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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3일째 단식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3일째 단식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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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전태일' 대표 김재근씨는 "장례도 치르지 못한 고 김용균씨가 55일째 냉동고에 있다"면서 "용균씨 어머니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생각에 '단식'까지 하게 됐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단식 13일차, 푸근했던 그의 얼굴엔 어느새 날카로운 턱선이 생겼다.

청년노동자들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청년전태일'은, 1960년대 평화시장 봉제사 전태일이 그랬듯, 청년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노동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개선책을 찾기 위해 행동하는 단체다.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를 포함해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단'은 지난 1월 22일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 연말 일명 '김용균법'이 천신만고 끝에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요구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 (용균씨가 일했던) 위험직군의 직접고용 및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정부의 답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 연휴 둘째 날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청년전태일' 대표 김재근씨를 직접 만났다.
 
단식의 이유  
 
아들 영정 앞 절하며 오열하는 고 김용균씨 부모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부모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아들의 49재에 참석해 절을 하고 있다.
▲ 아들 영정 앞 절하며 오열하는 고 김용균씨 부모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부모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아들의 49재에 참석해 절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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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는 "단식을 처음하지만 하루하루 넘기는 것에 대해 이제는 제법 버틸만 하다"면서 "단식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깎아가면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이렇게 '단식'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자신을 포함해 시민대책위 대표단이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자유한국당의 '5시간 30분 단식'이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특보로 선거 백서에 이름을 올린 조해주 선거관리위원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데 항의해 지난 24일부터 소속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릴레이 단식을 진행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상임위 별로 릴레이 단식을 펼친 것인데, 5시간 30분짜리 '단식쇼'라는 비판이 일자 지난 1일부로 중단했다.

김씨는 자유한국당의 단식에 대해 "얼척이 없다"면서 "이 사람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단식은 말그대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살과 뼈를 깎아 가면서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단식을 하면서 느낀 건, 정말로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한마디씩 끊어가며 힘줘 말했다.

김씨는 이어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의 사망 이후 두 달 동안 본인이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겪었음에도 아들의 동료들이라도 살려내야 한다며 거리에 나섰다"면서 "나 역시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청년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환경에서는 이대로 살 수 없어서 거리에 나와 단식까지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 등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단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3일째 단식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 등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단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3일째 단식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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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녹록치 않다. 매서운 날씨는 차치하더라도 농성장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광화문 지하를 오가는 전동차의 덜컹거림이 온전히 느껴진다. 또 농성장이 찻길 바로 옆에 위치한 탓에 차량이 오갈 때마다 바람이 몰아친다.
 
김재근씨는 단식 13일째를 맞는 오늘까지 잘 버텨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재근씨의 어머니 응원도 한몫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의외로 (아들의 단식에 대해) 의연했다"면서 "가끔 아들이 뉴스에 나오면 오히려 링크를 보내주시면서 '잘 할 거다. 우리 아들'이라는 말까지 했다"라고 밝혔다.
 
김씨의 어머니뿐 아니라 청년전태일 회원들도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 마음을 나누고 있다. 김씨는 "다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저녁 찾아와 응원을 해준다"면서 "다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청 악순환의 고리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 및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 및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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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사태가 해결이 안 되는 가장 큰 원인이 있다"면서 "하청업체 사장들은 발전소에서 일하다 퇴직한 사람들이다. 원청과 하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이권이 걸려있는 탓에 사태 해결이 요원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원가 그대로 계약했으면 용균씨가 일했던 분야는 급여가 440만 원 정도인데, 실제 급여를 받을 때는 추가 근로수당을 포함해도 200만 원이 안 됐다"면서 "이는 관료들의 이득과 원‧하청 커넥션이 청년들을 희생시켰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18일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를 통해 '김용균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책안을 발표했다. "석탄발전소의 중대재해 사고원인 분석 등을 위한 '특별산업안전조사위원회'의 위원장 및 위원은 국무총리가 위촉하며, 위원은 유족·시민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 및 현장노동자로 구성해 위원회의 독립적인 조사활동 및 중립적 운영을 보장하겠다"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요구하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정규직 전환여부에 대해선 논의될 예정"이라고만 밝혔을 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 내 김용균씨 빈소를 찾았지만 위로의 말만 전했을 뿐, "정규직화 방안은 검토 중이라면서 시일이 걸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위험은 여전히 상존...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3일째 단식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3일째 단식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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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머물러 있으면 우리의 현실 또한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설 때, 세상의 균열이 일어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용균씨 어머니의 한을 제대로 풀기위해서라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대로 아무 성과 없이 용균씨를 그냥 보내는 건 용균씨 어머니께 진짜 죄송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함께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에게 매일 손편지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에게 '저희가 용균이가 되겠다'는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손편지를 통해 전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까지 30통 정도 편지를 써서 김용균씨 어머니에게 건네드렸다"면서 "어머니가 받을 때마다 진심이 느껴져서 좋다고 한다. 편지를 건네는 우리도 너무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눈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광화문 단식농성장에는 설을 맞아 마음을 나누려는 시민들의 걸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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