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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이민 생활은 독일에서의 한국인 이민 생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과 다른 독일의 육아, 생활, 회사 문화 등을 재미있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말]
독일에서 회사 생활을 한지 만 4년차에 접어든 2019년. 그동안 독일 회사에서 한국과 다른 점들을 많이 느꼈고 이제는 만약 한국에 돌아가 한국 회사에 다니라고 하면 과연 내가 적응 할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독일 회사에 많이 익숙해져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오후 4시만 되도 회사에 앉아 있는 것이 지겨울 만큼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채우는 것조차 힘겨울때가 종종 있습니다. 주로 독일 회사에서는 근로자들이 8시전에 출근하여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퇴근을 준비하는 것이 대다수입니다.

한국 대기업에 다녔던 저는 그 당시 어떻게 오후 9시가 넘을때까지 일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같이 일해서 가능했던 것이겠죠?

오늘은 독일 기업들로부터 한국 기업들이 배워야할 점들에 대해 써봅니다. 물론 한국 기업 문화도 최근 근로시간 단축, 미투 운동 등으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 핵심 요소들은 그대로인듯 합니다.

자율과 책임의 엄격한 분리

독일 회사에 입사한 첫날 부터 지금까지 제대로된 업무 지시를 받은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해당 팀에서 어떠한 업무를 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듣곤 합니다. 그리고 포괄적인 개념의 업무를 주고 그 안에서 제가 어떠한 일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알아서 찾아야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그 일을 마치기 위해 하루 일과를 어떻게 짜야하고 얼만큼 일해야하는지는 본인 자유입니다. 독일에서는 휴가도 팀장 눈치 보지 않고 장기간 사용할수 있고 업무 시간도 하루에 무조건 8시간을 채워야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는 7시간, 하루는 9시간 이렇게 자율적으로 배분해서 일할수 있습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독일 기업 문화
 자율성을 강조하는 독일 기업 문화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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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자율을 강조하되 이러한 자유에는 강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 독일 회사는 한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어떠한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과장 1명, 대리 1명, 사원 2명 이렇게 짜여지는 한국 기업의 조직도와는 달리, 독일은 프로젝트 매니저 그리고 프로젝트 팀원들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독일은 한국과는 달리 직급 체계가 뚜렷한 편이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 혹은 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팀원일 뿐입니다. 그래서 팀원들 간 상하 수직문화가 아닌 수평 문화이므로 누가 누군가에 일을 시킨다는 것은 거의 있을수 없습니다.

즉 그룹 단위로 움직이는 한국 기업과는 달리 독일은 내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죠. 내가 휴가를 3주 간다고 해도 누군가 내 일을 대신 해줄수 없는 구조이므로 휴가 가기전에 모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가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한국의 대기업은 하나의 업무를 여러명이 같이 하기 대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과장이 대리에게 준 일을 , 또다시 대리가 사원에게 넘겨 사원만 죽어라 일하는 상하 전달 방식의 구조가 정말 합리적일까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관계

독일 기업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신뢰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지요. 독일 기업에서는 하루 8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근무시간을 체크하기 위해 출 퇴근시 사원증을 사무실 근처에 위치한 기계에 찍어 관리하는데 혹시나 깜빡하고 못 찍더라도 직접 시스템에 입력 가능합니다. "그럼 더 많이 일한것처럼 시간 늘려서 적어도 모르는것 아니야" 라는 의문이 들수 있겠지만 독일 기업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놓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독일 기업 문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독일 기업 문화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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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독일에서는 감기가 걸리거나 몸이 안 좋으면 개인 휴가를 쓰지 않고도 쉴수 있습니다. 3일 이하는 별다른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를 내지 않고도 팀장에게 보내는 이메일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내용도 별다른게 없죠.
"오늘 감기가 걸려서 회사 3일간 출근 못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한국 대기업에 다녔을 당시에는 몸이 아프더라도 약을 먹고 출근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몸이 아프더라도 상사가 안 믿어주는 경우도 있었죠. 이렇게 직장 상사, 혹은 회사가 나를 믿어주면 그만큼 나도 회사를 믿고 일할수 있다는 것. 단순한 원리 아닐까요?

직원은 노동하는 로봇이 아닌 소중한 내부 고객

독일 기업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정말 잘되어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감기가 걸리면 회사에 출근안해도된다거나, 업무 환경에 위험요소가 있으면 회사내 안전 부서에서 바로 업무를 중단시키며 위험요소가 해결된후에야 업무를 지속할수 있습니다.

또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시키며 주말근무도 시청 허가하에 가능합니다. 만약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다가 퇴근길에 사고가 나면 해당 팀장은 법적으로 처벌도 가능합니다.

한국 기업에서 직원은 단순히 하나의 일하는 로봇일뿐,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할 것입니다. 감기에 걸려 회사에 못나간다고 하면 "지금 제정신이냐" 혹은 "거짓말하지 마라" 라는 상사의 답변이 대부분일것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감기가 걸렸다고 하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쉴수 있는 막강한 아이템을 얻은듯 한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직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신경쓰며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겠죠?
 
직원의 만족을 중요시하는 독일 기업
 직원의 만족을 중요시하는 독일 기업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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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의견 묵살은 회사 성장을 방해

한국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상사가 시킨 일을 군말 없이 빨리 하는것"
군대문화, 상하 수직 복종 문화가 아직도 밑바탕이 되고 있는 한국 기업에서는 상사가 주도하는 미팅, 상사가 짜놓은 계획, 상사가 생각한 업무 분장 등 모든것이 상사 위주로 돌아가고 부하 직원들은 이를 따를수 밖에 없죠.

상사 의견에 좋은 피드백을 보내고, 야근을 해서라도 시킨 업무를 빨리 끝내는 부하 직원이야말로 상사가 생각하는 최고의 팀원일것입니다.

하지만 독일 회사는 많이 다릅니다. 어릴때부터 토론을 배우고, 자기 의견을 큰 목소리로 제시하는 법을 배우는 독일에서는 남의 의견을 따르기만 하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직원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본인 의견이 없는 바보같은 직원이라는 평가가 뒷따를뿐이죠..

독일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일지라도, 본인의 목소리와 의견을 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며 상사들 또한 이런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신입사원일지라도 업무 목표에 도움이 되고, 팀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며 나아가 기업이 발전하는데 한 몫을 할것이라는 독일 기업의 전반적인 생각인것이죠.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독일 기업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독일 기업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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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보다 가정이 1순위

누구나 생각합니다. 먹고 살자고 돈 버는것 아니냐고.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기업을 살리자고 돈 버는듯합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이만큼 커지기까지 많은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가정을 챙겨야하지만 오늘도 어쩔수 없이 회사를 위해 야근해야하는 남편들. 그리고 고스란히 그 몫을 떠안아야하는 아내들과 아이들. 야근이 없는 날에는 상사가 만들어놓은 블랙홀 같은 회식자리에 가야만 하는 한국의 직장인들. 어쩌면 한국인들은 한국 기업을 살리고자 1년 365일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회사들은 공통적인 방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회사보다 가정이 우선이라는 것. 아무리 사장이 3개월 전부터 공지한 회식일지라도, 내가 그날 가정에 행사가 있으면 가정 행사가 우선이며 이에 대해 아무도 부정적인 의견을 갖지 않습니다. 또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가 아파 학교를 결석해야하는 상황이면 둘 중 하나는 홈오피스를 통해 아이를 돌보며 재택 근무를 할수 있는 제도도 굉장히 잘되어있죠.   

즉 내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정에 소흘히 하게 되거나, 가정을 못 지키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독일 기업들은 많이 배려하는 편이며, 이 또한 독일 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한 몫을 하기도 합니다.
 
가정이 우선인 독일 기업 문화
 가정이 우선인 독일 기업 문화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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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십년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기업들 덕분에 빠른 시일 내에 이만큼의 경제 성장을 이룬것은 누구도 반박할수 없는 사실일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더욱 더 자주 언론에 보도되는 갑질 문화, 과로사 사건 그리고 미투 운동 등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데서 생긴 부작용 들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과연 이런 문제들을 떠안은채, 지금의 기업 문화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몇십년을 더 버틸수 있을까요?

이제는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안에 있는 내부 고객들, 즉 직원들이 느끼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면서 달릴때가 아닐까합니다.

바로 한치 앞에 놓여진 경쟁사들과의 비지니스 전쟁에 목숨 걸기보다는 옆에 있는 직원 그리고 직원의 가족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때 우리 한국 기업은 조금 더 선진 문화로 한발짝 다가설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그:#독일 기업, #독일 회사 문화 , #독일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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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딸바보 아빠입니다^^ 독일의 신기한 문화를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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