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 스틸컷

영화 <사바하>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사바하>는 인물과 사건의 흐름이 끊임없이 전복되며 관객들로 하여금 혼란을 경험하게 한다. 관객이 무엇을 믿든 그것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의 배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A라고 믿었던 것이 B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선과 악이 뒤섞여 있고 믿음의 실체는 그 모습을 바꿀지도 모른다.

<사바하>는 '사슴동산'을 중심으로 한 신흥 종교 집단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나선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 분)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박정민 분)과 쌍둥이 동생 금화(이재인 분)를 마주하게 되고, 진실을 밝히고자 점점 사건 속으로 파고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귀신이나 괴물을 연상케 하는 초자연적인 것들이 등장하지만 기독교와 불교, 무속신앙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지며 오컬트 영화인 듯 아닌 듯 독특한 영화가 탄생했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 <검은 사제들>로 영화계에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사제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구마의식을 하는 사제라는 설정으로, 이전에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구체적이고 새로운 영역을 선보였다. <사바하>가 종교를 주제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종교를 소재의 한 부분으로 채택하기 때문에 신을 믿는 인간에 대한 성찰도 담겼다.
 
 영화 <사바하> 스틸컷

영화 <사바하>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사바하>는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이라기보단, 무언가를 믿는 인간의 가지각색 행태를 조명하고 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추리물에 가깝다. 오컬트적인 요소가 분명 있지만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관객의 몰입을 돋우는 주변 요소로 보인다.

지난 13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이정재는 "이 영화는, 보신 분들께서 각자 가지시는 느낌과 생각하는 주제가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시사를 본 어떤 이는 "완전 추리물이네"라고 말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다리가 떨릴 만큼 무서운 오컬트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든 자유고, 열려 있다.

이 영화는 다소 철학적인 생각거리도 던져주는 듯하다. 거의 모든 것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순 없지만, 작은 예시로써 목사스러운 것과 목사스럽지 않은 것이 뒤집히기도 하고 사랑과 미움이 그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선과 악, 믿음과 불신, 정의와 부정, 자비와 잔악 등 극단의 것들이 부단히 전복과 반전을 일으키면서 내가 지금까지 굳건하게 믿던 것들이 과연 맞을까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자연 현상이든 사람의 심성이든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불교적 시각이 잘 반영되었으며, 때문에 이 영화의 주제는 '변함'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 <사바하> 스틸컷

영화 <사바하>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우리가 고정관념처럼 갖고 있는 이미지들이 실은 허상일 수 있다는 암시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가령 스님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면서 관객 머릿속의 고정화된 이미지를 하나하나 깨뜨린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게 이치라면, 변하지 않는 이미지 안에 갇힌 허상들을 계속 깨뜨리고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믿고 있는 게 정말 진실인지 묻는다. 또한 보이는 게 전부인지 묻기도 한다.
 
<사바하>는 단지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무섭다'는 감정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영화는 아닌 듯 싶다. 종교란 것을 만들고 그것에 헌신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믿음이란 것이 때론 얼마나 맹목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장 감독이 자신의 투영이라고 밝힌 박목사를 통해 여러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이야기의 힘이 강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이야기가 주도적으로 흐름을 이끌어간다. 장 감독은 애초부터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만들기로 생각하고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줄 평 : 믿음의 크기만큼 당신은 흔들릴 것이다
평점 : ★★★★☆(4/5)

 
영화 <사바하> 관련 정보

감독 : 장재현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출연 :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유지태, 정진영 등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22분
개봉 : 2019년 2월 20일
 
사바하 박정민 이정재 장재현 이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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