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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계간지 <딴짓>의 발행인인 프로딴짓러가 소소하고 쓸데없는 딴짓의 세계를 보여드립니다. "쫄지 말고 딴짓해!" 밥벌이에 지친 당신을 응원합니다.[편집자말]
영월은 오래 머무를수록 그 매력을 곱씹을 수 있는 여행지다. ⓒ 딴짓, 영월군청

영월(寧越). 영월의 한자는 편안할 녕에 넘을 월이라고 한다. 편안하게 넘어가는 고개라는 뜻이다. 강원도 영월에 대한 책 <그렇게, 영월>을 만드는 동안 영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영월이 가진 한자의 의미가 가장 와닿았다. 영월은 정말, 그 뜻 그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영월의 산은 참 부드럽다. 동네는 올망졸망하다. 늘 고요하고 편안한 마을이다. 머무르기도, 쉬어가기도 참 좋은 곳이다.    
     
수도권에서 평생을 보낸 터라 사실 영월과 연이 깊지 않았다. 영월과 연을 맺게 된 것은 영월군청에서 온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그즈음 나는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는데, 책을 만든다는 것이 소개된 것을 본 군청 관계자가 어찌어찌 나를 찾았다.

영월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녀는 영월의 매력을 젊은 사람들이 좀더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영월군의 요청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영월을 감성적으로 소개하는 책, <그렇게, 영월>을 만들게 됐다. 그 책을 만드는 반년 동안 당연한 것처럼 나는 영월을 사랑하게 됐다.
     
영월은 오래 머무를수록 그 매력을 곱씹을 수 있는 여행지다. 차에서 슬쩍 내려 감자떡만 사 먹고, 혹은 명승지만 잠깐 둘러보아서는 그 맛을 알 수가 없다. 하여, 영월에서 머물 만한 곳과, 가 볼 만한 곳을 소개해 보려 한다.    
     
#1. 마법처럼 나타나는 숲속의 집, 이후북스테이
 
이후북스테이 ⓒ 딴짓, 영월군청
 
헨젤과 그레텔이 살 것 같은 숲속의 집. 이후북스테이를 방문한 한 게스트는 이후북스테이에 대한 인상을 그렇게 남겼다. 이후북스테이는 영월군 영월읍에 있는 독채 펜션이다. 북스테이라는 이름 그대로 펜션 안에 좋은 책이 가득해서 책을 읽으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서울에 있는 독립출판 전문 서점 이후북스의 세컨드 브랜드란다. 최근에는 이후북스테이 바로 옆에 점숙씨라는 두 번째 펜션도 열었다.

영월읍에서 동강로를 곁에 두고 좁다란 시골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집 한 채가 나온다. 하얀 페인트로 칠해진 정원 문을 열면 잘 정돈된 정원과 책으로 가득한 집이 마법처럼 나타난다. 입구에 그려진 고양이는 책 <고양이의 크기>에 등장하는 3미터 크기의 고양이를 서귤 작가가 직접 옮겨 놓았단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독립출판물 위주로 구비돼 있다. 이곳에 묵는 게스트는 주인이 추천하는 독립출판물을 한 권씩 선물 받는다.

이후북스테이의 또 다른 특징은 아날로그식 아이템이 많다는 것이다. 턴테이블과 오래된 엘피가 즐비하다. 천혜영 대표의 큐레이션이다. 새로 오픈했다는 '점숙씨네'는 고급스러운 빈티지가구로 꾸며졌다.

천혜영 대표는 영월에 들르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청룡포와 단종 유배지를 꼽았다. 이름은 없지만 북스테이 밑으로 난 산책길도 좋단다. 강원도에 오면 배추전,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올챙이국수도 먹어봐야 한단다.    
     
#2. 우프(WWOOF) 농가, 내 마음의 외갓집
 
영미네 '내 마음의 외갓집' ⓒ 딴짓, 영월군청
 
책을 보며 푹 쉬었다면, 몸을 움직여 보는 건 어떨까? 우핑을 할 수 있는 농가 '내 마음의 외갓집'은 현지 사람들에게는 '영미네'로 불린다. 우프(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는 농가에서 하루에 4~6시간 일손을 도와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이다. 1971년 영국에서 시작돼 지금은 전 세계 143개 국가에서 시행한다.

한국의 우프 농가는 대략 50여 개. 그중 여섯 농가가 강원도에 있다. 그중 우프코리아 활동에 열심인 곳이 영월의 '내 마음의 외갓집'이다. '내 마음의 외갓집'은 SBS스페셜 <영미네 작은 식탁> 편에서도 나왔다. 이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날 우프코리아 서버가 다운됐을 정도다.

'내 마음의 외갓집'은 영월군 북면에 있다. 고개의 꼭대기에 있어 올라가는 길도 구불구불한 편이라 자차를 가져가는 편이 낫다. 그러나 도착하면 산세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신선이 사는 듯하다. 영미네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주인이 매일 정성스럽게 가꾸는 '정원'이다. 최근 몇 년간 가드닝에 푹 빠졌다는 주인 덕에 정원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다.

영미네에 머무르려면 숙박료를 내고 '민박'을 하거나 노동력을 제공하고 '우핑'을 할 수도 있다. 영미 대표는 집 근처의 밭에서 상추, 고추, 호박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우퍼는 무슨 일을 하면 되냐는 질문에 영미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풀 뽑아요. 그 다음 씻고 내가 차려준 밥 먹고 설거지는 우퍼가 하고. 그날그날 일거리를 나눠주죠. 열매 수확할 일 있으면 같이 하고. 저녁엔 자유롭게 지내요. 우퍼들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유기농 식단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거죠. 밥은 여기서 직접 만든 거로 요리해요. 곤드레밥하고 그때그때 제철 나물 한두 개, 김치, 생선 한 토막, 된장찌개 이렇게 먹죠."
       
#3. 영월 정착을 꿈꾼다면, 게스트하우스 '여행자의 노래'
 
영월 여행 ⓒ 딴짓, 영월군청

"시골에나 가서 살아볼까?" 서울살이에 지친 이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살아볼까. 작은 집을 짓고 뒤뜰에서는 고추나 상추를 심으면 어떨까. 뒷산으로 산책하러 다니면 행복하지 않을까. 아침 일곱 시 반, 신도림으로 향하는 지하철 2호선에 몸을 구겨 넣거나 꽉 막힌 테헤란로에서 옴짝달싹 못할 때면 정말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

여기, 서울내기들이 영월에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서울의 개인주의와 영월 커뮤니티 사이에서 우주정류장처럼 떠 있는 이곳은 북스테이이자 복합문화공간인 '여행자의 노래'다.
     
여행자의 노래는 영월에 있는 작은 마을 도서관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신옥미, 안형욱 부부는 이곳에서 작은도서관, 북스테이형 게스트하우스, 카페 겸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하루 묵으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봐도 좋다. 월요일 저녁에는 '여러시'라는 시모임과 기타 수업이, 금요일에는 '시와 별'이라는 독서모임이 열린다. 영월은 읍내의 상점조차 일찍 문을 닫지만 이곳에 머문다면 걱정이 없다. 4만 권이 넘는 책이 있기 때문이다. 그 상당수는 만화책이라 지역 청소년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영월의 전통음식인 다슬기 해장국에 질렸다면 이곳에서 파는 이탈리안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아지 다롱이, 두리, 일곱 마리의 고양이들과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여행에서 숙소 선택은 중요하다. 숙소는 단순히 몸을 쉬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곳, 지역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월에는 민박과 여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 이번 기회에 새로운 형식의 숙소에서 묵어 보면 어떨까? 책을 읽으며 산속에서 여유를 부릴 수도, 농사를 도우며 농가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처럼 귀촌을 고민한다면, 지역 사람인 것처럼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봐도 좋겠다.
 
영미네 '내 마음의 외갓집' ⓒ 딴짓, 영월군청
 
영월에는 오래 머무르며 곱씹어야만, 내려놓고 숨을 돌려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영월을 여행하려는 사람이라면, 혹은 영월에서 살기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며칠 여유를 내어 차근히 둘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뜨끈한 다슬기 해장국을 먹고 청록다방에서 차도 한잔하고, 산속의 이후북스테이나 트레인스테이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고 말이다. 다음에는 영월에서 가 볼만 한 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태그:#영월, #이후북스테이, #여행자의노래, #내마음의외갓집, #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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