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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가정 폭력에 숨진 10세 소녀의 사망 사건을 NHK 뉴스 갈무리.
 부친의 가정 폭력에 숨진 10세 소녀의 사망 사건을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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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부친의 가정 폭력을 알린 10세 소녀의 글을 학교와 교육 당국이 부친에게 넘겨줬고, 이 소녀가 부친의 폭행에 숨지는 사건이 벌어져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일본 NHK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지바현 노다시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학년생 미아양은 지난달 24일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아양은 온몸에 폭행을 당해 멍이 든 자국이 발견됐고, 경찰은 부친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미아양은 2017년 학교에서 비밀을 보장한다며 실시한 집단 괴롭힘(이지메) 설문조사에서 부친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미아양은 설문지에 "아빠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밤중에 깨워 발로 차거나 손으로 때립니다. 선생님 어떻게 안 될까요"라고 썼다. 

그러자 지역 아동보호소가 부친의 폭력을 우려해 미아양을 부친에게서 떨어트려 놓는 '임시 보호' 조치를 취했지만, 큰 위험이 없다고 판단해서 한 달여 만에 미아양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부친은 학교와 아동보호소가 부모의 동의 없이 딸을 데려가 고소하겠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에 학교 측은 노다시 교육위원회와 논의한 끝에 미아양이 자필로 쓴 설문지를 부친에게 그대로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미아양은 부친의 손에 이끌려 다른 학교로 전학했고, 결국 또다시 부친으로부터 폭행당한 끝에 숨을 거뒀다. 부친은 경찰 조사에서 사망 당일을 비롯해 딸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가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아양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학교와 교육 당국의 부적절한 일처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아동학대방지협회의 쓰자키 데쓰로 이사장은 "아동 학대에 대응해야 하는 사람들이 학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학교가 아이를 지키지 않고 자신들을 지키려고 한 최악의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미아양의 설문지를 부친에게 전달한 노다시 교육위원회 측은 "부친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부득이하게 설문지를 전달했다"라며 "자녀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부친이 알게 해주려고 그랬다"라고 해명했다. 

미아양을 보호했던 아동보호소 측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디선가 틈새와 방심이 있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며 책임을 인정했다.

시민들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학대 방지와 구조 체계를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교육 당국이 아닌 경찰과 변호사가 나설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라며 교육 당국의 허술한 대처를 비판했다.

태그:#일본, #가정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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