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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교양과목인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수업의 2018년 2학기 수강생들이 1. 지역사회 현장에서 또는 지역에서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는 내용과 2.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로 해보고 결과를 남긴 수기 콘텐츠입니다. [편집자말]
한림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춘천에 왔다. 대학에 오기 전에는 사실 춘천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춘천에 온 뒤 춘천의 지리와 문화가 궁금해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춘천 마임축제도 알게 됐고, 춘천인형극제를 비롯해 춘천시에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2학기에 들은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수업을 통해 춘천지역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게 됐다. 이 수업의 중간과제는 교내를 중심으로 한 교동/옥천동/후평동 지역의 다양한 행사·전시·공연·특강 등에 참여하는 것이었고, 기말에는 활동 영역을 교외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중간고사를 기준으로 후반기 활동 계획서를 작성할 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해봤다. 지역 축제나 행사, 강연 등에 직접 참여하고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하거나 이를 기록할 수 있는 글을 블로그에 게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고 춘천지역을 위한 서포터즈 활동은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학에 오기 전까지 전공했던, 지난 10년간 배운 피아노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 내가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지역활동을 해보자. 이렇게 피아노 레슨 재능기부활동을 기획하게 됐다.

또 다른 이유로 다른 교양 과목을 통해 춘천의 문화예술 축제 관련해서 소식을 들으며 '참 문화 생활하기 어렵다'고 느꼈던 경험 때문인 것도 있다. 연극, 뮤지컬, 연주회 등은 모두 서울에 밀집되어 있고, 지방 공연은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내가 살던 양평, 내가 생활하는 춘천 같은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도, 실제 배우는 것도 대도시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 레슨 재능 기부 활동은 11월 7일부터 매주 두 번씩 진행했다. 대상자는 한림대 학우로 20대 초반의 학생들이었다. 레슨 장소는 한림대학교 생명과학관 4층과 학교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품 연습실'. 처음엔 3명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나, 참가자 한 명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2명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수업은 개인 레슨을 비롯해 음악 이론, 피아노 반주, 연주법 등을 같이 병행했다. 피아노를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악보를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음악 이론과 기초를 단단하게 배워 스스로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 활동의 목표였다.
 
악보에 따라 피아노를 치고 있는 재능기부 프로그램 참가자의 모습.
 악보에 따라 피아노를 치고 있는 재능기부 프로그램 참가자의 모습.
ⓒ 권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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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하면서 아이디어와, 재능으로 내가 생활하는 지역사회를 위해 나름의 서포터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기뻤다. 비록 소수를 대상으로 했던 활동이지만 이렇게 조금씩 지역 문화 관련 활동을 하면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활동을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나중에는 이렇게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보다 다양하고 많은 문화예술 활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점은 이론부터, 실기까지 복합적으로 알려주려고 하니 혼자하기에 버거웠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론이랑, 피아노를 같이 병행하여 레슨하려니 여러 가지 더 많이 알려주고 싶은데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첫 재능기부 봉사활동이었기에 서툴렀던 점이 아쉬웠다. 때론 혹여나 배우시는 분에게 잘못 알려주진 않았는지 걱정도 됐고,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은데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한 고민으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학습자분들이 음악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시간, 비용, 장소 등의 문제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쉬웠었는데 이번 기회에 배울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기뻤고 힘이 났다. 나혼자만이 아니라 남들과 나누는 기쁨은 배가 된다는 말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이번 활동을 통해 나의 아이디어 하나가, 내 행동들이 모여 춘천지역을 서포트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큰 기쁨을 느꼈다. 또한 수업에서 말하는 '내가 즐길 수 있는' 나에 대한 봉사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지역을 위한 봉사를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봉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나를 위한 봉사가 될 수 있구나하는 그런 인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올해는 피아노 재능기부 활동과 함께 지금 하고 있는 주 전공인 언어청각과 함께 병합하여 또 다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내 전공인 언어청각은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해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춘천지역 병원에서 연주회를 열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좋은 기회를. 그리고 올해 꼭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미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기에, 좋은 경험을 했기에.

태그:#지역을 배우다, #지역사회 서포터즈, #춘천, #음악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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