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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모르고 지냈습니다.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라는 곳과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

얼마 전부터 마음이 자꾸만 쓰입니다.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앞길과 이곳에서 억울하게 해고된 장수군민들, 제 이웃들의 앞날이.

인구 2만 안팎인 장수군에서 최근에 참 어이없고도 낯선 일이 벌어졌습니다. 군이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노동자 전원 해고'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것도 해고 날짜를 고작 며칠 앞두고 구두 통보를 했답니다. 장수군청소년상담센터를 민간 위탁으로 바꾸겠다는 명분을 내밀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일터를 되살리고, 일터로 돌아가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외침이.  점심때마다 군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촛불시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정말 죄송하고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일터를 되살리고, 일터로 돌아가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외침이 인구 2만 안팎 장수군에서 시작됐습니다.
 일터를 되살리고, 일터로 돌아가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외침이 인구 2만 안팎 장수군에서 시작됐습니다.
ⓒ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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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와도 계속됩니다. 군청 앞에서 펼쳐지는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눈이 와도 계속됩니다. 군청 앞에서 펼쳐지는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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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곳은 장수에서도 남쪽으로 가장 끝자락. 읍내까지 가자면 30분쯤 차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읍내로 가는 버스도 너무나 드뭅니다. (도시의 30분과 시골의 30분은 체감 시간도 거리도, 하늘과 땅 차이처럼 크기만 합니다.) 산골짜기에 사는 한 사람에겐 읍내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현장이 너무나 멀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곳저곳에서 전해주는 소식들을 들으며 마음만 애면글면 지내던 어느 날,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에 해고자 분들이 운영하는 임시 청소년 상담소에 찾아갔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분이 계셨습니다. 무려 26년이나 이 센터에서 일했다던, 무려 '달랑 하루' 앞두고 구두로 해고 통보를 당했다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님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해 해고자 분들이 임시 상담소를 열었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해 해고자 분들이 임시 상담소를 열었습니다.
ⓒ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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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26년이나 이 센터에서 일했는데, 무려 ‘달랑 하루’ 앞두고 해고를 통보 당했다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님은 환한 얼굴로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무려 26년이나 이 센터에서 일했는데, 무려 ‘달랑 하루’ 앞두고 해고를 통보 당했다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님은 환한 얼굴로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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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이 추운 겨울에 일터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날마다 거리에서 시위하느라 힘들 텐데요. 그럼에도 무척 환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들려줍니다. 마을 언니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분이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짧은 만남을 가진 뒤로 자주 어른거리던 그 얼굴을 다시금 마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며칠 전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상화를 위한 일일찻집과 주점'이 열린 것이지요. 일 년에 서너 번 갈까 말까 한 장수 읍내를 이십여 일 만에, 그렇게 두 번째 발걸음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읍내에 자주 나간 건 몇 년 만에 정말 처음이었다죠! 

음식 준비로 바쁜 팀장님, 저를 보더니 환하게 웃어 주시네요. 딱 한 번 봤을 뿐인데도 기억해 주셔서 고맙고 죄송하고 그랬어요. 일일주점 하는 곳 문을 확 여는 순간, 가득 들어찬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장수군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가?'

학생들부터 아주머니 아저씨, 그리고 수녀님들에 이르기까지 장수에 6년 넘게 살면서 생전 처음 보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하는데 이 일은 꼭 잘 풀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며칠 전 ‘장수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상화를 위한 일일찻집과 주점’이 열렸습니다.
 며칠 전 ‘장수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상화를 위한 일일찻집과 주점’이 열렸습니다.
ⓒ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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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고된 노동자들이 정말 밝고 신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제가 다 힘이 불끈불끈 나더군요.
 해고된 노동자들이 정말 밝고 신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제가 다 힘이 불끈불끈 나더군요.
ⓒ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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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손발이 닳도록 열심히 일하는 분들, 장수군청소년상담센터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얼굴들도 그제야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밝고 신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제가 다 힘이 불끈불끈 나더군요.

뭔가 뿌듯한 마음으로 열심히 먹고 마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매상 올리는 일뿐이니까요. 일일주점을 준비한 분들께 참 고마웠습니다. 이렇게라도 마음 보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어제는 2월 14일, 목요일이었습니다.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상화를 위한 다섯 번째 촛불을 든 날입니다. 역시나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당신들이 손에 든 그 시리도록 아름다운 촛불이 장수군 청소년들과 장수군을 살리고, 무엇보다 이 땅에 탄압받는 또 많은 노동자들의 앞날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줄 것입니다. 작은 산골짜기를 벗어나 수분재 고개 넘어 당신들을 만나러 갈 기회가 다시금 찾아오겠죠. 그날이 오기 전에 당신들께서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2월 14일, 목요일.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상화를 위한 다섯 번째 촛불을 든 날입니다.
 2월 14일, 목요일.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상화를 위한 다섯 번째 촛불을 든 날입니다.
ⓒ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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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장수 농민회에서 이 일을 두고 군과 면담을 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수군에 대해서도, 장수 군수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꼭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감이 뭉게뭉게 피어납니다. 하늘 같은 밥을 일구는 농민들도 '아니라고' 하는 이 사태를, 장수군도 장수 군수도 '잘못했다고' 인정할 날이 곧, 금방 다가올 거라고 말이지요.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 할머니의 할아버지까지. 농민들과 더불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장수군도 장수 군수도 그 정도는 알 테니까요. 하늘 같은 농민들마저 거역하면, 그게 어떤 죗값으로 돌아올지.

'사람은 하늘이다' 외쳤던 수많은 동학농민군의 함성이, "WTO(세계무역기구)가 농민을 죽인다"고 외치며 멕시코 칸쿤에서 스러져 간 이경해 열사의 혼이 켜켜이 서린 장수 땅에서 감히 하늘 같은 군민들을, 노동자들을 탄압하다니요. 그것도 군이 앞장서서 말이지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네들도 아마 알 것입니다. 분명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늘 같은 밥을 일구는 농민들도 ‘아니라고’ 하는 이 사태를, 장수군도 장수 군수도 ‘아니라고, 잘못했다고’ 인정할 날이 곧, 금방 다가올 거라고 믿어 봅니다.
 하늘 같은 밥을 일구는 농민들도 ‘아니라고’ 하는 이 사태를, 장수군도 장수 군수도 ‘아니라고, 잘못했다고’ 인정할 날이 곧, 금방 다가올 거라고 믿어 봅니다.
ⓒ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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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상담사들 가운데 모든 게 금방 해결될 거라 믿고, 사무실 짐을 집으로 옮기지 못하고 아직껏 차에 싣고 다니는 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 애틋한 짐을 다시금 노동자의 땀과 정성 어린 소중한 일터에 내려놓을 수 있도록, 제가 사는 장수군의 땅과 하늘이 먼저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앞날을 지켜 줄 거라 믿으며 마음속으로 가만히 외쳐봅니다.

"장수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노동자 여러분, 힘내세요! 다시 일터를 되찾고, 청소년들과 더불어 새로운 꿈과 이야기를 펼칠 그날이 머잖아 다가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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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타 치며 노래하기를 좋아해요. 자연, 문화, 예술, 여성, 노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산골살이 작은 행복을 담은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를 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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