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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다녀왔다. 2004년 신혼여행 이후로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꽉 짜인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패키지는 싫고 자유여행은 두려워 선뜻 해외로 나가지 못했다. 아이들도 자랐고, 아내도 해외여행을 많이 가고 싶다기에 마지 못해 나선 길이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결론은 '대만족'이다.

베트남 여행을 적은 글은 차고 넘치지만 하나 더 보탠다. 왕초보 여행자가 쓴 글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 말이다.

1. 에어비앤비 생각보다 아주 좋다

하노이에서는 에어비앤비로 찾은 아파트에 묵었다. 베트남은 모든 것이 아주 싸다. 10만 원쯤이면 아주 좋은 호텔도 얻을 수 있다. 돈을 아끼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베트남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었다. 

광고에 나온 대로 실내는 잘 꾸며져 있다. 위층과 아래층에 커다란 침대가 하나씩 있고 거실도 제법 넓다. 샤워실은 좁지만, 더운물 잘 나오고 주방도 있을 건 다 있다.

주인은 똘똘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영어를 잘하고 친절하다. 새벽 2시에 도착했는데도 공항까지 택시도 보내주고 숙소에 올 때까지 기다려 줬으며 오빠가 5층까지 짐도 옮겨 줬다. 떠나는 날은 아침 일찍 와서 할롱베이 가는 버스를 타는 걸 마지막까지 도와줬다.
 
하노이 아파트
▲ The Snug 하노이 아파트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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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숙소
▲ The Snug 하노이 숙소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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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진 곳이라 좋지 않다는 후기를 읽고도 여기를 택한 것은 시내에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었다. 호안끼엠 호수까지 걸어서 20분 걸린다. 오바마가 다녀갔다는 분짜집도 걸어서 10분이고 주위에 식당도 술집도 아주 많다.

여기도 오토바이 소리는 시끄럽지만 참을 만하다. 강 건너에 깨끗하고 좋은 숙소 많지만 날마다 택시 타고 오가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노이에서 자동차는 오토바이보다 느리다. 평균 시속이 35km 정도 된다. 교통 체증이 장난 아니다. 2km 쯤은 그냥 걸어가는 것이 낫다.

2. 굳이 맛집을 찾아다닐 까닭이 없다

이제까지 내 입맛이 까다로운 줄 알았다. 처음 먹는 베트남 음식이 입맛에 맞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블로그에 나오는 맛집을 몇 군데 들러 보았는데, 오히려 좌판에서 먹는 음식이 훨씬 맛있다.

고수도 바질도 잘 먹는다면 굳이 힘들게 맛집을 찾아다닐 까닭이 없다. 그냥 보이는 곳에서 먹으면 된다. 하이퐁 뒷골목에서 먹었던 볶음밥이 가장 맛있었다. 오히려 우리나라 방송에 나왔다고 알려진 집은 값은 비싸고 맛은 보통이었다. 또한, 주위에 우리말이 많이 들려서 여행 온 기분이 덜하다.
 
길거리 쌀국수
▲ 오이안 길거리 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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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
▲ 까오 러우 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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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가지'를 두려워하지 말자

여러 블로그에서 경고한 그대로 택시 탔다가 바가지도 썼다. 택시 미터기가 휙휙 올라가더니 탕롱 황성에서 반미 25까지 5만 동이면 될 법한 거리인데 26만 동인가 나왔다.

비싸다고 몇 마디 해봤으나 못 알아듣는다. 아니면 그런 척 한 것일 수도 있다. 구글 지도를 열어 놓고 있는데도 아차 하는 사이에 당했다. 순간 화가 나긴 했는데 만 원 정도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집주인에게 말했더니 하노이 말씨가 아니면 베트남 사람에게도 바가지를 씌운다고 한다. 그랩을 부르면 바가지 쓸 가능성이 확 준다고 한다. 8일이나 있었는데 딱 한 번 당했으니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하노이에도 처음처럼
▲ 택시 하노이에도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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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느릿느릿 걷자

하노이 옛날 도심은 어지간하면 걷는 것이 좋다. 처음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어려운 무질서에 난감하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오토바이 무리 속을 걷지 않고 하노이를 제대로 봤다고 말할 수 없다.

아침부터 맥주로 목을 축이고 길거리 음식도 먹어 보자. 흡연자라면 담배도 맘껏 피워 보는 것도 좋다. 특히 호안끼엠 호수는 반드시 한 바퀴 돌아봐야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간 여행이라 맥주 거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노이 백화점 앞
▲ 오토바이 무리 하노이 백화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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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끼엠 호수
▲ 호안끼엠 호안끼엠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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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 오페라 하우스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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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 호찌민 묘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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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잔돈을 준비하자

베트남은 동전이 없다. 상인들은 거스름돈을 주기 귀찮아 한다. 실제로 2000동은 우리 돈으로 100원이니 굳이 받지 않아도 된다. 화장실 쓸 때 내려면 몇 장 가지고 있으면 좋다. 물가가 아주 싸서 액면이 큰돈만 있으면 조금 불편하다.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먹어도 20만 동도 채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20만 동과 10만 동짜리가 제일 쓰기 편하다. 공항에서 환전할 때 50만 동짜리를 많이 받았는데 귀찮아서 은행에 들러서 잔돈으로 바꿔야 했다. 색깔은 다르지만, 돈이 모두 비슷하게 생겨서 어두운 곳에서 돈을 낼 때는 조심하자.
 
베트남 동
▲ 돈 베트남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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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구글을 활용하자

가족 여행이라 넷이 헤어질 일이 없어 도시락을 챙치고 유심카드(USIM)을 사지 않았다. 구글 지도에 나오는 대로 다니면 아주 편하다.

택시 타서도 켜 놓고 있으면 빙빙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 말을 베트남 말로 번역도 잘 해주는 모양이다. 하이퐁 호텔에선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직원과 번역기로 대화했는데 부탁한 대로 새벽에 택시도 불러주고 배웅도 해줬다. 

한국 사람이 많아서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톡도 많이 쓴다. 택시를 전세 냈을 때 기사를 카톡 친구로 등록하고 카톡을 보내면 영어 못하는 기사도 영어로 바로바로 답을 보낸다. 참 신기하다.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도 베트남 상황에 맞춰서 알려준다. 거리만 계산해서 우리나라처럼 생각하면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 100km는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7. 다낭보다는 호이안에 묵자

새로 개발한 다낭은 좋은 호텔도 많고 공항에서 가까워 숙소를 다낭에 잡는 이가 많다. 문제는 다낭보다 호이안에 볼거리가 많은데 전세버스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면 사람 구경만 하기 쉽다.

호젓한 호이안의 새벽을 보고 싶다면 호이안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다낭과 호이안은 3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택시로 50분이나 걸린다. 저가 항공이라면 대부분 돌아오는 날 비행기 출발 시각이 밤일 것이다.

공항에서 호이안 가는 날이나 마지막 공항 오는 날에 다낭 구경을 하면 좋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바나 힐은 날씨 흐리면 절대로 가지 말자. 산 아래는 멀쩡한데 꼭대기는 안개비가 자욱해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호이안
▲ 아침 호이안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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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 낮 호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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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 일본인 다리 호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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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 밤 호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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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 밤 호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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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 밤 호이안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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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맥주를 물처럼 마시고, 돈을 물처럼 썼다. 요즘 베트남에 한국 사람이 아주 많다. 한국 사람이라면 베트남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품고 여행했으면 더욱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더 자세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https://suhak.tistory.com/에 있습니다.


태그:#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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