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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발표자료 5쪽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발표자료 5쪽
ⓒ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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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있었던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발표자료 중 일부입니다. 2017년의 농가당 농업소득이 1995년보다 못한 1004만 원으로 떨어졌다는 그래프 왼쪽에 농수산대학졸업생의 평균소득이 9천만 원이라는 글이, 그리고 아래쪽엔 박근혜정부에서 육성한 가공·서비스 등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사업자의 평균 매출액이 17억2천만 원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사업자 1454명의 총매출액은 2조5천억 원. 축산과 과수를 제외한 전국의 논과 밭에서 86만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의 총 판매액이 25조 원이니, 1454명이 86만가구 매출액의 10%를 올린 것입니다. 농촌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아이러니하고도 기괴한 그림입니다.

농업소득은 20년 전보다 떨어지고, 양극화는 심각한 현실을 농업정책 수립의 여건이라 말하는 농림부가 "사람중심의 농정개혁"을 추진하겠다며 6대 중점과제를 제시했습니다.

1. 농업·농촌 일자리 창출
2. 스마트 농업 확산
3. 공익형 직불제 개편
4. 신재생 에너지 확대
5. 로컬푸드 체계 확산
6. 농축산업 안전·환경 관리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발표자료 6쪽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발표자료 6쪽
ⓒ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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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연봉 3500만 원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합의에도 4년이 걸렸는데, 농업소득이 20년 넘게 천만 원에 정체되어 있는 농촌에 도대체 무슨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농·혁신농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논과 밭에서 땀흘려 뿌리고, 가꾸고, 거두고, 나누는 농사일을 묵묵히 감당해온 농사꾼들을 외면한 채 막대한 보조금을 잡아먹는 유리온실과 공장시설에서 행해지는 스마트 농업이 가당키나 한 지,

이미 5년 전부터 농업 직불금을 통폐합하고, 가짜 농사꾼들을 가려내면 농가당 매월 20만 원의 농가 기본소득(기본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전농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무시하더니 이제는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을 처벌하지 않고도 공익형 직불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부 스스로가 밝힌 산림과 농지의 공익적 가치는 무시한 채 태양광 농사가 농업 소득의 몇 배가 된다며 농촌을 휘젓고 다니는 태양광 개발 업자들을 놔둔 채 진정한 신재생 에너지 확대가 가능한지,

완주 등 일부 지역에서 성공한 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해 농작물 북한계선(農作物 北限界線)을 무시하고 온실과 비닐하우스 농사를 권장하는 것은 저탄소 농업과 모순되는 것은 아닌지,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을 강조하면서 농촌 지역에 집중된 석면 슬레이트 지붕 160만채를 50년 후인 2070년 까지 처리하겠다는 정부에게 농민의 건강과 안전은 어떻게 지켜줄 건지, 제가 묻고 싶은 이야기들입니다.
 
콘덴싱보일러 광고
 콘덴싱보일러 광고
ⓒ 경동보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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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덴싱 보일러를 만들거나 사용하기만 해도 지구 환경을 지키는 영웅이라는 광고가 있습니다. 농사꾼의 노동과 풀과 작물의 생명력을 통해 인간이 토해놓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일은 보일러의 열효율을 높여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

아쉽게도 2017년 전국의 40세 미만 농가경영주가 전체 농가경영주의 0.9%인 9273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농사일하는 부모를 영웅으로 생각하고 자랑할 아이가 만명도 안 되는 셈입니다.

2018년 12월 7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합니다. 2006년 정부가 저출산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60조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출산 장려'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 향상'으로 바꾼 것입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를 낳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농업 정책에도 저출산 대책과 같은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진짜 농사꾼이 잘 살아야 자식들에게 농업을 권유하고, 청년들의 자발적 귀농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소득제와 농민연금이 답입니다.

○ 현재 매년 집행되고 있는 9가지의 농업 직불금(2019년 총 2조2천억)을 통폐합해 100만 농가에게 매월 20만원의 농가 기본소득(기본수당)을 지급할 것,

2015년 1조원이 넘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 상위 9.6%가 전체의 46.4%를 수령하고, 하위 50%에게는 4%가 지급됐다는 집행 실적이 공개된 이후 농업 직불금을 통폐합해 농가 기본소득(기본수당)제을 도입하자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10월 30일에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TF에서조차도 직접지불제를 농업기여지불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2019년에는 총 2조2천억원인 직불 예산을 매월 20만원의 농업기여지불제로 지급하고 이후 매년 1조원씩 직불 예산을 늘려나가 2022년에는 전체 농업예산의 30%인 5조2천억원으로 확대해 농가당 월 50만원의 농업기여지불제를 지급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농업농촌의 다원적기능의 경제적가치
 농업농촌의 다원적기능의 경제적가치
ⓒ 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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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의 다원적 가치(2006년 67조원)를 인정하고, 20년 이상 매년 3000평을 초과하는 농지를 경작한 농민들 중 저소득 농민과 고령과 질병으로 농사일을 감당하지 못하는 농민에게 월 100만원의 농민연금을 지급할 것.

농업소득 외에 별다른 농외소득이 없는 많은 저소득농민과 임차농들은 수십 년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환경과 마을 공동체를 지켜왔던 노력에 대한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한 채, 영웅이 아닌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받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진정 "사람중심의 농정"을 지향한다면 현재의 농지연금을 폐지하고, 농민연금을 도입해야 합니다. 2011년 도입된 농지연금제도는 도시에서의 건물주를 농촌에 적용시킨 것에 다름 아닙니다.

전국 농지의 절반 이상을 부재지주들이 차지하고 있고, 그들 대부분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농업경영체 등록을 마친 현실에서 5년의 영농 경력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농지연금제도는 농지마저 불로소득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농촌사회의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20년 이상 매년 3000평을 초과하는 농지를 경작한 농민들 중 저소득 농민과 고령과 질병으로 농사일을 감당하지 못하는 농민에게 월 100만원의 농민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농사꾼이 그간에 생산한 공익적(다원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입니다.
  
제21회 농업인의 날 행사 방명록
 제21회 농업인의 날 행사 방명록
ⓒ 황해문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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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중 '20년 이상'은 문대통령이 농민은 공직자라 언급한 것을 생각해 공무원연금 수급 기준을 적용했고, '3,000평을 초과하는 농지 경작'은 현행법이 상속에 의한 비농민의 농지소유가 3000평 이하까지 가능하고, 전국 농가 당 평균 경작 면적이 3000평인 것을 감안해 정했습니다.

'저소득농민'의 기준은 농외소득이 농업소득 평균인 1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서 농업 소득이 평균의 1.5배인 1500만 원을 넘지 않는 경우로 가정했고, '고령과 질병으로 농사일을 감당하지 못하는 농민'은 75세 이상이거나 중증질환을 앓는 농민 중 소득 총액이 농업소득 평균인 1000만 원을 넘지 않는 경우로 가정했습니다.

이러한 기준이라면 아무런 추가 예산 없이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들을 처벌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세수와 부당하게 수령한 직불금 환수액만으로도 농민연금 지급이 가능할 것입니다.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못하고 평생 농사짓고 살아온 것을 후회하며 궁핍한 생활을 감내하는 농촌의 노인들,

잡곡 같은 식량작물 재배로는 기본적인 생계보장이 안 돼 투기성 작물 재배로 내몰리는 중·장년의 농사꾼들,

농사를 짓고 싶어도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을 맺을 수 있는 농지를 구하지 못해 농사를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는 청년들,

농사가 천하에 없는 천직(賤職)으로 전락한 요즘 제가 주변에서 만나는 농사꾼의 모습입니다.

현 정부가 진정 "사람중심의 농정"을 지향한다면 현행 법률과 예산만으로도 시행 가능한 농가 기본소득제와 농민연금제를 통해 논·밭에서 땀흘려 일하는 농사야말로 그 어떤 노동보다 가치 있는 천직(天職)임을 확인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태그:#농정개혁, #부재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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