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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
▲ 아라리오갤러리 전시전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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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없는 날개를 가졌다면 날 수 있을까. 흔히 생각하는 펼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기를 많은 사람들은 원한다. 그렇지만 그런 날개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빨라서도 안 되고 너무 늦어서도 안 된다.

천안의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자연의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문경에서 태어난  한국 추상조각의 1세대 선구자라는 엄태정이라는 작가의 전시전이 개최되고 있었다. 1938년 문경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여 영국 및 독일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갖추면서 날개를 가졌다는 엄태정 작가는 어떤 추상조각가일까.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여러 개가 있지만 항상 자신을 바라보며 응시하고 있는 작품이 인상적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른바 내부자의 관점에서 '존재'를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가는 방법을 택했다. 삶의 한가운데에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려면 인간의 삶을, 그 삶의 내부로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하였다. 

엄태정 추상조각가가 추구한 추상을 몬드리안은 이렇게 보았다. 

"추상은 인간 마음의 순수한 표현으로서 미학적으로 정제된 표현이기 때문에 미술 그 자체의 표현." 

구상회화가 보통 사물의 외양을 복제하는 데 주력했다면 추상은 사물의 정수를 담아 소통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기하학적인 추상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수직과 수평, 면과 선의 조형성과 은빛과 검은색의 조화를 통해 음과 양, 시간과 공간 등 서로 다른 요소들 간에 공존과 어울림을 말하고 있다. 
 
조각작품
▲ 조각작품 조각작품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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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 메시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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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화로운 공간

텅 빈 공간이 내 낯선 자입니다
실체는 가득 찬 것 같읍니다.
실체는 자기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읍니다. 

봄날 햇빛 아지랑이가 호수에 비쳐
아름다운 공간의 무지개를 띄워 보내니
낯선 자가 보입니다.

참! 시원합니다.

안과 밖 사이에는
틈이 경계로 공간을 채워 텅 빈
평화로운 공간의 길을 감싸고 있는 
낯선 자가 보입니다.

부단히 인내하고 기다리는 안과 밖에서
가까움과 멇 그 사이에 머무르니
소통의 처음의 공간이 열려
텅 빈 소리를 경청합니다.

텅 빈 무소유로 아름다운 공평 공간이
치유의 낯선 자입니다. 

50여 년을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만든 작품들 중 이곳 4층에는 청동기시대의 연작인 철과 구리 등을 이용해 1969년부터 2010년 사이 제작된 주요 작품들이 배치됐다. 3층에는 2000년대 이후 천착해온 알루미늄 대형 신작들이 전시돼 있었다. 

작가는 타자와 내가 공존하여 치유받는 시공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4계절을 표현한 네 개의 작품 속 정갈하게 연마된 알루미늄 패널의 은빛 면, 사각 철 기둥의 검은색 선, 즉 서로 다른 것들이 결합된 구조를 통해서다. 
 
작품
▲ 청동 작품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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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정 작가는 그의 대표적인 '절규'를 통해 1967년 국무총리상, 1971년 한국미술대상전 최우수상, 2012년 이미륵 상등을 수상하였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및 대한민국 예술회 회원 등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가 주로 사용한 재료는 철, 구리, 알루미늄으로 차가운 성질을 가진 것이지만 재료의 물성과 조형적 질서를 넘어서 자신의 치유에 대한 염원과 통합에 대한 이상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설치예술
▲ 작품 설치예술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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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황금돼지해에 첫 전시전으로 추상조각가 1세대인 엄태정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였다. 질감이 있는 재료로 보통 실내의 밀폐된 공간 안에 의도적으로 사물을 배치하는 것을 설치예술이라고 한다. 조각이 있는 설치예술은 작품 안에 들어가서 그것을 경험하는 관객을 필요로 한다. 참여형 극장을 연상케 하는 이번 전시전은 가정의 달인 5월 1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천안 Arario Gallery
엄태정 |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 (A Stranger Holding Two Wings)
1.22 - 5.12. 2019

태그:#천안아라리오갤러리, #전시전, #엄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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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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