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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미,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미,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 인터넷언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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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9일, 저널인미디어 영등포 스튜디오에서 인터넷언론인연대와 가진 <명사 초대 인터뷰>를 통해 오는 2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진도가 빠른 속도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향후 정세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을 도와주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협조하도록 그 틀을 짜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해서 경제협력을 심화시켜 남북한의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이 커지도록 만들어 경제공동체가 되면 그것이 사회문화공동체로 넓어지고 정치공동체까지 가면 그게 통일이라 말했다.

"퍼주기? 대북경제지원 없으면 군사적 긴장완화 못 시킨다"

정세현 전 장관은 자신이 1945년 북만주에서 태어난 후 학창시절과 통일부 공무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 등을 말한 후 남북협상 최고 전문가로서 힘든 점이나 기억나는 일화를 묻자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 정부 시절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면서 "한 달 정도밖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준비할 게 많아서 보름 이상 잠을 안 자고 일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7월 8일 새벽,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 민족의 운이 여기까지인가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분단국가에서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말한 뒤 "지금 사람들은 퍼주기라고 하는데 퍼주기라는 대북경제지원이 없으면 군사적 긴장완화를 못 시킨다"면서 "개성공단 터를 내놓으면서 15km 이상 장사포가 북상했다. 금강산도 마찬가지다. 돈의 힘이다. 퍼주기를 욕하는 사람들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것이 싫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남북 경제에 격차가 있어 당장 통일은 어렵다"면서도 "북한 경제가 좋아지면 미국, 중국, 일본 등이 탐내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에서 계산한 바로는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고 한다. GDP는 1조 5천억 달러 정도 된다. 북한은 400억 달러로 추산되니 1인 소득은 1600 달러다. 우리가 3만 원 스테이크를 사먹을 수 있다면 저쪽은 2000원 김밥 먹기에도 힘든 지경이다. 경제적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당장 통일은 어렵다."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끝나면 비핵화 프로세스가 시작될 것이고 남북관계는 빠른 속도로 진도가 나갈 것"이라면서 "미국이 내년까지 평양에 미국대사관을 설치하긴 어렵지만 연락사무소 설치는 가능하다. 연락사무소 교환 설치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같은 스탠스(stance, 입장)로 북한과 맞춰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3년 반쯤 남았다. 그 안에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이것을 뒤집는 정부가 다음번에 들어서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국민들이 잘 선택해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오면 득을 보는 사람이 많다. 국민은 투표로 의사를 표출해야한다. 페이크(가짜) 뉴스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국, 중국 때문에 절대 한국에서 철수 못 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남한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운전자 내지는 길잡이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잘 연결시킨 게 문재인 대통령"이라면서 "그런데도 왜 김정은한테 매달리느냐, 미국이 압박해야 한다는 철딱서니 없는 말을 하는데, 압박을 해서 25년간 해결하지 못한 게 북한 문제다. 압박으로 굴복하지 않는다"면서 햇볕정책 부활의 필요성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 미국의 방위 분담금 인상 요구 문제와 관련해서는 "분담금을 안 내면 철수한다는데 미국은 절대로 중국 때문에 철수 못 한다"면서 "한반도에 있는 미국이 나가면, 남는 것은 주일 미군뿐이다. 중국이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남한에서 미국이 나가면 태평양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방위비 분담금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면 외교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얘기할 때 힘이 실린다"면서 "국민들이 '당신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반미 일어나, 그러면 좋을 게 없어' 정부가 그렇게 얘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도 어려운데 북한 신경 쓰냐는 쓴소리도 나온다'고 하자 "경제가 어려운 것은 대북지원 때문이 아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해서 한국경제가 어려운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남북관계에 신경 쓰느라 경제를 내팽개친 게 아니다. 노사정 대타협에 민주노총이 불참하겠다고 했다. 이게 남북관계 때문에 안 되는 건 아니잖나. 오히려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지난 정부에서 쌓인 적폐, 이런 것들이 드러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이 북한에 줘야 할 배상금에 대해서도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일본은 2002년에 식민지배 보상금을 100억 달러까지 논의했다. 30억 달러, 70억 달러로 쪼개 준다하니 김정일 위원장이 필요 없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렀으니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0억 달러 쯤 된다"면서 "200억 달러면 북한 GDP 총액의 절반 정도다. 일본은 아베가 압도적인 리더십을 갖고 밀고 들어갈 것이다. 미국도, 중국도 들어가 나중에 북한경제가 중국화, 일본화, 미국화 되면 우리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중국, 미국, 일본 투자가 들어가기 전 우리가 먼저 투자하면 훨씬 더 지분이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시대에 개성공단 같은 것 22개 미리 찍어 놓았다"

'개성공단에 들어간 남한 기업이 이득을 많이 본 것으로 안다'고 하자 "대북사업은 가성비가 높다"면서 "개성공단은 많이 줘야 100불이다. 주말근무하면 150불을 주고. 그렇게 물건을 만들면 원가가 싸지지 않나, 원가가 싸면 수출경쟁력이 높아진다. 같은 돈을 들이고도 베트남에 투자해서 우리 중소기업이 벌어들이는 돈과 개성공단에서 버는 돈의 액수가 달라진다. 수출 무역은 물류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개성공단)에서 만들어서 바로 인천에 보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침 김정은 시대에 개성공단 같은 것은 22개 미리 찍어 놓았다. 해안선 쪽으로. 경의선, 동해선 지나가는 철길 주변, 압록강, 두만강 쪽. 거기 들어가면 북한 주민은 그만큼 월급 받아서 좋고, 우리는 원가가 싼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경쟁력을 키워서 다시 중소기업이 한국 무역의 중추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미래를 위해서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만 6~7장이다. 2017년까지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국이 그동안 악마화 시켜왔던 북한, 미국이 입만 벌리면 미 제국주의 타도를 주장한 북한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한 번 왔다가 지나가는 현상은 아니다"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를 위해 작심하고 비핵화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사에 훌륭한 업적을 낸 대통령이 되고 싶고, 노벨상도 받고 싶다는 야심 때문에 김정은과 빅딜을 하려고 한다. 이게 추세다. 북미 간 대사관계까지 수립된다고 하면 동북아시아의 정치질서 판이 바뀐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 같이 말한 후 "적대관계는 못한다. 그러면 군대는 어디에 쓰느냐. 북한보다는 중국,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키워야 한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시기가 곧 오고 그렇게 되면 분단문화는 옛 얘기가 된다. 분단체제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자세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먼컨슈머에 게재됐습니다.


태그:#정세현, # 북한 ,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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