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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3일 오후 10시52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초 취재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초 취재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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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여 만에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2월 언론계의 대표적 '미투(Me too)'로 떠들썩했던 이진동 전 티브이(TV)조선 부장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 전 부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미투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의 특정인사를 지목하면서, "'심인철'이라는 가공의 이름을 써가며, '미투 인정하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해당인사는 박근혜 특검 부대변인을 지낸 A 변호사로 알려졌다.

A 변호사는 이에 대해 11일 <오마이뉴스>기자에게 "이 전 부장과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이 전 부장에게) 피해자의 '친인척' 변호사라고 소개한 말을 잘못 알아 들은 것"이라며 "협박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이 전 부장은 1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기자생활을 수십 년 했던 사람이 '친인척'이라는 말과 '심인철'이라는 이름을 헷갈려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에 그에게 확인요청했을 때는 '자신이 아니다', '피해자를 모른다'고 부인했었다"면서 "기자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친인척'이라는 용어로 궁색한 해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 변호사도 반박했다. 그는 이 전 부장에게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건넨 것에 대해, "집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이 전 부장이) 갑자기 전화를 해왔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해서 '모른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전 부장이) 마치 나와 피해자 사이 관계를 의심하면서 무슨 치정관계로 몰아세우는 것 같은데, 그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전 부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2차피해' 운운하는 것은 그쪽(A 변호사가)에서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왜곡하는 것"이라며 "(A 변호사는)공무원 신분으로 사실상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가공의 변호사를 내세워 협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왜 다시 1년전 사건을 끄집어냈나

이 전 부장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를 이끌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인물이다. 지난해 2월 국정농단 보도 과정을 담은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을 낸 직후 돌연 회사에 사표를 냈다. 당시 뉴스타파는 피해 여기자의 '미투' 주장을 보도했고, 월간조선은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사를 삭제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었다. 이 전 부장은 지난해 월간조선을 허위사실에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1년 여 만에 그가 다시 '미투' 사건을 끄집어 낸 이유는 뭘까. 이 전 부장은 "물론 이 사건을 꺼내는 것 자체가 여전히 부담스럽고 쉽지 않았다"면서 "또다시 사실관계를 따져야하는 상황에서 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에겐 여전히 미안하고 부끄러운 허물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럼에도 '사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허물을 '미투 가해자'와 파렴치범으로 몰아서 한 개인을 완전히 파멸시키는 '악의적 미투'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악의적 미투'는 작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스타파의 보도와 이진동 전 부장 등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당시 2월 22일 이 전 부장은 후배 여기자로부터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후배 여기자는 이 전 부장에게 당시로부터 3년 전에 있었던 일을 거론하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 전 부장은 "당시 후배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문자를 받았고, 문제될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3년 전 '관계'에 대해 상처 받은 걸로 생각했었다"라면서 "과거 일을 따지기보다 감정을 달래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고, '상처받았다면 사과한다, 미안하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당시 <이렇게 시작되었다> 책 출간을 앞두고 회사쪽과 실랑이를 벌이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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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장은 "3년 전 사적인 관계가 알려지면, 국정농단 사건 취재 보도의 정당성까지 공격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개인적인 허물을 인정하고, 빨리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책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사실을 회사에 미리 알렸고, 사표도 회사에 이미 제출한 상태였다고 그는 말했다.

박근혜 특검을 불러온 기자가 특검 부대변인에게 협박당했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오자, TV조선쪽이 뒤늦게 이 전 부장의 사직서를 '미투인정 사표'로 둔갑시켰다는 것이 이 전 부장의 주장이다. 이어 다시 후배로부터 성폭행을 인정하고, 공개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 이 전 부장은 "사과와 함께 회사 사표를 내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지만, 성폭행을 한 사실은 없기 때문에 공개사과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로 다음날 후배의 휴대전화로 밤 11시께 변호사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다"면서 "미투를 인정하고 페이스북에 공개사과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밤 11시께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화한 것도 미심쩍었지만, 변호사라면 의뢰인의 의견이나 입장을 전달하면 될 일인데 그렇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전 부장은 "나중에 취재를 해서 알게됐지만, A 변호사는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다"면서 "후배의 법적 대리인을 수행할 수 없는 위치였으며, 자기 스스로 나에게 의뢰인이라고 밝힌 만큼,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 규정을 어겼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1년동안 미투 피해자로 알려진 후배는 '(자신은) 당사자가 아니다'며 사라지고, 의뢰인이라는 변호사는 불법을 감수해가며 나에게 미투를 인정하라고 협박한 뒤 숨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미르-케이 스포츠재단과 청와대 등을 상대로 저와 후배기자들이 한 연속보도였다"면서 "그런데 미투 가해자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저를) 협박한 사람이 박근혜 특검의 입 역할을 했던 부대변인이라는 사실에 정말 황당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A 변호사 "이 전 부장은 망상에 빠져있는듯... 명예훼손 여부 검토할것"

이에 대해 A 변호사는 "이 전 부장이 망상에 빠져있는 것 같다"면서 그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서 이 전 부장의 이야기를 듣고, 법률적 조언을 해준 것일 뿐"이라며 "이는 변호사법이나 공무원 윤리규정과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피해자가 갖고 있던 카톡 내용 등을 보면 이 전 부장의 범죄 혐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이 전 부장에게 악한 감정이 있어서 협박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 변호사는 이 전 부장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명예훼손 여부 등의 법률적 검토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부장의 글에 대해 당연히 명예훼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그 역시 자신의 주장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이진동 전 부장, #미투, #TV조선,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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