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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정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의 친서를 받았다. 다시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어온다. 그런데 한반도에 불어오는 바람은 평화만 실어오지 않는다. 한반도 북쪽이 개방되는 만큼 북한이라는 노다지를 차지하려는 다양한 정치집단과 경제집단들의 로비도 함께 가해진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지 러시아의 개혁개방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소련의 마지막 서기장이자 초대 대통령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개방)와 글라스노스트(개혁)를 표방하며 몰락해가는 소련의 정치/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했다. 1990년 제임스 토빈, 프랑코 모딜리아니, 로버트 솔로, 윌리엄 비크리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4명을 포함한 서방 경제학자 서른 명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소련 경제개방 정책에 관한 공개서한을 보냈다. 소련의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시장경제로 개방하되 토지 및 천연자원은 사유화하지 않고 국가가 소유하며 민간에게 임대하는 방식을 취하라는 권고였다.

공개서한의 일부를 인용한다.
 
토지 지대는 개인이 아닌 정부의 수입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경제 선진국 정부도 지대를 세금으로 징수하기는 하지만 지대의 일부에 국한되어 있으며, 그 때문에 경제를 저해하는 다른 세금―예를 들면 소득, 유통, 자본에 대한 세금을 많이 징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토지와 천연자원의 지대를 사회에 환수하는 제도는 세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자연이 인류에게 부여한 것을 일부 국민이 부당하게 많이 차지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둘째로, 자본형성과 생산 의욕을 억제하거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가운데, 사회에 유익한 정부활동에 필요한 수입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유틸리티(전기, 수도 등)의 서비스가 규모의 경제를 갖출 경우, 유틸리티의 요금을 적정하게 책정하여 그 효율적인 사용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김윤상, 알기 쉬운 토지공개념, 199쪽)
 
고르바초프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는 인간이 만들지 않았으며, 만들 수도 없는 토지와 천연자원은 정부가 소유하며 토지와 천연자원에 대한 사용료를 정부 재정수입으로 삼는 공공토지임대제 방식을 취할 때 세 가지 장점을 꼽는다.

첫째, 토지 및 천연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공공재정으로 사용하거나 기본소득으로 배분하여 분배의 형평성을 높인다. 둘째,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 개인의 노력에 부과하는 세금을 덜 거두거나 거두지 않기에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셋째, 정부가 사회기반시설을 설치해 상승한 토지가치를 환수하여 공공서비스 공급 비용으로 충당하면 공공서비스의 효율적인 사용을 촉진하고 해당 지역의 토지임대가치가 높아지는 선순환을 이룬다.

고르바초프에게 보낸 서한에 담긴 토지와 천연자원 사용 방식은 현재 미국 알래스카주가 석유채굴권을 민간석유회사에 임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소련 내부의 정치적 불안으로 소비에트 연합은 붕괴되었으며,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신자유주의 방식을 이식하려는 IMF와 세계은행 등의 압력에 못 이겨 무제한적인 사유화와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공개서한의 권고 내용과 반대였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무제한적인 경제개방을 추진했을 때 나타났던 결과는 참담했다.
 
1994년 6월에 바우처 사유화가 마무리되었을 때, 러시아 공업의 가치 총액은 120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 "석유와 천연가스와 일부 운수업과 대부분의 제조업을 포함하는 러시아아 공업의 전체 자산가치가 일개 기업 켈로그에도 못 미친다는 말인가?(추이즈위안, 프티부르주아 사회주의 선언, 33쪽)
 
무제한적 시장경제로의 개방을 선택했던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자원과 러시아 국영기업의 자산 가치가 미국의 일개 기업 켈로그의 주식가치만도 못한 수준으로 헐값으로 넘겨져 러시아 과두재벌 올리가르히들이 형성되었다. 고르바초프에게 보낸 공개서한의 수준에는 현저히 미치지는 못하지만 토지는 여전히 국가 소유로 둔 채 개혁개방을 펼쳤던 중국은 짧은 시간 안에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되었다.

한때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러시아는 왜 중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나? 독점과 특혜를 통해 자본을 형성한 기업은 혁신이 어렵다. 러시아가 공산주의 계획경제를 버리고 글로벌 자유시장 경제로 편입되었지만 두드러진 혁신기업이 나오지 못하고 세계 경제의 상위권에 머물지 못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경쟁에 기초한 시장경제가 아닌 토지와 천연자원의 독점에 기초한 반시장적 자본주의 체제로 글로벌 시장경제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미 미국 최대 곡물회사와 다국적 광물회사가 방북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글로벌기업들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무제한적 시장개방과 사유화에 대한 압박을 가할 것이다. 북한이 서방의 경제학자들이 고르바초프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참고하여 러시아의 개혁개방 사례를 반면교사 삼는다면 북한은 효율적인 성장과 평등한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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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불로소득 없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희년함께 상임대표 겸 토지정의센터장/ 주거중립성 연구소 수처작주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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