과 신을 비교하며 이 둘의 공통점을 제시한다. 돈과 신은 모든 것을 통일시켜 볼 수 있는 하나의 관점으로 기능한다. 또한 고난 속에서 품게 되었을 때 심리적 안정을 준다. 결과적으로 돈과 신은 최고 원리로서 전능함을 보유한다(52-54). 

 개인들은 신을 믿어왔지만, 이제는 돈을 믿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은 신 대신 돈을 모시게 되었다. 돈에 대한 무한한 욕구는 돈의 기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돈에 대한 무한한 욕구는 돈 자체를 경외시 하게 된 사회변화 속에서 나타난 현상인 것이다. 돈을 소유한다는 것은 곧 신의 전능함을 보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31-287).

 결과적으로 돈은 소유자의 지위나 평판과는 무관하게 모든 것으로 교환될 수 있다. 돈은 모든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전능함인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은 단순히 필요로 하는 물체를 화폐를 통해 획득하는 것을 넘어 이 전능함을 얻고자 돈에 대한 욕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현대 사회인은 돈의 지배 아래 놓여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돈이 곧 행복은 아니지만 돈은 자유를 주며, 자유는 행복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돈이 곧 행복을 줄 확률이 높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짐멜의 분석해낸 돈에 대한 경외감은 오늘의 '나'의 삶이기도 하다. 우리는 위와 같은 돈에 의한 지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돈이란 무엇인가

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옮김, 길(2014)


태그:#게오르그짐멜, #짐멜, #돈이란무엇인가, #돈의철학,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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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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