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오래된 사찰들을 지나게 된다. 그 중 삼천사는 커다란 '병풍바위'에 새져진 고려시대의 마애부처상을 만날 수 있는 절이라 그런지 발길이 머문다. 이날은 보물 제657호로 지정된 천년 고불(古佛)보다 그 앞에서 기도하는 할머니 모습에 눈길이 갔다.
홀로 조용하고 묵묵하게 기도를 하는 불자 때문일까, 절 안의 시간이 둘레길보다 몇 배나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종교를 떠나 기도하는 이의 뒷모습은 경건하면서 왠지 뭉클하다. 사람들이 간절히 기원하는 무엇이 없는, 결핍과 상실의 세상에 함께 살고 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