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온라인 매체인 '디 애슬레틱'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가 메이저리그의 광범위한 항목에서 규정 개정을 논의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소개된 주요 내용들은 스피드 업과 공격 야구를 골자로 하는 내용들이다. 전체 경기 시간은 줄이고 야구의 흐름은 보다 화끈하게 가는 내용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 규정의 도입 시점에서 사무국은 2019년, 선수노조는 2020년을 주장하고 있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 ⓒ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가 이런 스피드 업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이유는 젊은 스포츠 팬들의 유입 증가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젊은 스포츠 팬들이 지루하다 느껴지는 야구보다 다른 스포츠를 찾는 상황이다. 미식축구도 평균 3시간 이상이긴 하지만 야구와 달리 주 1회만 경기를 한다.

최근 야구 경기의 전체 소요시간이 3~4시간 정도다(9이닝 기준). 이 중 경기 흐름과 직접 연결은 되지 않는 공수 교대, 투수 교체, 감독이나 코치의 마운드 방문, 경기 중 투수의 흐름을 끊기 위한 타자의 타석 이탈 등으로 소모되는 시간이 1시간이 넘는다. 이에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대대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 도입?

메이저리그의 내셔널리그와 일본 NPB의 센트럴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투수도 타석에 선다. 박찬호도 통산 3개의 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으며, 류현진도 적극적인 타격으로 3루타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는 2016년에 한 시즌 3홈런을 날린 적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타석에서 적극적인 투수는 극소수이다. 거의 대부분의 투수들은 타석에서 무기력하게 아웃을 당하거나, 주자가 있더라도 희생 번트만 시도하고 물러난다. 타격이나 베이스 러닝 도중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구대성(현 질롱 코리아 감독)도 메츠 시절 랜디 존슨에게 2루타를 기록하고 홈으로 쇄도할 때 점퍼 속에 있었던 공 때문에 부상을 당한 적이 있었다.

원래 지명타자 제도는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서 시작됐다. 당시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는데, 이후 타고투저 현상이 심각해지자 1999년에 당시 커미셔너였던 버드 셀릭과 구단주들이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25명에서 26명으로 늘리고 지명타자 제도를 없앨 것을 제안했지만 선수노조가 반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선수노조가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사실 인터리그에서는 홈 팀의 소속 리그 룰에 따라 아메리칸리그 팀의 홈 경기장에서만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했는데, 올스타 게임에서는 이미 내셔널리그 경기장에서 치를 때도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다만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를 2019년에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프링 캠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올해부터 도입하려면 내셔널리그의 15팀들이 전력을 다시 구성해야 할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투수 1인 당 최소 3타자 상대 규정 도입 예정

사실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닝 중에 이뤄지는 투수 교체다. 서로의 공수를 교대하는 시간만 해도 1~2분이 걸리는데, 이닝 중에 투수를 교체하려면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선발투수들의 평균 투구 이닝은 줄어들고 구원투수들의 비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한 타자만 상대하고 아웃 카운트 여부에 관계 없이 투수를 바꾸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한 이닝에 3명 그 이상의 투수를 쓰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물론 이러한 투수 교체는 총력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닝이 빨리 끝나는 것이 덜 지루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사실 이닝 중에 투수 교체를 금지하는 방법이 나을 수도 있다. 공수를 교대하는 시간에 투수도 함께 바꾸면 선수를 교체하는 시간이 절약될 수 있다.

그러나 공을 던지는 투수가 극심한 난조에 빠지거나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할 경우 바꿔줘야 하는데도 바꾸지 못해 이닝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합의 차원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등판한 투수가 최소 3타자 이상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피해를 입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왼손 타자들만 전문적으로 상대하던 원포인트 릴리프들이다. 이전까지 이들은 대개 1명의 왼손 타자만 상대하고 교체되고, 많이 던지더라도 상대 타선에 왼손 타자들이 많이 포진해있는 이닝만 책임진다. 최소 3명 이상을 상대해야하는 규정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상대 타자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길게 던질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다.

드래프트 제도의 대폭 개편, 고의적 탱킹 방지 차원

직전 커미셔너였던 버드 셀릭 시대 가장 성공한 업적은 사치세를 통한 수익 공유 제도의 도입이다. 재정 규모가 적은 스몰 마켓 팀들이 빅 마켓 팀들의 수익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큰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경쟁에 있어서 조금은 더 공평해졌다.

사치세 제도가 생겨나면서 FA 시장에서는 비싼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팀들이 사라지게 됐다. 과거 악의 제국이라 불렸던 뉴욕 양키스도 자체 팜 육성에 보다 집중하게 된 이유도 팀 연봉이 일정 한도를 초과하면 사치세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하면 수익으로 직결되었지만, 지금은 사치세를 내야 하며 수익의 일부를 내놔야 한다.

몸값에 대한 부담이 적은 보강 방법은 신인 드래프트다. 현재의 신인 드래프트는 직전 시즌 성적이 가장 낮은 팀부터 선수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이는 성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도입된 방식이었으나, 이 때문에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따기 위한 악용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탱킹은 어원 자체로는 완전히 비운다는 뜻으로 다음 시즌 드래프트에서 상위 유망주를 잡기 위해 그 해의 성적을 포기하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따내기 위한 '꼴찌 왕중왕전'이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을 가려내는 것 못지 않게 큰 관심사가 됐다.

다만 이런 작전은 팬들의 비웃음과 선수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2~3년 동안 꼴찌를 하면서 상위 유망주들을 긁어모은 뒤 이들을 성장시켜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있는데, 이 때 지명한 선수들이 성장하여 2017년 월드 챔피언 등극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선수노조는 드래프트 지명권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몰 마켓 팀이 5할 승률을 넘거나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낼 경우 다음 시즌 지명에서 우선권을 얻는 인센티브를 제안한 것이다. 반면 2년 연속 90패 이상을 기록한 팀에게는 다음 드래프트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페널티 규정도 요구했다.

이 외에도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로스터를 25명에서 26명으로 늘리고 투수 로스터를 12명으로 제한하는 등 액티브 로스터 부문에서도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1969년 15인치에서 10인치로 낮춘 마운드 높이도 더 낮추는 방안도 고민하는 중이다.

보다 공격적인 야구와 빠른 경기의 흐름을 위해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KBO리그도 자동 고의사구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등 다른 리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다 역동적인 스포츠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야구계의 변화 시도가 어떻게 이뤄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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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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