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결과에 답답한 수색작업 '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인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인 2014년 4월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한 종합편성채널과 인터뷰를 하며 해양경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홍가혜(30)씨에 대해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홍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9일 오후 조선닷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월호 참사 때 '해경 명예훼손' 홍가혜씨, 무죄 확정>이란 기사의 서두다. 이례적이라고 할까. 신속한 보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디지틀 조선일보는 정작 홍가혜씨와 관련해 자신들이 최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받은 판결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앞서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민사201단독)은 홍씨가 디지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해경의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공익적 사안보다는 공인이 아닌 일반인 잠수지원 자원활동가였던 홍씨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며 "디지틀 조선일보가 홍씨에게 6천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디지틀 조선일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MBN과의 인터뷰로 해경의 명예훼손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던 홍씨에 대해 '허언증 환자', '유명 운동선수의 애인 행세를 하고 다닌다'와 같은 스포츠월드 김아무개 기자의 주장을 인용, 무려 27건에 달하는 기사를 유포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해당 기사가 공인이 아닌 원고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시키고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일반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기사화함에 있어서 그 내용의 진실 여부를 미리 조사, 점검해야 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기본적 책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반인이 거대 언론사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에서 6천만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이끌어낸 일은 흔치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대상은 '1등 신문' 디지틀 조선일보다. 판결 내용을 봤을 때, 재판부도 보도의 심각성에 공감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이에 침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엄청난 양의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한 홍가혜씨의 심정은 어땠을까.
 
"조선일보 조중동은 (사과) 절대 없었고요" 
 
 홍가혜 씨는 지난 6월 제주에 정착하여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홍가혜씨 ⓒ 홍가혜(페이스북)


"사실 진짜 정말 많이 씁쓸하더라고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것은 그거거든요. (피해자들에게) 주변에서 어떤 위로를 한다고 하더라도 잘못한 사람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지 그 피해나 마음이 치유가 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좀 그렇습니다."
 
29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한 홍씨는 "당시에 홍가혜씨 관련된 기사를 엄청나게 쏟아냈던 언론들이 승소하니까 기사를 많이는 안 쓰는 것 같더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홍씨는 "거의 다 안 쓰던데요"라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좀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한 것 같다. 이런 식의 어떤 반응은 혹시 없었나"라는 질문에도 홍씨는 "조선일보 조중동은 절대 없었고"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흔치 않은 소송에서 승리를 거둔 홍가혜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장장 5년 동안 <조선일보>와 같은 거대 언론사들이 보여준 행태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사실 일반인이 권력이랑 돈을 가진 어떤 그런 기관, 언론기관과 싸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법정에 나와서도 재판을 받으면서도 전혀 뉘우치지 않는 모습, 그리고 여전히 저에 대한 어떤 기사가 나오면 옛날 그런 사생활 기사들을, 거짓 기사들을 계속 어뷰징해서 내는 모습에 정말 (소송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생각하면 아무 상관없지만, 그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모두를 위해서는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상액은 <조선일보>가 가장 많지만, 법원은 연이어 홍씨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씨의 명예훼손 민사소송과 관련, 피고 세계일보와 스포츠월드에 각 500만 원, 스포츠월드 기자 김아무개에게 1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또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2014년 4월 18일 세월호 참사 당시 홍씨가 MBN과 한 인터뷰에서 "해경 측이 민간잠수부들의 투입을 막을 뿐 지원을 전혀 해주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관련, 해양경찰청장 김석균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된 사건에 대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1⋅2심의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조선일보 판결을 포함, 세 건 모두 세월호 참사 관련 언론사에 남을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방송에서 홍씨는 이번 판결 이후에도 민사 소송 외에 형사처벌을 위한 소송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같이, 저를 구속시키는 데 일조한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일단 지금은 김아무개 기자만 한 상태고요. 형사 고소에서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경찰에 송치해서 지금 조사 계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이제 그 사람들의 악행, 진실들을 하나씩 하나씩 다 밝혀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만 일단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계획을 자세하게 밝혀버리면 머리 써서 대응 대비를 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일단 무죄 확정난 것에 대해서 형사보상금을 신청했습니다. 무죄 판결난 피해자 즉, 억울한 옥살이 한 사람에게 하루당 얼마 이렇게 보상하는 게 있나 보더라고요. 일단 저를 이렇게 만든 이들이 합당한 죗값을 받게 하는 게 저의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조선일보는 과연 사과할까 
 
 아직까지 조선닷컴에 남아 있는 홍가혜씨 관련 기사

아직까지 조선닷컴에 남아 있는 홍가혜씨 관련 기사 ⓒ 조선닷컴


"사실 조선일보 측은 저에게 500만 원에 합의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고 황유미씨가 떠오르더라고요. 500만 원... 그들은 사람의 목숨 값이 500만 원일까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결국 일반인이 언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고 금액인 6천만  원이 판결되었네요. 위 금액을 2014년부터 지급할 때까지 이자도 차곡차곡. 조선일보가 항소해도 이자 차곡차곡 쌓인다는 뜻입니다."
 
지난 25일 판결 이후 홍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심경 중 일부다. 24일 판결 이후 이 소송과 관련된 그 어떤 기사도 싣지 않은 <조선일보>. 홍씨는 그러나 <조선일보>가 소송 전후 500만 원에 합의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500만 원의 무게가 참으로 무겁고도 가볍게 다가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홍씨는 같은 글에서 재판 당시 판사 앞에서 했다는 자신의 답변을 올려 놓기도 했다. 이 소송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정이란 서로 조건을 조율하여 적당한 선에서 화해하는 합의 아니냐. 이들이 사과 할 것 같으시냐. 이 법정에서도 판사님 앞에서 다리 꼬고 턱 괴고 있는 조선일보 측 변호사님을 보시라. 변호인이 무엇인가, 의뢰인을 대신하는 것 아니냐. 제가 오죽했으면 핏덩이 갓난아기를 이곳에 데려왔겠는가. 이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오열하는 어미 앞에서도 저런 모습을 보인다. 바로 이 태도가 그들(조선일보)의 태도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여전히 '사과' 한 줄 게재하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치 남의 일인 양, <세월호 참사 때 '해경 명예훼손' 홍가혜씨, 무죄 확정>이란 기사를 버젓이 게재했을 뿐이다. 반면 아직도 조선닷컴에서는 여전히 <'가짜 잠수부' 홍가혜 불러 토론회 여는 野>(2015년 4월)와 같이 홍씨를 공격했던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언론사로서 정확한 사실 확인 하에 보도 대상자의 명예권과 인격권을 존중하면서 보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배하여 작성된 잘못된 기사로 홍가혜씨와 홍가혜씨의 가족들에게 큰 피해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중략).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구조 촉구 인터뷰를 한 홍가혜씨에 대한 가십성 보도를 통해 재난보도준칙을 어긴 점에 대해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가족 여러분과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한다."

지난 2017년 9월 <스포츠서울>이 <홍가혜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는 제목으로 게재한 사과문 중 일부다. <스포츠서울>은 <조선일보>와 달리 홍씨 관련 보도를 오보로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과연 <조선일보>에서 이러한 사과문을 볼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 시대의 포문을 알린 홍가혜씨 보도가 5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사법적인 판단으로 정정되는 일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조선일보>에게 내려진 6천만 원이란 보상액 역시 기억할 만하다.
 
하지만 참사 당시 홍씨에게 가해진 언론의 맹폭과 달리 민사 소송 판결과 관련된 기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홍씨의 명예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그가 판사 앞에서 했다는 아래 발언 역시 이 같은 심경을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홍씨의 법정 투쟁이 계속돼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제가 당시 세월호 현장에서 해경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고 제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무죄를 받았을 때, 기쁘지 않고 화가 치밀었던 것은, 이미 이들의 목적은 달성되었을 거란 생각 때문이였다.
 
제가 당한 언론 폭력사건은 단순히 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염원을 대놓고 무시하고 모욕하며 짓밟고 거짓으로 덮은 사건이다. 오직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시라. 금액은 얼마건 상관없다. 그게 진정한 저의 명예회복이다."
홍가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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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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