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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교양과목인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수업의 2018년 2학기 수강생들이 1. 지역사회 현장에서 또는 지역에서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는 내용과 2.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로 해보고 결과를 남긴 수기 콘텐츠입니다. [편집자말]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처음 대학교에 입학한 2013년 3월. 대학에 오면서 춘천에 처음 왔다. 내가 진학한 춘천의 한림대학교는 내가 예상하고 바라왔던 대학교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학교 안의 언덕과 시설, 서울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교수진과 장학금 제도는 대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과분한 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수업시간과 수업시간 사이 빈 시간이나 학교가 끝난 후 대학가 앞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혹은 커피 한 잔을 제대로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은 서울보다 많이 부족했다. 서울 출신인 내가 느낀 춘천의 가장 큰 단점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간 뒤 돌아온 학교의 모습은 조금 충격이었다. 2년 만에 돌아왔음에도 학교 앞은 PC방과 브랜드 있는 카페 하나만 새로 생겼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저 학교 앞의 편의시설, 문화시설에 대한 불평만 하면서 학교를 떠날 준비를 했었다. 그러던 중 마지막 학기에 듣게 된 <지역사회와 서포터즈>라는 수업에서 춘천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알게 됐다.

학교와 가까운 약사·명동지역의 육림고개를 가본 후 "한림대학교 앞에도 이런 도시재생사업이 생겼으면 좋겠다.", "대학교 앞이라는 특성을 살려 청년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 사업은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4년간 학교 앞 상점들을 다니면서 생각하고 불평했던 많은 고민들을 쏟아내어 풀어봐야겠다"라는 욕심이 생겨 춘천시 시민제안 톡톡에 글을 올리게 됐다.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 아이디어는 지난 4년 동안 춘천에서 생활한 지역주민으로, 그동안 경험했던 아쉬움들을 반영했다.

크게 ① 대학교 앞에 먹거리나 놀거리,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생각과 ② 춘천은 수도권지역과 가까움에도 이런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③ 수도권지역에서 춘천지역 대학에 진학한 통학/자취/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참여시키지 못하는 부분 등이 제안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고민을 반영해 춘천시에 새롭게 진행된다는 교동·조운동 지역 도시재생사업 효율성 향상 방안을 제안했다. 제안서에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시작으로 개선방안과 추정되는 기대효과를 담았다.
 
춘천시청-톡톡제안에 ‘춘천시 교동·조운동 도시재생사업 효율성 방안’ 제안 캡쳐
 춘천시청-톡톡제안에 ‘춘천시 교동·조운동 도시재생사업 효율성 방안’ 제안 캡쳐
ⓒ 오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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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조운동·교동 도시재생사업 지역과 한림대학교, 약사·명동의 거리. 사진 = 네이버 지도 활용.
 <그림 1> 조운동·교동 도시재생사업 지역과 한림대학교, 약사·명동의 거리. 사진 = 네이버 지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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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문제점 : 지역 대학생들은 알지도 못한다

한림대학교 재학생의 입장으로 봤을 때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약사·명동(육림고개)을 제외한 다른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정보와 실질적으로 사업에 대한 알려진 바가 없는 것이다.

특히 법적주민이 아닌 거주주민(기숙사생/자취생), 생활주민(통학생)의 경우 학교 주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수업시간에 진행한 가벼운 조사를 살펴봐도 춘천 출신이 아닌 대학생들은 명동거리를 지나가 본 경험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장소에 가는 길조차도 몰랐다. 기존의 도시재생사업도, 춘천 지리도 몰랐으며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된 교동·조운동지역 도시재생사업은 존재 유무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지역 대학과 학생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사업

이러한 현실 속에서 생각한 교동·조운동 도시재생사업의 개선방안은 대학가에서 몇 분 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대학생과 청년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다.

실제 약사·명동지역을 탐사해본 결과, 도시재생사업과 춘천시의 청년 정책이 잘 어우러진 부분, 춘천중앙시장이나 지하상가 같은 상권이 근처에 위치했다는 것, 춘천에 위치한 두 종합대학과 가깝다는 부분을 살려 약사·명동지역 도시재생사업을 토대로 교동·조운동지역을 연결한다면 대학생들의 관심과 방문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 교동·조운동엔 어떤 도시재생사업이 가능할까? 예를 들자면 한림대학교에서 기획하고 장려하는 학생/청년창업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 춘천시정부와 한림대학교(LINC+사업단)가 협력해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초기자본을 일정액 지원해주거나 빌려주어 초기 청년 창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대학생/청년들이 창업하는 아이템의 경우 철저하게 대학생 중심으로 진행하고, 지역 대학생들의 생활영역 확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핵심은 학생들의 생활 영역 확장

대학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보통 한림대학교 학생들의 경우 아래로는 삼운사, 위로는 향교까지가 주 생활 영역이었고, 음식점과 술집을 중심으로 한 대학가 상권도 이 범위 밖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대 대학생 창업자들이 제시하는 아이템의 경우 동류집단 즉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으며, 대학에서 인큐베이팅하고 학생회가 참여하며 시정부에서 심사/지원한 특색 있는 사업 아이템이 마련된다면 학생들의 생활권이 확장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즉 기존 생활권의 끝인 향교를 넘어오게 하는 것을 목표로, 교동 주택가와 조운동 권역까지 학생들이 움직인다면, 이들을 약사·명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림대학교 기숙사생과 교동·조운동에 살고 있는 자취생들의 참여를 유도를 목표로 새로운 도시재생사업을 구상하는 것이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2016년 강원도내 대학의 신입생 출신지 비율은 수도권 출신 (62.6%), 강원도 출신(30.3%)로, 한림대학교와 강원대학교는 수도권 출신 학생이 각각 69.3%와 강원대 62.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림대학교를 기준으로 재학생 중 27%이상(약 2743명)이 한림대학교 기숙사를 이용하고 자취생의 비율이 7~8%(예상) 정도 되어 약 35%의 학생들이 춘천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춘천에서 생활하고 있다. 허나 학교 앞 볼거리나 구경거리 같은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며, 약사·명동지역의 육림고개까지 움직일 정도로 그 장소에 매력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기숙사, 자취방과 가까운 교동·조운동에 학생 맞춤형 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15분 내외의 거리인 약사·명동으로 확장해야 한다.

대학생의 참여만으로 홍보가 된다

또한 대학생들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사용 정도와 활용 능력은 다른 연령대 대비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이점을 살려 학생들의 자발적인 방문을 통한 SNS 게시를 비롯해 학교 및 시정부에서 관련 SNS 공모전 또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그 파급력과 홍보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방문자 한 명 한 명이 최소 친구 1명에게라도 입소문을 낸다면 교동·조운동 지역을 인지하고 있는 학생의 비율이 대략 35%에서 45%~50%까지 상승하고 명동 지역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 때문에 방문과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수도권 지역의 학생의 지인과의 정보 공유로 인해 타지역 사람들에게도 발빠르게 홍보할 수 있다.

결국 기존 사업과의 연결이 중요

마지막 개선방안으로 각 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사업 구상이 있다. 약사·명동 지역과 춘천시청 사이에 교동 조운동 도시재생사업을 다리처럼 연결구간을 만들어 가는 길목마다 춘천로드맵(가칭)을 만들어 같이 홍보하는 방안이다.

약사·명동/교동·조운동/춘천시청을 연결해 청년 문화 중심지역으로 지정하고, 시청에서는 문화/예술/공연/전시 행사를 비롯한 지역명사 특강 등의 공간 역할을 하고, 약사·명동은 먹거리/놀거리, 교동·조운동은 볼거리/즐길 수 있는 거리로 놓고 특화시킨다면 길목마다, 골목골목마다 소소하지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생길 것이다. 즉 새롭게 추진될 조운동·교동 도시재생은 기존 도시재생사업과 학생 생활권, 춘천시정부를 연결하는 청년 중심 문화 공간을 창출하는 토대로 활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참여의 파급력은?

위의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한림대학교 재학생들이 참여했을 때의 기대효과를 추정해봤다. 네이버를 통해 확인한 2017년도 한림대학교 기숙사 모집인원을 바탕으로 현재 기숙사 정원과 자취생 수를 더해 춘천에서 거주하는 한림대생의 수를 추정했다. 자취생의 수는 모집인원보다 초과된 인원+추정한 자취생의 인원을 합한 값이다. 기대효과 추정에 대한 인원 기준은 아래의 <표 1>과 같다.
 
<표1> 인원을 기준으로 추정한 대학생 참여의 파급력
 <표1> 인원을 기준으로 추정한 대학생 참여의 파급력
ⓒ 오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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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기반으로 단순히 한림대학교 기숙사생 및 자취생이 교동·조운동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장을 방문해 친구와 함께 아메리카노 한 잔을 먹는다고 치면 매달 인원의 30% 정도만 방문해도 월 평균 약 9백만 원, 1년 평균 1억 8백만 원의 누적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식사의 경우 이 두 배, 식사와 커피를 함께한다면 이 세 배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만약 '연인, 가족들이 함께한다면?' 상권이 안정화되고 규모를 키워 '경춘선·ITX청춘 이용자들이 유입된다면?' 이라는 부분도 생각하면 월 최대 1억 이상, 연 10억은 추가적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까? 춘천시 전체 인구의 1.4%에 달하는 한림대 학생들이 보다 행복하게 소비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까?

학교를 떠나며, 춘천을 떠나며

4년이라는 대학생활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시간 속에서, 한림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학교 앞의 발전을 생각해봤지만 "나 혼자 무슨 힘으로 한림대학교 앞을 발전시킬 수 있겠어. 춘천이 이렇지 뭐."라며 생각을 접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같은 한림대학교 학생으로, 그들과 같이 학교 생활을 하고 지낸 학생으로서 학교 앞에서 느낀 학생들의 불편함과 고충과 한림대학교 앞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대신하여 이 제안을 썼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림대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학교 앞에 상권이 잘 조성되어있는 홍익대학교의 시작도 한림대학교 앞의 상권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림대학교와 홍익대학교 앞 상권의 차이점은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우린 학교가 작은 대신 홍대 앞부터 신촌역 전까지 다 홍익대학교야!"라고 하는 자부심이 있고 학생들의 자랑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서울시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씨앗의 시작은 작으나 그 결과의 크기는 자연이 좌우하거나 농부가 좌우한다. 정부의 실제적인 도움을 받아도 실패하고 다시 몰락하는 도시재생이 있는 반면 정부의 작은 노력에도 주민들과 주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물론 춘천시 교동·조운동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씨앗에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춘천시도 한림대 1만여 명의 대학생에게 정성을 기울인다면 도시재생사업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민과 학생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재생사업. 나는 4년 동안 춘천의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졸업하는 한 학생에 불과하지만, 5년 후, 10년 후에 후배들은 한림대학교 학생 생활에 더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림대학교 앞 도시재생사업에 만족하며, 춘천시에 만족하며 졸업할 때 "아...이제 학교를 떠나지만 정말 그리울거야.."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 학교를 떠나며, 춘천을 떠나며 학교와 춘천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제안을 남겨본다.

태그:#지역을 배우다, #춘천시, #지역사회 서포터즈, #춘천시청 톡톡제안, #춘천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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