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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내면의 독창성을 발휘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에도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매우 천재적이라서 일반인과는 다르고, 외골수적으로 한 일에만 몰두하며, 처음부터 의심없이 일에 착수하여 완벽한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수도 없고 참고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고정관념이다.

한 가지 일만 해내서 성공한 사람의 일화나,  특정 분야가 자신의 천직이라 믿고 노력을 올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런 고정관념을 강화시켜 준다. 우리는 이런 고정관념에 따라 스스로를 검열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독창적인 천재들도 위대한 업적 앞에서 망설였고,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책이 있다.
 
오리지널스
 오리지널스
ⓒ 애덤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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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오리지널스'의 오리지널은 "유일한, 독특한 특성을 가진 것. 호소력이나 독특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되는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즉 이 책은 남과 다른 독창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인 애덤 그랜트는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독창성으로 유명한 위인들 역시 삶의 위대한 업적 앞에서 주저하는 일이 많았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연구 내용의 출간을 꺼려서 22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참다 못한 주변 사람들이 강하게 출간을 권했기 때문에 연구 내용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민권 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버스 탑승 거부운동의 리더였다. 그러나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면 목회 일에 집중하기 위해 직책을 맡는 것을 고사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훗날 회고했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휴렛팩커드에 뼈를 묻을 생각이었기에 엔젤 투자자의 투자 제안을 받고도 퇴사를 원하지 않았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를 그리는 데 시큰둥했다.

또한 책은 성공한 사람들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듯이 한 분야에서 위험을 감수하면, 다른 분야에서 신중하게 처신함으로써 위험을 상쇄시켜 전체적인 위험 수준을 관리한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통념과 달리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은 직장을 관둔 창업가들보다 실패할 확률이 33% 낮았다. 피에르 오미디야르는 이베이를 창업하고도 계속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팔고 1년이 지나서야 학업을 중단했다.
 
 그들 또한 두려움과 우유부단함과 회의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여기지만, 그들도 다른 사람들이 부추겨서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따금 다른 사람들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 -44P
 
즉, 책은 독창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이 삶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위험한 일에 도박적으로 뛰어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독창성은 고정불변의 기질이 아닌 자유로운 선택이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더 나은 것에 대한 생각을 그치지 않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다.

흥미로운 실험 하나

저자는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소개한다. 정치심리학자 존 조스트는 사람들이 주어진 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살폈다. 조사 결과 유럽계 미국인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덜 만족하면서도 경제적 불평등을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높았다. 최고소득 계층에 속한 사람들보다 최저소득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경제적 불평등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는 확률이 17퍼센트 더 높았다.
 
 사회적 취약 계층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계층보다 현상 유지를 더 지지한다는 결과를 얻은 조스트와 그의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주어진 여건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이 그 여건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장을 내밀고 바꾸려고 할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모순된 결과를 얻었다." -27P
 
이는 사람들이 현상 유지를 합법적이라고 합리화하도록 동기부여되기 때문인데, 합리화가 자신이나 자신의 집단의 이익에 반할 경우에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기존의 체제를 정당화하면 고통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을 따르기만 하면 도덕적인 분노도 없어지고, 창의적인 의지도 박탈당하게 된다. 때문에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이를 종합하면,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기존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위험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할 일을 전략적으로 미루어서 다채로운 사고를 준비하고, 동료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구하며, 창출하는 아이디어의 수를 늘릴 것을 권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업가들의 다양한 일화를 책에 정리해 두었다. 한 사람의 우군만 있어도 행동하려는 의지가 강해진다는 사실과 나서지 않으면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지침도 제안한다.

책은 독창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내적으로 겪는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겪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들도 두려움과 회의를 느낀다. 그렇지만 그들은 용기를 얻어 나아갔고, 결국 독창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한다.

독창적인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끈다. 사람이라면 자신도 독창적인 업적을 세우고 싶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독창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반갑게 다가갈 것이다. 또한 저자는 '비즈니스위크'에서 대학생이 선호하는 교수로 꼽혔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면 대학생이 아닌 사람들도 선호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흥미롭다.

저자가 심리학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관련된 테스트를 독자들에게 시도하는 부분이 있어 읽으면서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인상이 들기도 한다. 책을 쓴 사람이 책을 쓰고 예상 독자와 대화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독서 자체가 상쾌한 책이다.

오리지널스 (예스 리커버 특별판)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한국경제신문(2016)


태그:#독창성, #창의성, #창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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