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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생존자의 일상 복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정승훈 윤슬케어 대표
 암 생존자의 일상 복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정승훈 윤슬케어 대표
ⓒ 권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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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가 잘 안 돼 병원에 갔더니 암이라고 하더라고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 거죠."

정승훈(30, 윤슬케어 대표)씨는 2012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혈액암의 일종인 버킷림프종 3기 확진을 받았다. 공군 장교를 준비하던 그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배가 종종 아팠지만 위염 정도로 생각했어요. 암 발병 석 달 전 건강검진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거든요. 10km 마라톤을 상위권 성적으로 완주했을 정도로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죠. 장교가 돼서 학자금 대출도 갚고 전공(대기환경과학)도 살리려고 했어요. 군복무하며 대학원을 가면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죠."

정씨와 같이 최근 20·30대 청년층 암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사, 불규칙한 생활습관, 진단 기술의 발달 등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혈액암 발생자 수는 지난 2010년 7461명에서 2016년 1만29명으로 1.3배 증가했다. 이 중 20~30대는 1047명으로 10.4%를 차지한다.

혈액암은 크게 백혈병과 림프종으로 구분되며, 고열·호흡곤란·어지러움·피로감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나 조혈기관, 골수, 림프 등에 생기는 암으로, 위암·폐암·간암과 같은 고형암과 달리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림프종은 여러 아형에 따라 예후와 치료법도 다르며 버킷림프종의 경우에는 공격성이 강해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 주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복부와 양팔에 암세포가 퍼져있었고 허벅지 뼈에도 의심 가는 상황이었다. 그때부터 힘겨운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10kg 가까이 체중이 줄었고, 항구토제가 맞지 않아 매번 헛구역질에 시달렸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사람 생김새만큼 다양한 암... 운이 좋아 살았다
 
 투병 당시 모습, 4차 항암치료 후 야외에서 쉬고 있다
 투병 당시 모습, 4차 항암치료 후 야외에서 쉬고 있다
ⓒ 권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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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사는 것을 선택했다. 이 땅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살 것이라고 믿었다. MRI, 전신 CT, PET-CT, 골수검사 등 많은 검사를 거치면서도 과정을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항암제가 잘 맞아 암세포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6번의 항암치료 후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도 문제가 없어 퇴원할 수 있었다.

"저는 운이 좋았어요. 삶을 돌아볼 계기가 생긴 거죠. 암이라는 게 사람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해요.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암 환자 한 명 한 명에게는 각각 다른 이야기가 있어요."

투병하며 약해진 체력 때문에 그는 계단을 오를 때도 몇 걸음 오르면 몇 분은 쉬어야 했고, 대학원 원서를 쓰는 시기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대학원 진학은 결국 포기했다. 취업 서류 제출과 면접 심사 때는 군 면제 사유를 밝혀야만 했다. 암 투병을 밝히면 번번이 탈락 소식을 들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한 끝에 그는 혈액암 환자를 돕는 비영리단체에 입사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지원하게 된 거죠. 2년쯤 일한 뒤 직접 암 환자들을 돕겠다는 의지가 생겼어요. 알아보니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있어서 '윤슬케어'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치료종결 후 5년, 남극체험단에 선발돼 일반인 최초로 세종과학기지를 방문했다
 치료종결 후 5년, 남극체험단에 선발돼 일반인 최초로 세종과학기지를 방문했다
ⓒ 권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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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지만, 의료 기술의 발달로 암 유병자 가운데 70%는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암 환자가 치료 후 5년 넘게 재발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완치 판정을 내린다. 그러나 암을 이겨낸 '암 생존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트라우마로 복직, 취직 등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승훈 윤슬케어 대표는 치료를 마친 생존자가 원활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약제 지원 심사업무를 위탁·운영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정 대표는 "누구나 동등한 치료의 기회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경제력을 상실한 암 환자가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진로를 설계할 것"이라며 사업을 설명했다. 작년 3월에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8기에 선발돼 함께일하는재단의 멘토링과 창업 지원을 받았다.

암 환자들의 소소한 이야기... 세상에 알려져야 할 때
 
 암 환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투병생활 가이드 역할을 위한 상품 개발 중. 사진은 다이어리의 프로토타입 이미지
 암 환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투병생활 가이드 역할을 위한 상품 개발 중. 사진은 다이어리의 프로토타입 이미지
ⓒ 권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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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암 투병 경험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환우회 활동을 꾸준히 하고 환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그들의 니즈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거절감을 느껴 또다시 좌절하게 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암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나고 이마저도 환자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 함께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셜벤처와 힘을 합쳐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요."

정 대표는 참가자의 기초체력 증진과 자세 교정을 위해 소셜벤처 '마이리얼짐'과 운동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희망을 키우는 음악 교육은 '몽작소프로젝트'와 건강한 식단조절을 위한 영양 교육은 '텐먼스맘'과 함께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자연에서 힐링을 만끽하기 위해 숲 해설사와 동행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체 프로그램은 약 3개월간 진행되며 그룹별로 10명씩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암 환자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져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윤슬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이 주도적으로 '원하는 삶'을 그려내길 기대해요."

모두가 행복하길 기대하며 소셜벤처 '윤슬케어'를 창업했다는 정승훈 대표. 그는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하여 산다...나도 이상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다짐하였다'는 윤봉길 의사의 어록을 낭독하며 이상을 꿈꾸는 사회적기업의 발전과 행복을 꿈꾸는 암 생존자들이 앞으로 꽃길만 걷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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