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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인터라켄 시가지 모습
 어둠이 내린 인터라켄 시가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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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버스는 인터라켄을 가기 위해 출발을 서둘렀다. 참 어중간하게 출발을 하는 것 같다. 30분만이라도 더 늦게 출발을 하면 루체른 카펠교와 주변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고 가면 되는데 아쉽다.

이렇게 출발을 할 바에야 루체른에서 머무른 시간을 줄여 1시간 일찍 출발을 할 걸 그랬다. 그러면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브뤼니히 고개의 아름다운 설경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루체른에서 인터라켄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이 소요가 되었다. 가는 도중 주변의 모습을 보니, 전날 인터라켄 지역에 눈이 와서 그런지 도로가에 눈만 쌓여 있다. 밤이라 멋진 설경은 보지 못했다. 눈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버스가 달리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눈이 많이 오는 스위스 산악지대 도로에는 제설작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몹시 궁금했다.

깨끗한 도시지만 물가가 비싼 인터라켄

인터라켄 시내에 도착을 하니 먼저 눈에 띄는 게, 거리가 너무 깨끗해 보인다. 유럽여행 와서 이렇게 깨끗한 거리는 처음 본다. 흡사 일본여행 때 보았던, 담배꽁초 하나 없는 거리 모습과 너무 흡사하게 닮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스위스의 첫날밤 숙소 모습은 어떨까? 몹시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에서 지냈던 것과 숙소는 하나도 다른 게 없다.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가 샤워할 수 있는 그런 좁은 샤워실 모습을 여기에서 또 본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인솔자가 여기 부근에 한식집이 있으니, 빵이 싫은 사람들은 한식집을 이용하라고 한다. 물론 한식 값은 개인이 별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여행 기간 동안 빵을 먹지 못해 고생하던 아내를 위해 한식집을 찾아갔다.

김치찌개부터 된장찌개 등 우리가 평소 먹던 음식들이 메뉴판에 적혀 있다. 그런데 음식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된장찌개 1인분이 우리 돈으로 자그마치 3만8000원이다. 그래도 하는 수 없이 두 그릇을 시켜 먹고 나왔다. 물가가 너무 비싸다 보니 스위스에는 인근 프랑스, 이탈리아에 비해 불법 체류자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이른 새벽에 인터라켄 동역을 걸어가며 찍은 시가지  모습
 이른 새벽에 인터라켄 동역을 걸어가며 찍은 시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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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C라는 엄격한 버스운행규정을 적용하는 유럽

내일 아침 일찍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요흐를 구경해야 한다. 연일 강행군이라 인터라켄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식사 후 피곤하여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에 깨우는 벨 소리에 겨우 일어났다. 그런데 날씨가 우리 일행들을 너무 실망시킨다.

새벽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거기다 숙소에서 인터라켄 동역까지 도보로 걸어가야 했다. 날씨도 좋지 않은데 걸어가야 해서 더욱 더 짜증이 났다. 그것도 자그마치 20분간을 걸어가야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절한 버스기사를 찾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인솔자로부터 이유를 듣고 나니 수긍이 되었다.

승객들의 안전과 장거리 버스 운행 기사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유럽의 버스기사들은 정해진 규정시간을 초과하여 운행할 수 없다고 한다. LDC라는 운행 규정에 의해, 버스는 1일 12시간만 운행 가능하다. 그리고 운행을 마친 버스는 11시간 안에 운행을 재개하면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엄격한 규정 때문에 운전자는 1일 9시간 이상을 운전할 수 없다. 좀 더 세분하면 2시간 운전하면 15분 휴식해야 하고, 그 다음 또 2시간 추가 운행하면 30분간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속버스에 예전에 달아 두었던 태코미터 같은 곳에 기록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경찰이 불시 확인하여 규정을 어겼을 시는 많은 범칙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우리는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걸어서 갔지만, 여기서 승객과 버스기사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유럽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우리 일행들을 태우고 갈 일반열차
 인터라켄 동역에서 우리 일행들을 태우고 갈 일반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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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 동역에서 융프라우요흐 정상까지 여정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산악열차로 쉬지 않고 올라가도 최소한 왕복 5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아침에 일찍 서둘러 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 일행들은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을 하여 새벽 첫차를 타고 출발을 했다. 융프라우요흐 등정을 위해서는 산악열차를 여러 번 갈아타고 가야 한다.

우리 일행들을 태운 일반열차는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첫 번째 정거장인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했다. 여기서 톱니바퀴가 달린 산악열차로 갈아타고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그동안 인터라켄부터 내리던 비가 산악지대로 올라갈수록 눈으로 바뀌어 내리고 있다. 눈이 내리니 눈안개로 주변 전망은 바로 앞만 겨우 보이고 멀리 설경은 보이지 않는다.

산악열차는 이런 와중에 2번째 중간역인 클라이네 샤이텍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인솔자는 모두들 화장실에 갔다 오라고 한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다 보니 자연 열차 출발시간이 늦어진다. 15여 분간 정차한 것 같다.
 
터널 전망대가 있는 아이스 메어역 모습
 터널 전망대가 있는 아이스 메어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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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열차를 타고 광활하게 펼쳐진 빙하와 암벽을 감상하는 3번째 역인 아이스메어역에 잠시 정차를 했다. 터널 전망대가 있는 아이스메어역은 해발 3160m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오늘은 세찬 바람과 폭설로 인하여 터널 전망대에서 바라다볼 수 있는 멋진 설경은 구경하지 못했다. 너무 위험하다 보니 아예 문을 잠가 놓았다. 여기에서 15분간 구경하고, 다시 출발하여 최종 목적지인 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을 했다.
 
톱니바퀴 열차 설계자 '아돌프 구에르 첼러' 흉상이 있는 융프라우요흐역 모습
 톱니바퀴 열차 설계자 "아돌프 구에르 첼러" 흉상이 있는 융프라우요흐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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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병 증세가 몰려오는 융프라우요흐

융프라우요흐역은 해발 3454m에 위치해 있다. 역에 내리자마자 속이 울렁거리고 호흡 또한 약간 곤란함을 느낀다. 고산병 증세가 오는 것 같다. 그래서 깊게 심호흡을 하며 매점으로 들어갔더니 금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큰 문제없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이다. 심장기능이 약한 사람은 경험상 필히 휴대용 산소마스크가 필요할 것 같다.

산악열차를 타고 내리면 입구에 설계자 아돌프 구에르 첼러 흉상이 보인다. '철도의 왕'으로 불리는 그는 알프스를 산책하던 중에 정말 대담한 구상을 떠올린다. 융프라우요흐 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톱니바퀴 기차 길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국민들 또한 커다란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그를 적극 지원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계획이 실현되어 오늘날 스위스를 관광대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 중 하나이다. 그의 반짝이는 이런 아이디어 하나로 스위스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높고도 높은 융프라우요흐 산 정상을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다.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있는 스핑스 전망대(Sphinx Observatory)모습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있는 스핑스 전망대(Sphinx Observatory)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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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해서 조금 걸어가면 전망대 매점이 보인다. 여기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이 108m인 스핑스 전망대(Sphinx Observatory)로 올라간다. 그런데 전망대로 나가 보니 세찬 눈바람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지경이다. 언제 또 여기에 오겠나 싶어 겨우 인증샷 한 장 찍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스핑스 전망대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알레치 빙하와 아름다운 설경의 모습을 구경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그러나 날씨가 이런데 어찌하겠는가? 겨울 스위스 여행을 할 때부터 이건 각오를 하고 왔기 때문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만약 햇빛이 비치어 주변 경관을 볼 수 있었다면 아마 최고의 여행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컵라면 하나에 9000원, 더운물은 5000원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다다르니,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 하나로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 그런지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배를 채워야 했다. 춥고 지친 몸을 녹일 겸 매점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매점에서 컵라면을 시켰더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컵라면 하나에 7.9유로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니 9000원 정도이다. 너무 비싸서 더운물만 달라고 하니 더운물은 4유로,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이다. 스위스 물가가 비싸다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기는 가격이 상상 초월이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이 컵라면 2개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있는 알파인 센세이션 내부 모습들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있는 알파인 센세이션 내부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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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 센세이션 & 얼음궁전

점심식사 후 투어 표지판을 따라 쭉 걸어 들어가면 알파인 센세이션이 보인다. 기상 관계로 스핑스 전망대에서의 멋진 모습들은 구경하지 못했다. 대신에 빛과 음악이 연출하는 알파인 센세이션에서 융프라우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관광 변화상을 볼 수 있었다.

톱니바퀴 열차를 만든 구에르 첼러의 믿지 못할 상상력 그리고 융프라우 철도 건설 공사 당시의 모습들을 담은 동영상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알파인 센세이션을 지나면 바로 빙하를 파서 만든 얼음궁전이 나타난다. 얼음궁전 벽면에는 궁전을 만들 당시의 각종 사진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얼음궁전은 알레취 빙하를 파고 들어가 만들었다고 한다.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있는 얼음궁전 내부 모습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있는 얼음궁전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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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궁전 안에는 독수리, 펭귄 등 수정과 같은 다양한 얼음조각과 포토존을 만들어 관광객들의 시선을 끈다. 그리고 이리저리 미로처럼 다니며 볼 수 있도록 멋진 동굴을 만들어 놓았다.

1930년대 빙하 밑 30m에 만들어진 얼음궁전은 계속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관리된다. 방문객들의 체온이 얼음을 녹이게 되므로, 동굴을 영하 3도까지 일정하게 냉각을 시켜야 한다고 한다.

알파인 센세이션과 얼음궁전은 조금은 인공적인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스핑스 전망대에서 멋진 설경을 보지 못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살펴보며 다니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린트 초코릿 샵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스위스 전통 제조방법으로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특유의 달콤한 초코릿 맛을 음미해 보며, 내려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바쁜 걸음을 움직였다.
 
그린델발트역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모습
 그린델발트역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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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지는 설경의 장관

내려갈 때는 클라이네 샤이텍, 그린델발트, 라우터브루넨역을 거쳐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하는 코스이다. 그런데 우리 일행들의 간절한 소망을 융프라우요흐도 저버리지 않았다.

융프라우요흐역을 출발하여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관광객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동안 줄기차게 내리던 눈 폭설이 멈추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눈 깜짝할 사이다.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설경의 모습이 장관이다. 이런 멋진 풍경에 환호성을 지르지 않고,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싶다.

내려가는 곳곳마다 이층 목조주택으로 지은 집들과 마을이 너무 아름답다. 항상 눈 속에 덮여있는 스위스 특유의 풍경에다, 미학적인 모습까지 가미한 멋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본다.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를 태운 산악열차는 클라이네 샤이텍역을 거쳐 그린델발트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관광객들이 잠시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즐기도록 여유시간을 주었다. 눈이 그치자마자 한꺼번에 집에서 쏟아져 나와 스키를 즐기려는 스위스 사람들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클라이네 샤이텍역과 그린델발트역 주변으로는 스키와 관련된 각종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관광객들과 지역민들이 겨울 레져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많은 시설을 해놓은 것 같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 할 것 없이 전부 스키복을 입고 역 주변으로 모인다. 약간의 시간만 나면 눈과 함께 스키를 즐기려는 스위스 국민들이다. 여기 와서 느낀 점이 스위스는 관광부국답게 사람들 모습도 밝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런 멋진 풍경과 아름다운 집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살고 싶어 하고, 동경하는 장소가 바로 스위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태그:#인터라켄, #융프라우요흐, #스핑스전망대, #고산병, #그린델발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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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발길 닿은 곳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을 가슴에 담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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