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계간지 <딴짓>의 발행인인 프로딴짓러가 소소하고 쓸데없는 딴짓의 세계를 보여드립니다. "쫄지 말고 딴짓해!" 밥벌이에 지친 당신을 응원합니다.[편집자말]
"나도 치킨집 하게 되는 거 아냐?"

회사원들의 결말이라는 치킨집. '기승전 치킨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출판사에서는 기승전 출판사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치킨집은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문턱 낮은 자영업으로 여겨진다. 회사는 나왔지만 당장 먹고살 만한 길이 없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영업을 떠올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 인구수는 무려 688만 명. 전체 취업자의 25.4%에 해당하는 수치란다. 그러나 자영업 시작이 만만한 건 아니다. 보증금과 인테리어비, 월세, 권리금까지 생각하면 수천만 원쯤 깨지는 게 우습다. 

그런데 20만 원으로 가게 사장을 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20만 원이라니? 2000만 원을 잘못 쓴 거 아니야? 혹자는 이렇게 물을 법도 하다. 내가 운영하는 북바(Book-Bar) '낮섬'에서는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했다. 낮섬은 홍대입구와 가좌역 사이에 있는 작은 바다. 누구라도 20만 원만 있으면 가게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두 달 전부터 요일가게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일가게를 운영하는 낮섬
 요일가게를 운영하는 낮섬
ⓒ 박초롱

관련사진보기

 
요일가게는 일주일에 한 번, 요일을 정해 자신이 가게를 운영해 보는 일종의 '팝업스토어'다. 요일가게의 운영료는 하루 5만 원. 한 달에 20만 원이면 한 주에 한 번씩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 5만 원에는 가게 이용료와 전기세, 관리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지금은 총 3명이 일주일에 3일 동안 요일가게를 운영한다. 나머지 4일은 원래 낮섬의 목적대로 북바(Book-bar)로 운영한다. 요일가게를 맡은 3명의 가게는 모두 성격이 다르다. 수요일에는 바(bar)로, 토요일에는 일본어 강의로, 일요일에는 매번 바뀌는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는 학원으로 운영한다. 

수요일에 요일가게를 맡은 일웅씨는 원래 배를 타는 선원이었다. 바텐더를 해보고 싶어 이곳저곳을 알아보던 차에 낮섬의 요일가게를 알게 됐다. 평소에도 집에서 종종 칵테일을 만들어 보곤 했던 터라, 남들에게도 자신의 칵테일을 시험해 보고 싶었단다.

토요일에 요일가게를 맡은 인천씨는 '정인천의 일본어 교실'을 운영한다. 일본에서 8년간 회사를 다닌 경험을 살렸다. 인천씨의 원래 직업은 사회복지사다. 평일에는 노인을 위한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주말이 되면 일본어 선생님을 한다. 일종의 '투잡'인 셈이다. 

일요일 사장인 최은진씨는 매회마다 달라지는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한다. 드로잉, 음악해설, 신발커스텀 등의 프로그램을 연다. 최은진씨의 원래 직업 역시 회사원. 회사 생활 말고 삶이 활력을 불어 넣어줄 새로운 실험을 해 보고 싶어 시작했다. 

요일가게를 하게 된 건 일주일에 5일 이상 바를 여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바 외에도 매거진 발행, 출판워크숍 등 다른 하는 일이 많았다. 낮밤으로 일하다 보니 몸이 상했다. 그렇다고 인테리어를 마치고 집기를 다 들여놓은 공간을 놀리자니 아쉬웠다. 

그때, 예전에 인터뷰했던 상수동의 '하다프로젝트'가 생각이 났다. 잡지 때문에 상수동에 있는 요일가게인 '하다프로젝트'의 정다운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일곱 번 사장이 바뀐다는 그곳에서는, 나중에 정식으로 론칭해 자신의 가게를 차린 사람도 있었다. 요일가게가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 일종의 실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회사도 인턴사원이 있고, 전문직도 수습 기간이 있는데, 자영업은 왜 밑바닥부터 모두 처음 시작해야 할까? 미리 시도해 볼 수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가게 운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들어,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생각이 났다. 처음 낮섬을 오픈할 때는 '권리금'이라는 말도 들어만 봤지 시세를 알지 못했다. 냉장고는 무엇을 사야 하는지, 제빙기 소음이 왜 중요한 고려요소인지, 메뉴를 어떻게 구성하는 게 효과적인지는 운영을 하면서 차차 배워간 것이었다. 
 
 요일가게를 운영하는 낮섬
 요일가게를 운영하는 낮섬
ⓒ 박초롱

관련사진보기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려운 사회다. 한 번 발을 삐끗하면, 안전망 없이 밑으로 굴러떨어지기 쉬운 나라다. 천천히 돌다리를 두들기기에 요일가게는 꽤 괜찮은 사업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계속하고 있다. 일주일에 오일을 고정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이 힘들어 머리를 짜낸 것이었지만, 요일가게를 운영한다고 해서 내 일이 적어지는 건 아니었다. 공동으로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주방과 화장실 등을 끊임없이 청소해 주어야 했고, 냉장고 관리도 따로 해야 했다. 매출과 카드수수료 등도 문제였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시행착오를 통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 될 일이다.  

낮섬에서 요일가게를 시작한 사람들이 모두 잘 되어서 이곳을 떠난다면 좋겠다. 어쩌면 잘 되지 않더라도, 기회비용을 줄인 것이라 생각해준다면 좋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나는 황교안의 삭발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