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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알리고 저지 운동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국민들의 영리병원 반대 목소리를 몇차례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2016년 8월 17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오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2016년 8월 17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오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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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사 원희룡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했다.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5년 박근혜에게 영리병원을 신청해서 복지부 승인을 얻어낸 것부터 영리병원 허가까지 모든 것이 잘못이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의 숙의 공론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어긴 잘못을 주로 다룬 글이 아직 없다.

영리병원? 돈벌이가 목적인 병원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민의 토론 끝에 나온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것과 그 황당한 이유로 들이댄 내용도 꼭 따져봐야 한다.

20% 차이로 영리병원 불허가 허가 의견을 압도했던 공론조사 과정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원희룡이 한 말은 "나무보다 더 큰 숲을 보기 위한 결정"이었다. 도민들은 시야가 좁기 때문에 자신이 도민 결정을 뒤집는다는 것이다. 도지사가 왕인가? 게다가 공론조사 결과를 따르겠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4번이나 한 원희룡이다.

나는 작년 7월 30~31일 공개토론회부터 10월 4일 끝난 숙의형 공론조사 과정에 한 번도 빠짐없이 영리병원 반대 측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다. 제주도가 영리병원 반대 측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공론조사 중에 공개하지 못하게 강제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여기서 간단히 설명하려 한다.

제주도민의 여론조사에 따른 도민 참여단 구성과 공론조사 결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13일 오전 서귀포시청에서 시민들과 경제·일자리 분야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3일 오전 서귀포시청에서 시민들과 경제·일자리 분야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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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조사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대개 1000명만 하는 여론조사를 3000명이나 했다. 그중에서 공론조사 참여단 200명을 모집하려고 그런 것이다. 그 200명이 두 달에 걸쳐 3번이나 휴일을 반납하고 16시간을 바쳐 토론했다. 모여서 무슨 예비군 교육받듯이 졸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찬반 측 패널이 발제를 하고, 참여단이 분반 토론을 하고, 다시 패널들에게 묻고 분반 토론을 하고... 이 과정을 무려 세 차례나 반복했다. 장난이 아니었던 공론조사 과정이었다.

그 시간에 영리병원 찬성 측에서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겠는가? 영리병원이 좋다고? 아니다. 그런 뻔한 거짓말은 장시간 토론과정에서 도민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영리병원 허가 측이 도민들에게 말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바로 원희룡 도지사가 큰 숲을 보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말한 바로 그 내용, 즉 영리병원 불허하면 녹지영리병원이 거액의 소송을 할 것이고 배상은 도민이 해야 한다는 협박, 그리고 제주도가 투자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 딱 이 두 가지.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영리병원 찬성 측 주장을 열 몇 시간이나 듣고서도 도민들은 영리병원은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것도 처음에는 무응답이 40%나 되었으나 가면 갈수록 반대가 많아져 최종적으로는 58.9% 대 38.9%의 20% 차이로 허가 반대 결정이 난 것이다. 휴일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말이다.(이 과정은 블로거 '워크투리멤버'님도 참여 후기로 남겨주셨다. 참고가 된다.)

정작 원희룡이 자신만 숲을 보았다던 그 문제를 도민들은 찬반 토론을 통해 숙의를 하고 결정했다. 배상은 안 해도 된다고(합법적 불허 결정에 무슨 배상?). 배상을 한다 하더라도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당신이 생각하는 그 면세점 JDC 맞다. JDC가 이번 공론조사에서 녹지병원을 대리해 영리병원 찬성 패널이었다)가 매년 수천억 원씩 버는 흑자로 물어내면 된다고. 나아가 설령 수백억 원을 배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영리병원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는 말자고!

도민들이 나무만 봐서 현명하지 못한 결정?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보험노조 등 99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재출범과 국내의료기관 우회 진출 녹지국제병원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보험노조 등 99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재출범과 국내의료기관 우회 진출 녹지국제병원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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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반대 이유 중 1위가 바로 "다른 국내병원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였던 것은 제주도민의 사려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위대했다. '육지 것'들이 아무리 관광지로만 취급하고 군사항구를 만들고 무시 천대를 해도, 그들은 한 나라의 의료를 생각했다.

이 도민들이 나무만 봐서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했다고? 그래서 자신이 바로 그 도민들이 거부한 그 이유를 들어 더 현명한 '고뇌에 찬' 결정을 내렸다고? 한마디로 도민들을 개, 돼지 취급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자, 이제 누가 개, 돼지 취급을 받아야 할지 보자. 원희룡은 무얼 했는가? 도민 뜻을 어기고 중앙정치인이 되려면 민주주의쯤은 가볍게 무시하라는 조중동과 매경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원희룡은 오히려 자신이 영리병원을 불허하면 당한다던 녹지병원의 소송을 당하게 생겼다. 실제로 녹지병원은 제주도와 원희룡을 대상으로 지난 14일 내국인 진료제한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더욱이 녹지병원이 애초 자신들은 병원을 할 생각도 없었다면서 제주도와 JDC에 병원을 인수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했는데 제주도와 JDC가 이를 묵살한 사실을 도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은폐한 것도 밝혀졌다. 거짓말까지 드러난 것이다.

녹지병원이 말한대로만 했어도 즉 녹지병원을 인수해서 공공병원으로 만들었으면 절대로 당하지 않았을 소송이다. 공론조사에서 도민들이 결정했던 내용 또한 똑같다. '영리병원철회 공공병원전환.'

결국 <중앙일보>가 논설위원까지 동원해 유혹했던('원희룡이 비겁하다') '중앙무대 리더 경쟁'에 뛰어들긴커녕 제주도지사 주민소환 의견이 설맞이 KBS 도민 여론조사에서 47.1%나 된다(영리병원 허가 결정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아니다. 녹지병원 공론조사위원회 불허 권고를 뒤집은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답한 비율은 68.9%다).

원희룡은 숲을 못 보도록 도민들에게 거짓말을 해댔고, 도민들은 원희룡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허가 반대'라는 올바르고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자, 이쯤 되면 누가 현명하고 누가 멍청한가는 명백하지 않을까.

[영리병원이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누가 문제인가, 제주도민인가 원희룡인가 http://omn.kr/1hfkd 
영리병원은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 시한폭탄이다 http://omn.kr/1hg8p
영리병원? 대한민국 사회에선 아주 참혹할 것이다 http://omn.kr/1hgpa
'간호사=돈의 노예' 될 수밖에 없는 병원 http://omn.kr/1hhax
영리병원의 미래, 잘린 두 손가락과 '1+1 공짜'? http://omn.kr/1hi8e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입니다.


태그:#영리병원, #제주도,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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