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42대 1. 2016년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평균 경쟁률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니 '로또 보육'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나은 보육을 제공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일부 국공립은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무조건 믿고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왜 일부 국공립은 학부모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걸까요? <오마이뉴스>가 그 이면을 추적했습니다. 앞으로 매일 12회에 걸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말]
2018년 7월 11일 <강원일보>에 춘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 관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시에 따르면 D시립어린이집은 정교사 9명 가운데 3명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수습기간 중 퇴직한 2명까지 포함하면 모두 5명이 갑작스럽게 그만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학부모는 입학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담임교사가 2번이나 바뀌면서 자녀가 정서적으로 불안해 한다며 시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시립어린이집 교사 줄사표 진실공방'이란 제목의 짧은 기사였다. 7월이면 D 국공립 어린이집이 개원(2018년 4월 30일)한 지 겨우 2개월여 지난 시점. 당시 <강원일보>는 "개원 2개월 만에 대거 퇴직하는 일이 벌어져 춘천시가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춘천시는 정말 조사에 나섰을까?

춘천시는 뭐 했나
  
춘천시청. 춘천 D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들은 춘천시의 관리감독 부실을 비판했다.
 춘천시청. 춘천 D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들은 춘천시의 관리감독 부실을 비판했다.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D 어린이집을 떠난 교사들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한 퇴직 교사는 "2018년 7월 초 시청에 방문해 민원을 냈지만 춘천시 담당 부서가 어린이집을 조사하거나 사태 파악엔 나서지 않고 오히려 원장에게 제보 사실을 알리는 등 비정상적인 일만 이어졌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시립어린이집 교사의 눈물 "원장 갑질 방관하는 시청").

그렇다면 춘천시는 뭘 했을까. 춘천시 보육아동과는 지난 1월 4일 <오마이뉴스>와 서면질의에서 '진상조사 실태'를 묻는 질문에 "2018년 7월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행정조사를 실시해 원장의 근로기준법 등 위법행위에 대해 시정조치(수당 지급 등) 했다"라며 "교사 요구안 수용 촉구 등 원장과 보육 교직원들의 갈등 중재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이어 "학부모 등과 면담을 진행해 학부모 사이에 떠도는 의혹 등에 대해 올바른 정보 안내 및 해결에 노력했고 학부모 민원이 다수 취하됐다"고 했다.

춘천시는 보다 구체적인 위반·조치 사항과 '2018년 7월 D 어린이집 교사들의 민원 이후 춘천시가 행한 조치'를 묻는 질문엔 "감사(지도·점검)에 관한 세부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D 어린이집의 한 전직 교사는 "춘천시는 문제가 생기고 난 뒤에야 '이제부터 감독 나가겠다, 시정조치 하겠다'고만 했다"라고 꼬집었다.

계속된 줄사직... 원장 "교사들 개인 이해 관계로 나간 것"

춘천시의 "갈등 중재 노력"에도 교사들의 이탈은 계속됐다. 2018년 7월 이후 3명의 교사가 추가로 원을 떠났다. <강원일보> 기사에 포함되지 않은 개원 전 교사 1명까지 합하면 개원 10개월도 안 되는 이 신설 어린이집을 떠난 교사만 총 9명에 이른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월 25일 전달받은 자료를 보면, D 국공립 어린이집 김아무개 원장은 9명 교사의 퇴직 사유를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김 원장에 따르면 교사들은 ▲ 건강 악화 ▲ 근로계약서 설명 시 (교사와 원장 간) 의사소통 차이 ▲ 교사 배우자의 반대와 육아 문제 ▲ 아동 간 깨물림 사고를 감당하기 힘듦 ▲ 원장 PC 자료 도용, 아동 투약 의뢰서 확인 소홀 등 과실에 대한 책임 ▲ 동료 교사들의 불인정으로 인해 힘듦 ▲ 동료 교사 사직에 따른 책임 ▲ 간편일지 도입 시기에 대한 불만 ▲ 징계 해고를 이유로 사직하거나 해고됐다.

징계 해고 교사 1명에 대해선 "(해당 교사는 춘천시로부터) 보육교사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고 영유아 안전보호 관리소홀과 사고 미보고로 인해 어린이집 운영에 지장을 초래해 해고된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교사들의 사직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교사간 갈등, 개인의 귀책 사유로 퇴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직 교사들 8명 접촉해 보니... 엇갈린 주장
  
춘천시 D 국공립 어린이집의 한 퇴직 교사. 이 교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원장의 갑질로 인해 어린이집을 떠났다고 했다.
 춘천시 D 국공립 어린이집의 한 퇴직 교사. 이 교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원장의 갑질로 인해 어린이집을 떠났다고 했다.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퇴직 교사들 말은 달랐다. <오마이뉴스>는 퇴직 교사 9명 중 8명과 연락이 닿았다. 이 가운데 원장이 제시한 퇴직 사유와 일치한 교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는 "다른 교사들로부터 동료 교사로 인정받지 못해 원을 나왔다"고 확인했다. 나머지 7명 교사는 자신이 해고되거나 어린이집을 떠난 이유로 김 원장을 지목했다.

D 어린이집에서 3개월여 일하다 퇴사한 A 교사는 "D 어린이집에서 일하기 전에 있었던 원에서 교사들 신고로 횡령이 드러난 적이 있는데, 제가 그곳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난 뒤부터 김 원장의 괴롭힘이 시작됐다"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원장실로 불러 말투나 청소 상태 등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그만두라며 모욕을 줬다"고 말했다. A 교사는 "원장이 평소에도 교사들 옷차림을 지적하거나 '살쪘으니 살 좀 빼'라는 등 갑질을 했다"고도 했다.

또 다른 퇴직 교사 B씨도 "원장 말에 무조건 '네' 하지 않는 교사는 찍히고, 한번 찍히면 교사가 나갈 때까지 괴롭혔다"라며 "자기가 원장실로 소환해 놓고는 교사가 아이들을 방치한다고 평가하고, 수시로 사인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C 교사는 "원장이 사인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는 눈이 예쁘지 않으니 같이 갈 수 없다', '선생님은 돈이 없나? 싫으면 왜 그만두지 않느냐' 같은 비상식적인 말을 했고, 결국 원을 나왔다"라고 전했다.

실제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녹음 파일에서 원장은 자신이 만든 서류에 서명을 거부하는 교사에게 "선생님이 떠날 거예요? '이거 쓰는 게 부담스러워 떠나기로 함'이라고 그냥 쓰고 마세요, 사인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머지 교사 4명도 각각 "원장이 언제든 교사를 자를 수 있다며 조롱해 더 이상 일하기 힘들었다", "원장의 언행으로 인해 불안했다", "조금 더 있으면 원장으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할 것 같았다", "원장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육업무 대신 청소와 창고 정리를 시켰다"며 퇴직 이유를 설명했다. 이중 징계 해고된 교사는 "시에 민원을 제보한 게 알려지는 등 원장 눈 밖에 난 후 원아 간 깨물림 사고를 아동학대로 몰아 해고까지 시켰다"면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낸 상태다. 이 교사는 김 원장이 해고의 주요 사유로 든 '춘천시의 교사 자격정지 2개월 처분'에 대해서도 법원 가처분 신청을 통해 '효력 정지'를 받은 바 있다. 행정처분 취소 여부에 대해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춘천시 D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한 교사. 이 교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원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에게 보육업무 대신 청소와 창고관리를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고 말했다.
 춘천시 D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한 교사. 이 교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원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에게 보육업무 대신 청소와 창고관리를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고 말했다.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퇴직 교사 중 한 교사는 원장의 갑질이 어린이집 퇴사 이후에도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교사는 "퇴직 후 새로 취업한 교육업체가 하필 D 어린이집과 특별활동 수업 출강이 계약된 곳이었는데, 작년 11월 D 어린이집에 대한 기사가 나온 이후 원장이 동료 강사를 통해 'OOO 선생님이 일하는 곳이니 거래를 그만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춘천시의 관리·감독 부실 논란을 다룬 2018년 11월 6일 <오마이뉴스> 기사(관련 기사 : 춘천시 시립어린이집 '내부고발' 유출 논란) 이후, 퇴직 교사를 '내부고발자'로 여긴 원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 교사에 따르면 원장은 "선생님 아니면 언론에 얘기한 게 누구냐", "내가 선생님에 대한 것들을 다 알고 있다"고 해당 교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다만 이 교사가 현재 일하고 있는 교육업체 측은 "2018년 12월을 끝으로 D 국공립 어린이집과 계약이 끝난 건 사실이지만, 통상적으로 계약 기간이 종료된 것일 뿐 부당한 계약 해지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그 선생님 때문에 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건 전혀 아니"라며 "업체 수업 내용이 어린이집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과 겹쳐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통해 해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언론 보도 이후 특정 교사에게 항의한 적이 있나'란 질문엔 "그저 '선생님이 신문사에 갔냐, 혹시 기자를 만났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해서 그냥 '그러냐' 하고 넘어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보육교사 7명이 어린이집을 떠난 이유로 자신을 지목한 것에 대해 김 원장은 13일 통화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춘천시의 부실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른다.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을 통해 <오마이뉴스>가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춘천시가 해당 시점까지 해당 국공립 어린이집에 지도점검을 나간 건 2018년 8월 1일 단 한 차례가 전부였다.
 
개원 전 무임금 노동·임금 체불도

퇴직 교사들에 따르면 D 국공립 어린이집에선 개원 전 무임금 노동과 임금 체불 문제도 있었다.

교사들은 "개원 전인 2018년 3월과 4월에도 어린이집에 출근해 문서 작업, 환경 미화, 회의 등 거의 매일 6시간 이상 일을 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했다"라며 "선생님들이 문제 삼고 나서야 원장은 한참 뒤인 6월경 100만 원씩 줬다"고 했다.
 
교사들과 달리 원장은 개원 전에도 임금을 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D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은 개원 전인 2018년 2월부터 4월까지 춘천시로부터 총 754만 300원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선생님들이 자의로 무보수로 일하며 개원 준비를 도운 것"이라며 "이후 선생님들 요청에 따라 자비와 수당을 포함해 100만 원여를 드렸다. 문제 될 것 없다"고 말했다.
 
신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개원 전 무임금 노동 문제가 발생한 건 비단 춘천뿐만이 아니다.

남 의원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 성동구·경기도 성남시·강원도 춘천시의 신설 국공립 어린이집 21군데를 조사한 결과, 개원 전 노동에 대해 교사들 임금을 지급한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남 의원은 지난 2018년 10월 29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처음 개원할 때 위탁자를 선정해 개원에 이르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개원) 2개월 전에 보육교사를 모집하는데 이 2개월 동안 보육교사에 대한 급여가 전혀 안 나간다고 한다"면서 "무급 노동이라면 너무하다. 보육교사가 있어야만 원장과 개원 준비를 함께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태그:#국공립어린이집, #춘천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줄사퇴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