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8월 프랑스 리그 앙의 AS 모나코에서 활약하던 박주영(FC서울)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 FC로 전격 이적했다.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은 맨유에 버금가는 명문 구단에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를 보내게 됐다. 아스날은 새로 합류한 박주영에게 공격수 번호인 9번을 달게 했고 축구팬들은 프리미어 리그를 누빌 '양박'의 활약을 기대했다(하지만 아스날에는 9번에 대한 슬픈 전설이 있었으니).

박주영은 2011-2012 시즌 리그 1경기를 포함해 한 시즌 내내 6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이듬해부터는 스페인의 셀타비고와 잉글랜드 2부리그의 왓포드FC,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 리그까지 임대 생활을 다녔다. 결과적으로 아스날의 박주영 영입은 전력 보강이라기 보다는 한국팬들을 유입하기 위한 '홍보'에 가까웠고 그마저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아스날과 박주영의 인연은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그로부터 7년 6개월이 흐른 지난 14일 K리그의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의 공격수 응우엔 콩 푸엉을 임대 영입했다. 이미 르엉쓰언쯔엉(부리람 유나이티드)의 실패사례가 있었기에 인천의 베트남 선수 영입을 곱지 않게 보는 축구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작년 베트남 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준 선전을 돌아 보면 보면 인천이 베트남의 주전 공격수 콩 푸엉을 단지 '홍보'의 목적으로만 영입한 걸로 보이진 않는다.
 
 작년 베트남 돌풍을 주도했던 콩 푸엉은 올해 K리그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작년 베트남 돌풍을 주도했던 콩 푸엉은 올해 K리그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 인천 유나이티드 FC

 
2018년 베트남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주전 공격수

2018년 베트남 축구의 약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초부터 AFC U-23대회에서 8강에서 이라크, 4강에서 카타르를 꺾고 준우승을 차지한 베트남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 바레인, 시리아를 차례로 꺾고 아시안게임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11월에는 '동남 아시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무패 우승을 차지하며 '베트남 돌풍'의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어린 시절부터 베트남의 연령별 대표팀에 뽑혔고 2015년에는 베트남 프로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던 콩 푸엉은 응우옌 꽝 하이와 함께 베트남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한 공격수다. AFC U-23 대회에서 8강 이라크전 선취골을 기록하는 등 준우승의 주역으로 맹활약한 콩 푸엉은 아시안게임에서도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하는 등 특유의 빠른 움직임을 선보였다.

승승장구하던 콩 푸엉은 베트남이 10년 만에 우승, 역대 최초의 무패 우승을 차지했던 스즈키컵에서도 말레이시아전과 라오스전에서 골을 기록했다. 콩 푸엉은 필리핀과의 4강 2차전에서도 스코어를 2-0으로 벌리는 추가골을 터트리며 베트남의 결승진출을 이끌었다. 말레이시아와의 결승에서는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콩 푸엉이 꽝 하이와 함께 베트남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콩 푸엉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는 윙포워드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옮겨 이라크와의 조별리그와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골을 기록했다. 박항서 감독은 168cm, 65kg으로 피지컬은 다소 부족하지만 발군의 순간 스피드를 갖춘 콩 푸엉의 폭발력을 믿었다. 실제로 콩 프엉은 아시안컵 기간 동안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돌파를 선보이며 상대적으로 꽝 하이가 부진했던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의 공격을 이끌었다. 

빠른 스피드로 체격의 약점 극복하는 윙포워드, K리그 적응 여부는?

AFC U-23대회부터 아시안컵까지 베트남 축구는 아시아 무대에서 저력을 증명했고 아시안컵이 끝난 후 주력 선수들의 해외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베트남의 골문을 지켰던 당반럼 골키퍼가 태국 1부리그 4회 우승 경력의 무앙통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해외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첫 해외 진출이었다. '베트남 메시' 꽝 하이는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유럽 진출을 모색했다. 

꽝 하이가 유럽이라는 큰 무대를 노렸다면 작년 베트남리그 득점 4위(12골)에 올랐던 콩 푸엉은 조금 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작년 K리그 클래식에서 9위로 잔류에 성공한 인천 유나이티드로 임대 이적한 것이다. 인천은 작년 10월 스즈키컵을 앞두고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온 베트남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콩 푸엉을 눈 여겨 보기 시작했고 스즈키컵과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을 지켜 보며 영입을 결심했다.

콩 푸엉은 작은 체격의 한계를 빠른 발을 이용한 뛰어난 돌파력으로 극복한다는 점에서 작년 시즌 인천에서 20개의 공격 포인트(14골6도움)를 기록했던 문선민(전북현대)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물론 K리그의 정상급 공격수였던 문선민의 빈자리를 바로 메울 순 없겠지만 인천 구단과 팬들은 콩 푸엉이 문선민의 대체자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인천은 지난 2015년에도 베트남 출신의 미드필더 쯔엉을 영입한 바 있다. 하지만 쯔엉은 인천과 강원FC에서 활약한 2년 동안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단 6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2017 시즌이 끝나고 베트남으로 복귀한 쯔엉은 아시안컵이 끝난 후 태국리그로 이적했다). 스피드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체격이 작은 콩 푸엉이 아시아에서 빅리그에 속하는 K리그의 강한 압박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확률도 적지 않다.

지난 14일 인천 송도호텔에서 열린 콩 푸엉의 입단식에는 베트남 대표팀의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코치를 비롯해 주한 베트남 대사, 호앙 아인 잘라이 FC의 단장, 그리고 베트남 대표팀의 동료 선수들도 참석했다. 그만큼 콩 푸엉의 K리그 진출은 베트남 축구계의 화제거리라는 뜻이다. 작년 아시아 축구계를 놀라게 했던 베트남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가 올해 K리그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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