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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첫 단독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발코니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단독회담 마치고 발코니 나온 북-미 정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첫 단독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발코니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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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8개월 만이다. 한동안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였지만 지난달 북미 양 정상의 친서 외교로 물꼬가 트인 듯하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부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금 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영철 방미부터 트럼프 발표까지 20일... "진검승부 위한 준비기간"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은 27~28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부터 날짜 발표까지 20일 걸렸는데 이 과정을 어떻게 보셨나요?
"지난 20일의 기간은 '진검승부를 위한 치밀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일로 간주하고 지난해 말부터 정교한 준비를 해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북미협상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으로 간주하고 준비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의 비핵화 실무협상 대표가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서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로 교체된 것입니다."

- 왜 그게 중요한 것인가요?
"먼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과정을 볼 필요가 있는데요. 그때 미국의 성김 대사가 필리핀 대사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아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을 실무적 협상 내용을 놓고 담판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렇다 할 결과물들이 나오지 않았었죠. 그렇기 때문에 1차 북미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이라는 평가는 받았지만, 비핵화로 가는 확실한 일정표를 짰다고 보기에는 초라한 성적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정상회담 이전에 있었던 최선희 부상과 성김 대사간 실무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했던 양 당사자들이 모두 물러났습니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대신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가, 미국에서는 성김 대사 대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등장한 것이죠. 김혁철 전 대사의 경우 기존에 북한에는 없었던 대미협상 특별대표라는 명칭을 달고 나오게 됐습니다.

김혁철 대표를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는 그가 젊은 시절 스페인 대사 등 요직을 거쳤다는 것뿐 아니라 과거 김정일 위원장 시절부터 핵 관련 대외정책과 대미협상에 깊이 관여해 온 인물로 분석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김혁철 대표의 등장은 '이번엔 반드시 정상회담 전에 성과 있고 내실 있는 결과물을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통해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지난해 6월에 싱가폴 센토사섬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은 하루였는데, 2차는 1박 2일 일정입니다. 긍정적인 걸까요?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지난 1차 정상회담 때는 두 정상이 마주한 시간이 4시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번엔 단독·확대 정상회담 등 정상회동이 두 차례 이상 가능하고 만찬도 가능합니다. 

첫날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었다면 둘째날 참모들과 숙의를 거듭한 끝에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 전 실무논의가 있겠지만 톱다운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안들 모두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이른바 '빅딜 협상'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할 수 있습니다."

"비핵화-상응조치의 구체적 일정표 마련할 것"
 
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 부장
 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 부장
ⓒ 금철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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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하나요?
"비핵화의 구체적인 일정표, 상응 조치의 구체적인 일정표를 마련하는 것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정상들이 하나하나 주고받기식 협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진행 중인 비건-김혁철간 실무협상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하겠죠.

다만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이 담기게 된다면 상응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도 담기게 될 것입니다. 종전선언의 내용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등도 의제로 오를 수 있겠죠."

- 북한이 내놓을 카드로 예상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일단 현재로서는 북한이 내놓을 카드를 예상하는 것보다 북한이 해야 할 조치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면밀하게 이번 회담을 준비해온 것을 보면 북한의 진정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국제사회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했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후에도 같은 언급을 내놨습니다. 그만큼 국제사회와 미리 약속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요.

그러나 분명한 건 핵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만큼 핵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표명했다고 봅니다. 거기에는 영변 핵시설 폐기뿐 아니라 우라늄핵시설과 ICBM 폐기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물론 미국의 상응 조치도 담기게 된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 문제는 상응 조치잖아요. 상응 조치로 예상 가능한 것은 경제 제재 해제가 아닐까 하는데.
"미국이 국제사회 리더로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주도했기 때문에 북미간 협상이 잘 풀리면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데도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있고 나서 바로 그다음 날 미 재무부가 마카오 BDA 은행의 북한 돈을 동결했다가 이 돈을 상식과 관례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되돌려준 적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미국이 국제사회 제재를 해제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만족할 만한 비핵화 조치를 북한이 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한다면, 이에 대한 단계별 상응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이 북한식 표현으로 봐도 무방할 '동시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별 행동 조치' 등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것으로 봅니다."

- 지난해 1차 정상회담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홀로 했습니다. 이번엔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요?
"이번에 성과 있는 회담이 된다면 두 사람이 공동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2차 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 양자에게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고 봅니다.

위기라는 것은, 양자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썼음에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이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그것이 계기가 돼 선순환적 회담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나가면서 말이죠. 그러나 그 반대라면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북미정상회담 최상-최악의 상황은?

- 그럼 최악의 상황은 어떤 것인가요?
"'적당한 타협, 과도한 선전'이 아마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자 모두 이렇다 할 성과는 없으면서 성과를 거뒀다고 홍보하는 상황 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서 우호적인 환경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지만 미국 내 트럼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수십 년에 이르는 북한과의 장기 핵협상으로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싱크탱크 내 전문가 중 북한 회의론자나 냉소주의자들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오늘날 미국 정계와 학계의 분위기 역시 그렇습니다. 의회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 그리고 트럼프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보니 트럼프가 추진하는 북미회담에 대해서도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북한이 이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상의 옵션은 무엇일까요?
"플루토늄과 우라늄, ICBM의 폐기가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이번에 마련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이 합의문에 명시되고 역시 미국의 대북 관계개선과 제재 완화조치가 공동성명에 담기는 것입니다. 그래야 남북관계도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만약에 이번 결과가 안 좋을 경우 트럼프나 김정은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두 나라 모두 불가피하게 현재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입니다. 사활적 이해관계로 다뤘던 핵 문제가 밀려날 것입니다. 북한으로서는 공고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다시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역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담한 빅딜 협상을 가졌음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만큼 미국 내 대북 냉소주의와 회의론이 팽배해지면서 외교정책 추진에 있어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비관론이 아마 미국 내 정관계는 물론 언론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상당 기간 이 같은 대화의 프로세스는 다시 가동되기 어렵고 북핵 문제에 있어선 상당히 고통스럽고 긴 시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역시 장기간의 고립과 대중국 예속의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것입니다."

- 지난번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엎어진 적이 있잖아요.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번에는 북미간 말대말 행동대 행동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 같습니다. 또 회담을 물리기에는 양자 모두 너무 멀리 왔다고 봅니다. 북한 역시 사활적 이해관계로 이번 사안을 보는 만큼 회담은 예정대로 이뤄지리라 봅니다."

- 결과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도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뿐 아니라 주요한 국내행사도 줄줄이 연기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북한이 이번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이 잘 되면 서울 답방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한국 내에서도 크게 일어날 것이고, 북측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북미정상회담서 성과 난다면 4월 서울답방 전망"
 
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 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금철영 KBS 보도본부 통일외교 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금철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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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위원장은 언제 올 것으로 보나요?
"회담이 잘 된다면 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말까지는 답방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번에 북미회담에서 성과가 난다면 4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해 봅니다."

-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전세계적으로 독일통일, 미국남북전쟁, 베트남전쟁 등 분단국가의 통일은 무력통일, 흡수통일 외에 사실상 이뤄진 적이 없다"면서 "보수정권에서는 구호는 (체제우위를 바탕으로 한) 통일에서 변한 적이 없다, 그에 반해 현 문재인 정부와 모든 햇볕류 정책의 실제 작용은 통일론이 아니라 영구 분단론"이라고 규정하던데.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역사를 돌이켜 보면 모범답안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 패턴을 분석해서 현재를 재단하고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새로운 전례와 답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 한국의 초석을 놓는다는 결사의 각오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나라의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어도 그 사례를 모범답안으로 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행동이자 책임의 방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통합과 통일의 사례를 들면서 그 외 형태의 통합이나 통일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돌이켜 볼까요. 일제 강점과 식민의 나락에서 신음하다 해방과 동시에 분단을 겪었고, 독재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이라는, 과거 우리와 별로 인연이 없던 다른 나라의 전쟁에도 깊이 개입했으며,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도 있었습니다.

세계사적 측면에서 볼 때 과거 어떤 모범답안으로 이게 설명이 가능한가요. 이 땅의 역사는 여기 사는 이들이 100년 동안에 겪은 고통과 영광의 역사이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또 다른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저력이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것 아닌가요.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핵 문제와 관련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비핵화가 불가능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합과 통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신념과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어렵더라도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만한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역사는 의지를 갖고 포기하지 않는 각오로 움직이는 자가 만들어간다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우리는 역사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올해처럼 이렇게 하루하루가 중요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의 운명에 중요한 하루하루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핵 문제든 남북관계 개선이든 남의 일 보듯 하지 말고 어떻게든지 될 수 있는 대로 모든 이들의 지혜를 하나로 모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태그:#금철영, #북미정상회담, #트럼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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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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