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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중에서
 

누군가는 시를 통해 부끄러움을 고백하지만 누군가는 부끄러움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히라누마 도오쥬' 윤동주는 부끄러운 자신의 이름에 고개를 숙인다. 배움의 길을 가야했기에 조국을 짓밟은 일본의 이름. 1942년 창씨개명으로 부끄러운 이름을 가져야만 했다. 그런 청년 윤동주의 고뇌를 다룬 공연 <동주-찰나와 억겁>은 보는 내내 내 자신의 부끄러움을 찾게 했다. 동주를 보러 간 공연에서 어느덧 나를 찾게 된다.

 
'동주- 찰나와 억겁'  윤동주 시인의 시로 만들어진 낭송음악극이다.
▲ "동주- 찰나와 억겁"  윤동주 시인의 시로 만들어진 낭송음악극이다.
ⓒ 극단 서울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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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부터 대학로 SH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동주- 찰나와 억겁'(이하 동주)은 조금 색다른 공연으로 회자됐다. 음악극 '햄릿 아바따'에 이어 낭송음악극이라는 다소 생소한 극형식에다 인터렉티브 테크롤러지(interactive technology)를 무대 위에서 구현해낸 극단 서울공장의 작품이다. 시낭송이 공연문화 안으로 활발하게 발을 들이고 있는 만큼 보다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낭송과 음악을 접목시킨 '동주'는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3D 아바타가 화면에 구현되는 위치추적기반 인터렉션 영상으로 그 효과를 배가시켰다.

우리나라 사람이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시와 낭송, 음악 등 아날로그 감성에 인터렉션 영상과 음향 등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동주'는 자연스럽게 시인 윤동주의 고뇌 속으로 들어가도록 돕는다. 2018년 융복합 무대기술을 활용한 공연예술 Art & Technology 지원사업 선정작 다운 공연이다.

극은 처음부터 동주로 출발하지는 않는다. 삶이 고단한 청년의 짜증스러운 절규로부터 시작되는 극은 정령이거나 요정 같은 또는 모든 걸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우물의 여인의 속삭임을 통해 '자화상'의 시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과거로 거슬러가 시인 윤동주가 된다. 친구들과 천진하게 놀던 어린 시절의 동주에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청년 동주, 그리고 창씨개명을 해야 했던 자신의 부끄러움에 괴로워하고, 시 '참회록'으로 부끄러움을 성찰한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극은 취업과 경제적 빈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젊은이들은 불안한 미래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임을. 시를 쓰고자 했던 동주가 전쟁과 식민지 치하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배반하는 창씨개명을 했다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죽는 날까지 가지고 있었듯이,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본의 속성 안에서 포박된 젊음 때문에 자신이 한없이 괴로운 존재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기 때문에 동주는 영원히 기억되는 시인으로, 젊은이들은 다시 일어서서 미래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

'동주'를 연출한 임형택 연출은 "시를 쉽게 쓰는 것조차 부끄럽게 여기고 창씨개명한 후 시 '참회록'을 써서 억겁의 참회를 한 순결한 예술가 윤동주를 통해 부끄러움의 성찰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에 순결한 영혼의 예술가가 주는 메시지같은 연극이라고 말했다.
  
동주-찰나와 억겁  삶이 고단한 청년의 짜증스러운 절규로부터 시작되는 극은 정령이거나 요정 같은 또는 모든 걸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우물의 여인의 속삭임을 통해 ‘자화상’의 시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과거로 거슬러가 동주가 된다. 친구들과 천진하게 놀던 어린 시절의 동주에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청년 동주, 그리고 창씨개명을 해야 했던 자신의 부끄러움에 괴로워하고 시 ‘참회록’으로 부끄러움을 성찰한다.
▲ 동주-찰나와 억겁  삶이 고단한 청년의 짜증스러운 절규로부터 시작되는 극은 정령이거나 요정 같은 또는 모든 걸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우물의 여인의 속삭임을 통해 ‘자화상’의 시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과거로 거슬러가 동주가 된다. 친구들과 천진하게 놀던 어린 시절의 동주에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청년 동주, 그리고 창씨개명을 해야 했던 자신의 부끄러움에 괴로워하고 시 ‘참회록’으로 부끄러움을 성찰한다.
ⓒ 극단 서울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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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에서 빛나는 것은 부끄러움의 성찰만이 아니었다. 윤동주의 동시 <병아리>, <반딧불>, <봄>, <가을밤> 등이 쓰여 지는 시작(詩作) 과정을 재미있게 구성해 보여주는데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쓰고 읽히는 과정을 통해 시 쓰기를 배우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동주역을 맡은 배우 추헌엽씨는 싱크로율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윤동주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냈다. 아이들과 놀며 동시 짓는 동주의 천진난만함부터 자신의 부끄러움에 괴로워하는 청년 동주의 모습까지 그 자체 그대로 윤동주다.

동주의 고뇌를 어루만지는 우물의 여인으로 분한 배우 이선씨는 안젤리나 졸리 등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탑클라스 성우임을 낭송음악극을 통해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녀가 낭송하는 동주의 시를 듣다보면 시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윤동주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하다.

낭송음악극 '동주'는 주연극 배우들만이 이끌어가는 무대가 아니다. 대학로에서 선 굵은 연기자로 자리매김 중인 김충근, 이미숙 배우, 아이들로 분한 구정은, 김단아, 김예은 배우는 시종일관 활력 있게 무대를 채워나갔다.

이 공연에서 가장 뜨거운 박수를 주고 싶은 것은 음악이다. 대부분 연극에서 음악은 MR로 대신한다. 하지만 '동주'의 음악은 100% 라이브로 진행된다. 작은 소리 하나에서부터 극에 긴장감을 주는 효과음까지 기타와 피아노 두 악기로만 표현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최고다.

어떤 관객은 녹음한 MR을 튼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1시간여 동안 시노래 반주에서 시낭송 음악 그리고 크고 작은 효과음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 사람은 기타리스트이자 음악감독인 윤경로씨다. 시낭송 음악과 시노래를 모두 작곡했고 매 공연 무대 장막 뒤에서 연주를 해낸다. 피아노의 이성영씨와 함께. 윤경로씨는 동요 '반달'을 작곡한 윤극영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  
 
동주 -찰나와 억겁  동주가 전쟁과 식민지 치하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배반하는 창씨개명을 했다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죽는 날까지 가지고 있었듯이,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본의 속성 안에서 포박된 젊음 때문에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괴로워한다.
▲ 동주 -찰나와 억겁  동주가 전쟁과 식민지 치하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배반하는 창씨개명을 했다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죽는 날까지 가지고 있었듯이,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본의 속성 안에서 포박된 젊음 때문에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괴로워한다.
ⓒ 극단 서울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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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빼앗겼던 한민족이 주권 회복을 위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온 몸으로 저항했던 만세운동. 거리에 나오기까지 사람들은 부끄러웠을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 그리고 나라를 지키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그에 대한 자각과 성찰이 목숨을 걸고 일제에 맞서게 했을 것이다.

'1942년 동주는 창씨개명을 한다. '히라누마 도오쥬' 일본 유학을 수월히 하려는 집안어른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기에...,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에 동주는 시를 남긴다. 이 땅에서 몸으로 쓴 마지막 시 <참회록> 일 년 후 동주는 독립운동 죄목으로 일경에게 체포당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 윤동주. 동주는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짧은 생을 마감 한다. 반년 뒤 일본은 패망하고 해방이 온다.'

부끄러움을 알았기에 스스로 <참회록>을 쓰고 저항의 끈을 잡았다가 스물아홉으로 삶을 마감했던 윤동주 시인. 그를 더욱 그립게 하고 현재를 사는 나의 부끄러움을 돌아보게 하는 낭송음악극 <동주-찰나와 억겁>은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꼭 봤으면 하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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