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만장일치로 헌액된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는 빠른 공과 컷패스트볼 만으로도 통산 652세이브를 기록했다. 빠른 공이 시속 135km가 채 넘지 않는 '느림의 미학' 유희관(두산 베어스)도 KBO리그에서 6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다. 야구 전문가들이 늘 강조하는 '다양한 구종과 빠른 공'이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나라에서는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아마추어 투수가 모든 구단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물론 프로 입단 후 훈련을 통해 구속이 증가하는 투수들도 더러 있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어깨는 선천적으로 타고 난 재능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구단들은 강한 어깨를 가진 신인들을 지명해 조련을 통해 기둥 투수로 키우려 한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두산에는 장원준이나 유희관, 김승회처럼 제구력이 좋은 베테랑 투수들이 있는 반면에 연차가 쌓였음에도 여전히 제구를 잡지 못해 헤매는 투수들도 있다. 함덕주, 이영하, 박치국, 박신지 등 젊은 투수들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이들에게 2019년은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바로 '부산에서 온 파이어볼러' 최대성과 잘할땐 '홍삼', 못하면 '홍도라지'가 되는 홍상삼이 그 주인공이다.

롯데-kt가 포기한 강속구 유망주, 두산에서도 위태위태

최대성은 부산고 시절 좌완 장원준, 잠수함 이왕기와 함께 부산고 마운드의 트로이카로 이름을 알렸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2차 2라운드(전체 9순위)로 연고팀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았다. 1차지명 장원준과 2차 1순위 김수화가 선발 투수의 잠재력을 인정 받은 반면에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최대성은 '제구력을 갖출 경우'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입단 당시만 해도 정복하기 쉬운 영역으로 보였던 '제구력'은 선수 생활 내내 최대성의 앞을 가로 막고 있다. 특히 2006년 즈음에는 이왕기, 가득염과 함께 야구팬들로부터 '이왕기름 넣을 거 최대성능으로 가득염'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최대성의 불안한 제구력은 악명이 높았다. 워낙 제구력이 나빠 '최대성은 몸 맞는 공만 조심하면 무조건 볼넷'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을 정도.

최대성은 2007년 41경기에서 3승2패7홀드 2.67을 기록하며 오랜 약점을 고치고 드디어 롯데 불펜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부족한 유연성 탓에 최대성의 팔꿈치는 고장이 났고 2008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후 군복무로 인해 4년이나 공백을 가졌다. 최대성은 복귀 시즌이었던 2012년 8승 8패 1세이브 17홀드 3.59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지만 이듬해 다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는 등 여전히 심한 기복을 보였다.

결국 최대성은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신생팀 kt 위즈로 이적했지만 트레이드 후 5경기 만에 평균자책점 20.25를 기록한 후 팔꿈치 통증 재발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kt에서도 2년 넘게 1군 등판을 하지 못한 최대성에 대한 야구팬들의 기대는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두산은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최대성을 1라운드로 지명했다. 하지만 최대성은 작년 시즌 두산에서도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70으로 반전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최대성은 2019 시즌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돼 다시 기회를 얻었고 15일 지바롯데 마린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시속 152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물론 최대성은 롯데 시절부터 스프링캠프에서 위력적인 공을 던지다가도 정작 시즌이 시작되면 와르르 무너졌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덧 한국 나이로 35세가 된 최대성은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을 가지고 1군에서 생존하기 위해 선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13년 '한폭삼' 사건 이후 5년 동안 부진, 올해는 씻어야 한다

충암고 시절 미추홀기와 봉황기 우승과 함께 MVP에 선정됐던 홍상삼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2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홍상삼은 프로 2년 차 시즌이었던 2009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9승을 올리는 등 순조롭게 성장했다. 당시만 해도 홍상삼은 그 해 세이브왕과 신인왕을 석권한 이용찬, 그리고 오랜 재활 끝에 작년 11월에 방출된 성영훈과 함께 '두산 마운드의 미래'로 불렸다.

2009년 깜짝 활약 이후 2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홍상삼은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kt위즈 잔류군 투수코치)가 부임한 2012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12년 불펜 투수로 변신해 53경기에 출전한 홍상삼은 5승 2패 1세이브 22홀드 1.93의 성적으로 리그 정상급 우완 불펜 투수로 떠올랐다. 홍상삼은 2013년에도 5승 4패 5세이브 9홀드 2.50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3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2차전에서 한 이닝에 폭투 3개를 기록하는 사건(?) 이후 홍상삼의 제구는 크게 흔들렸다. 2014년 12경기에서 3패 만을 기록한 홍상삼은 군복무 후 복귀 시즌에 5세이브를 올렸지만 여전히 한 순간 제구가 흔들리는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홍상삼은 2017년 1승, 작년 1승 만을 기록한 채 사실상 김태형 감독의 1군 불펜 구상에서 제외됐다.

군복무 기간을 포함해 5년 동안 이어진 부진에 두산팬들도 홍상삼에 대한 기대를 거의 버렸지만 김태형 감독은 올해도 홍상삼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15일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 홍상삼은 2이닝 1실점으로 비교적 준수한 투구를 펼쳤다. 1회 2사 후 몸 맞는 공과 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내주긴 했지만 2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시속 147km에 달하는 빠른 공의 위력도 여전했다.

두산은 셋업맨 김강률이 부상을 당하면서 불펜에 구멍이 뚫렸지만 베테랑 배영수와 권혁을 영입했고 김승회, 윤명준 등 기존 선수들도 건재하다. 홍상삼이 올 시즌 7,8회를 책임지는 부담스런 역할을 맡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홍상삼이 올해도 1군보다 퓨처스리그 경기에 더 자주 등판하는 투수가 된다면 2020년 스프링캠프 명단에 홍상삼의 이름이 들어갈 거란 보장은 없다. 그만큼 2019년은 홍상삼에게 절실하고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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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최대성 홍상삼 강속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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