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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 로스쿨 학생들의 총학생회인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이하 '법학협')는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법학협은, 낮은 합격률 하에서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되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불가능해졌으니 로스쿨을 정상화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49.3%였고 오는 4월 발표될 제8회의 합격률은 그보다 낮은 4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위 집회에 지지를 보낸 현직 변호사들이 있다. 학생들의 요구는 기득권 변호사들 이익에 다소 반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왜 이들은 변호사의 진입장벽 안에 들어와 놓고도 장벽 밖의 학생들을 지지하는 것일까? 상식에 가까운 '화장실 나가면 안면바꾸기의 법칙'을 깨는 이해 불가의 '비정상 변호사'들을 만나보았다. [기자 말]

 
 교육부 사무관 당시 박종훈 변호사의 모습. 박종훈 변호사는, 자신과 같이 전공분야를 법과 결합시키는 로스쿨형 변호사가 현재의 로스쿨에서는 배출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부 사무관 당시 박종훈 변호사의 모습. 박종훈 변호사는, 자신과 같이 전공분야를 법과 결합시키는 로스쿨형 변호사가 현재의 로스쿨에서는 배출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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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총궐기대회를 마치고 후속조치를 준비 중인 법학협TF팀 앞으로 편지 한 통이 왔다. 자신을 '교사 하는 변호사'라고 밝히며 "변호사로서도 교사로서도, 로스쿨 정상화를 지지한다'면서 "로스쿨 학생들을 응원한다"고 하였다. 독특한 이력의 그가 교사와 변호사의 지위 모두에서 로스쿨을 말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만나봤다.

다음은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에서 만난 박종훈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선생님 하는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지금 교사로 근무하는지?
"교원 자격증과 변호사 자격증을 모두 소지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기간제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교사자격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담임선생님 덕이 크다. 보통 담임선생님들은 첫 상담시 성적이 어떠냐, 부모님은 뭐하시냐 이런 걸 묻는데 이분은 '등하교 길에는 어떤 생각을 하니?', '살면서 가장 환희에 찬 순간이 언제였니?' 뭐 이런 걸 물어보셨다. 그때 내가 한 대답도 기억난다. '1999년에 롯데가 플레이오프 올라갔을 때'라고 대답했다.

선생님과의 2학년 1년이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이 선생님처럼 하면 나 같이 인생에 크게 흥미가 없던 학생들에게 행복한 학창시절을 줄 수 있겠다', '나도 이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돼야 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것이 사범대학으로 진학해 교사자격을 취득한 계기다."

- 그러면 변호사 자격은 어떻게 된 건가?
"교생 실습을 모교로 갔는데, 교무실에서 보니 학생 때 보지 못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교사가 학급 단위의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는 있대도 그것만으로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는 없다는 어떤 한계를 체험했다. 그냥 교사가 되는 것만으론 답이 아닌 것 같아 고민하게 됐고 그 상태로 군대에 갔는데, 육군 법무실로 가게 되어 법무관 형들과 2년 동안 생활하게 됐다. 

그런데 그 형들한테서, 교원 임용고사에 군 가산점이 있었는데 백날 집회를 해도 바뀌지 않던 것이 헌법재판소 결정 하나로 위헌이 됐단 사실을 들었다. 와,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법이라는 게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정말 좋은 도구가 되겠다', '법을 수단으로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로스쿨에 진학했다. 이처럼 나에게는 로스쿨이나 변호사 자격증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한 수단이었다."

- 변호사 자격이 있음에도 현재 중등학교 교사로 있는 이유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사무관(팀장)으로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법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에 열중했었다. 서울시교육청 본청 팀장이면 학교 입장에서는 되게 힘이 센 사람이다. 내가 결재한 공문이 서울시 모든 학교에 내려가게 되니까. 그런데 일선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교육청이 학생 인권만 강조하니 죽겠다'고 하고, 학생들을 만나보면 학생들은 '학교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진보적 시민단체는 '학생인권센터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비판하기 일쑤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내가 아무리 교육과 법의 전문성을 모두 짜내 심혈을 기울인 학생 인권 정책안을 만들어내도 현장에서의 실현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다. 직접 내 손으로 법을 아는 교사로서 학생 인권에 주력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1월, 교육청에 사표를 내고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생존경쟁에 특화된 비열한 법조인 양산되는 것 같아 걱정"

- '변호사 자격이 있는 교사'라는 점이 참 특이한데?  
"많은 이들이 신기해 하는데, 사실 이런 나의 모습은 '로스쿨형 변호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교육과 법의 교집합 부분은 교육만 알거나 법만 알아서는 다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로스쿨 3기인 내가 로스쿨에 다니던 당시 나 같은 경우는 참 많았다. 의사가 로스쿨을 거쳐 의료 전문 변호사가 됐고, 기자가 또 로스쿨을 거쳐 언론 전문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경우가 드문 것 같다. 아무래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법과 결합하고자 로스쿨에 들어가는 경우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 이는 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인 것 같다."

- 법학협에 응원 편지를 보낸 이유는?
"로스쿨의 위기에 공감하기에 후배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어서였다. 앞서 언급한 '선생님이자 변호사', '의사이자 변호사'와 같은 전문적 내지 융합적 법조인이 갈수록 줄어든 것도 로스쿨 위기 중 하나인 듯하다.

변호사시험 합격점이 지나치게 높아져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됐다는데, 요즘 같은 때에 교대 나온 친구가, 교사하던 친구가 굳이 로스쿨에 진학하려고 할까? 또 진학한대도 로스쿨에서 교육법에 특화된 법조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나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 하지만 그간 문제 해결에 크게 나선 일은 없었다. 어린 학생들의 인권과 초·중등 교육 문제에 집중하느라 로스쿨의 문제에 크게 관심을 못 가지기도 했고, 그 문제 해결이 자연히 이뤄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문제 해결이 자연히 이뤄질 거라고 믿었다니, 무엇을 믿었다는 건가?
"내가 로스쿨 다닐 때도 특성화 교육의 상실 같은 문제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과도기적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법시험이 정식으로 폐지되고 법조인 양성과정이 일원화되면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도 자연스럽게 정상화되고 또 그러면 로스쿨의 특성화되고 전문적인 교육도 제대로 이뤄질 거라 믿었다. 

로스쿨 1기 졸업 당시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1400여 명, 연수원에서 배출한 수 1000여 명으로, 전체 변호사 자격자는 2400여 명이었다. 이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자연히 로스쿨에서 2400~2500여 명을 배출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최근 로스쿨의 상황을 접하고 놀랐다. 사법시험이 폐지됐음에도 '합격생 수'를 1600명 정도로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변호사시험이 운영된다니 충격이었다. 이러니 로스쿨의 교육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 '교사인 변호사'로서 로스쿨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로스쿨의 과도한 경쟁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쟁'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왜 경쟁하는가?'와 '어떤 경쟁인가?'이다. 로스쿨 제도는 사법적으로는 연수원 기수 타파 등 사법개혁으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교육적으로는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다 끊고 혼자 고시 공부 통해 좁은 관문을 통과하여 출세하는 사법시험체제를 타파하고 교육으로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변호사를 양성하는 '법조인 양성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로스쿨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본래 변호사시험의 취지는 '자격시험'이다. 즉, 교육으로 양성해야 할 변호사의 자격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서 로스쿨이 변호사들을 교육하면 된다. 즉, 변호사시험에서의 경쟁은 본질적으로 '나와의 경쟁'이어야지, '타인과의 경쟁'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로스쿨생들은 '타인과의 경쟁'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다."

- 타인과의 경쟁에 집착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좀 더 설명해 달라.
"그 경쟁 속에서 법조인으로서의 진정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자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과도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게 되고, 또 법조인의 인성 함양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로스쿨에서 법조인이 되려면, 내 옆 친구를 밟고 올라야만 하고, 수많은 사회문제 약자의 아픔은 애써 모른 척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만 한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과 관련해 전국 로스쿨 학생회에서 성명조차 내지 못한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또 로스쿨 관련 각종 커뮤니티에서 지방대 로스쿨이나 하위권을 비하하는 글들이 난무하는 것도 그 예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저 살아남아야 하기에 생존경쟁에 특화된 비열한 법조인이 지금 양산되고 있는 것 같아 현재의 경쟁적 교육 이후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다양한 법조인 만들어내는 로스쿨의 순기능이 사라지는 것에 주목해달라"
   
- 로스쿨 재학 시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로스쿨 교육이 많이 달라졌는지?
"현 로스쿨이 앓고 있는 '고시학원화'라는 병은 마치 우리 사회의 오래된 병인 대학입시병과 증상이 같아 보인다. 중고등학교에서 학력고사든 수능이든 줄 세우기 선발시험이 작동하는 순간 모든 정상적인 교육 과정들은 왜곡되고 작동되지 않게 된다. 로스쿨도 마찬가지다.

나는 로스쿨 3기였기 때문에 재학시절 인권법이나 법철학, 법사회학, 법사상사 및 공법 분야의 심화 과목 등 평소에 관심 있는 교육 관련 특수한 법 분야들과 관련된 과목들을 수강하며 교육과 법의 접목 분야에서 활동할 준비를 하는 (그래도 지금보다는 정상적인) 로스쿨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시험이 정원고정형 선발 고사로서 한층 완고하게 자리잡으면서 지금의 로스쿨은 고3 교실이 된 듯하다. 오직 '살아남아야 하는 변호사시험을 위한 전쟁터'가 된 거다."

- 로스쿨 교육 및 변호사시험의 개선 방향은?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라는 취지를 망각하고 합격자 수를 정하고 있는 것 자체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의 규모나 법조시장 등을 감안해 적정 법조인의 수가 어느 정도라고 하는 주장들이 완전히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합격자 수를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자격시험'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 변호사들의 생계문제가 가볍지만은 않지만, 그것은 전통 송무시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변호사 시험'으로 성취해야 할 '절대적인 자격'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통과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자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는 방법으로 합격자의 수를 제한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절대적인 자격'을 설정해야 한다. 또, 만약 전면적인 절대평가가 실시된다면 한 해에 볼 수 있는 변호사 시험의 횟수를 좀 더 늘리는 것도 좋겠다 싶다. 그리고 다섯 번 탈락할 경우 변호사시험 제한 응시를 하는 악법도 폐지해야 한다."

- 절대적 자격을 정해 변호사가 늘면 당장 본인에게 불이익할 수 있는데?
"적정 변호사의 수가 얼마인지, 변호사의 생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변호사 시장만이 불황인 것은 아닐 뿐 아니라, 로스쿨 시대에 변호사의 가치는 과거처럼 상대적인 높은 급여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변호사의 급여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직장에 다니는 분들 중에는 그래도 자기 전문성을 가지고 생활하는 변호사의 삶을 부러워하는 분들이 꽤 많다. 단순히 대우나 급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또 기존에 변호사가 진출하지 않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나만 해도 아니 왜 변호사가 기간제 교사를 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지만 반대로 '변호사인 교사'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교폭력, 인권교육, 교권문제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법과 교육의 교집합 영역은 '법조인이자 교육인'인 이들을 필요로 한다.

변호사는 무조건 로펌에 들어가거나 개업해서 송무를 담당해야 하는 게 아닌 거다. 로스쿨 시대의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 '변호사인 교사' 같은 새로운 유형의 법조인들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었다. 따라서 앞서 지적한 로스쿨의 현재 문제들을 시정하고 어서 로스쿨을 정상화하여 그러한 전문적인 변호사 양성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로스쿨 학생과 법조계, 시민 등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시민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다. '변호사인 교사'처럼 다양한 법조인 만들어내는 로스쿨의 순기능이 사라지는 것에 주목해 달라고. 또 로스쿨에는 금수저 아닌 그냥 평범한 이들이 대다수인데 이들이 지금 잘못된 관행 속에서 너무 고통받고 있으니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목소리를 내 달라고.

교육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비법조인 교육도 마찬가지다. 또 법조계가 어떤 이들로 구성되는가, 그 역시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모쪼록 로스쿨이 정상화되어 우리 법조계를 보다 다양하게 만들고 보다 국민들에게 가까운 법조인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WHY 로스쿨? WHY 로스쿨정상화?' 연재기사 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은선 기자는 현재 로스쿨 재학생이며, '로스쿨 정상화'를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원고료는 전액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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