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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 대상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하고 있다.
▲ 예타면제 대상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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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9일 광역자치단체별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발표했습니다. 내륙철도, 전철화, 관광도로, 평화도로 등 23개 사업 24조 1천억 원 규모입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경기부양을 위한 '토목 SOC' 사업을 지자체별로 수십조 원을 나눠주는 셈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광역자체단체별로 하나씩 나눠주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투자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보여주기식 과도한 SOC 재정 지출은 지역의 자연환경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주민공동체를 파괴할 우려가 큽니다.

이미 이번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다른 곳에서 '지역 발전'을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주장할 때, 정부가 회피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예비타당성조사 부적합 판정 사업 7건, 9조 원 규모 포함

정부가 발표한 사업 중에는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업도 포함돼 있습니다. 전체 약 24조 사업비 중 9조 원(38%) 규모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부산 신항-김해 고속도로, 서남해안 관광도로, 남부내륙철도, 동해선 단선전철화, 울산 산재 전문 병원, 국토 단절구간 연결 등 7개 사업입니다.

이 중 작년에 조사를 마쳤던 울산외곡순환도로(3926억), 남부내륙철도(4조4294억)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지역 균형발전과 정책성을 포함한 종합판단(AHP) 결과 0.5 이상이어야 사업추진이 가능한데, 울산외곽순환도로는 0.31이고 남부내륙철도는 0.429입니다. 경제성(B/C)의 경우도 각 0.53, 0.72로 완공과 동시에 매년 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울산외곽순환도로, 남부내륙철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2018 공공투자센터)
▲ 울산외곽순환도로, 남부내륙철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2018 공공투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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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제도 도입 이후 141조의 국가재정 절감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국가 예산낭비 및 재정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1999년 도입되었습니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부처별로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다 보니 문제가 많았습니다. 사업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추진 중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거나 사업 주관 부서가 조사 기관을 선정하는 등 사업 타당성 조사의 실효성과 신뢰성이 크게 저하됐습니다.

타당성 조사를 요식 행위로 진행되다 보니 사업 시작 후에 잦은 계획 변경과 공사기간의 연장 등으로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진행된 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여수공항, 탐질 다목적댐, 서울지하철 2단계, 부산지하철 2호선, 서해안 고속도로 등 대표적인 SOC 사업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사업비는 계획보다 2배 증가했고 공사기간도 약 3년 이상 연장됐습니다(국회입법조사처 자료).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한정된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사업 간 우선 순위를 두고 국가 예산을 배정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입니다. 국가재정법 제 38조 및 같은법 시행령에 따라 총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인 사업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실시합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하는 공공투자관리센터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총 685건의 사업, 323조 규모의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되었습니다. 이중 도로, 철도, 항만 등 SOC 사업이 464건, 247조(77%) 규모입니다.
 
▲ 연도별 예비타당성 조사 및 총사업비 규모  (공공투자관리센터, 2018)
▲ ▲ 연도별 예비타당성 조사 및 총사업비 규모  (공공투자관리센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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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전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실시된 타당성 조사는 33건이었는데 울릉공항을 제외하고 32건이 사업타당성(97%)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예비타당성 조사 실시 이후 대규모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확보율은 약 47.4%(327건)이고, 사업 추진이 가능한 종합적 타당성 확보율은 평균 63.3%(437건) 수준이었습니다.

1999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7년 12월까지 토목, 건축, 기타재정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767건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수행되었는데 타당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약 141조 원(42%)의 국가 예산이 절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도별 사업 타당성 확보율 및 총사업 예산절감액 (공공투자관리센터, 2018)
▲ 연도별 사업 타당성 확보율 및 총사업 예산절감액 (공공투자관리센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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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인하로 사업비 조정, '사업비 쪼개기' 등 부작용 속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지역 국도 확장 및 신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사업 등의 경우 정책적인 이유로 예산이 편성되어 추진됐습니다. 한편에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도적으로 사업비를 500억 원 미만으로 축소하여 편성하고, 추진 과정에서 예산을 증액하거나 대형 사업을 여러 개로 쪼개서 조사를 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2012년 광화문에 준공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경우 당초 '국립대한민국관 건립'으로 2009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행했으나 중간점검 결과 경제성 분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조사를 철회한 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사업명을 변경하고, 총사업비 497억으로 조정하여 사업을 재추진했습니다. 추진 과정에서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사업규모 및 사업비를 대폭 증액 요구한 사례는 한국해양수산원 이전(454억→750억), 청소년스페이스캠프 (480억→1413억) 등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위한 사업비 쪼개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입니다. 4대강 사업은 4개 권역별 각 공사구간별로 분리하여 22조 규모의 사업 중 9곳(2조 4773억)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19조 7544억(총사업비의 90%)은 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고 집행했습니다.
 
4대강 사업비 총괄표 감사원 ‘4대강 살리기 사업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 실태, 2011
▲ 4대강 사업비 총괄표 감사원 ‘4대강 살리기 사업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 실태,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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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건 강화는 시대적 과제

국가재정법은 공공시설, 문화재, 재난예방, 국가안보, 지역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 상황 등 10가지 항목에 한하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마다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워 수십조 원의 토건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요건을 5개 항목에서 10개 항목으로 변경하기 전후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총 108개 사업, 66조 원 규모의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했습니다. 4대강 사업, 제2서해안 고속도로, 서울-세종 고속도로 등 대부분 사업규모가 크고 정책적인 사업이고 면제 사유도 임의적입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국회입법조사처 ‘예비타당성조사제도의 쟁정 및 개선방안’ (2013.12)
▲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국회입법조사처 ‘예비타당성조사제도의 쟁정 및 개선방안’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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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자료에서 확인되듯이 법률 개정 전 시행령에 명시됐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범위는 '예타 실익이 없는 사업',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 등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조사의 실시 여부가 좌우되는 등 문제가 컸습니다.

급기야 4대강 사업 등의 이유로 2009년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여 면제 범위에 '재해예방'을 추가하는 일이 발생했고, 논의 끝에 2014년 국회는 정부가 임의로 개정할 수 없도록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범위를 시행령에서 국가재정법으로 상향 명문화했습니다.

진짜 지역에 필요한 것은 

국가안보 및 사회복지 등으로 필수불가결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사업의 경제성, 정책성 등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가 재정 효율과 적정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발전, 긴급한 경제사정 등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타당성 없는 지역 SOC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지역 SOC 사업의 경우 인구가 적고 구매력이 약하기 때문에 사업타당성이 부족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면제 이유입니다만,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사업의 경제성이 부족하더라도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충분한 경우 종합평가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사업이 많습니다. 또 실제 현재의 예비타당성조사 운영 지침에서도 건설사업의 경우 경제성(35~50%)뿐 아니라 정책성(25~40%)과 지역균형발전(25~35%)을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이 목적이라면 타당성 없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낙후지역에 예산이 배정될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수정하고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 지역에 필요한 것은 주민소득을 지원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발전 계획과 지역밀착형 SOC 사업이지, 지역사회를 분열시키고 지역 토호세력과 외부 토목 자본만 배불리는 수십조 원의 선심성 토건 예산이 아닙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송화원씨는 환경정의 부정의대응팀 송화원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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