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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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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뇌병변에 의한 1급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입니다. 아이는 태어난 지 8개월 때부터 주말을 제외한 거의 매일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완치에 대한 희망은 희미해졌지만, 최소한 앉고, 걷고, 밥을 먹는 것 정도만이라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를 희망하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치료 중인 B재활병원이 1월 27일부터 50일간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비용을 부당청구했다 적발되어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장애 있는 아이를 위한 재활 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매우 적다 보니 치료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로 대기자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도 재활 치료를 위한 진단을 받는 데만 2개월 걸렸고 당시 세브란스병원에서는 1개월 이상 치료를 하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 대기를 걸어 놓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던 중 경기도 화성에 있는 B재활병원에서 어린이 재활 치료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화로 문의해 보니 계속 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1개월 후부터 바로 재활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 진료를 위해 우리 가족은 10년이나 살았던 정든 지역을 떠나 이사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B재활병원도 어린이 재활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기자가 많습니다. 지금 신청하면 2년 뒤에나 치료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픈 아이들에 비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희귀한 어린이재활과 운영하는 병원의 특수성 살폈어야

건강보험료를 부당청구한 병원에 징계를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 징계가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고통이라면 어찌해야 할까요. 명단이 공개된 부정수급 의료기관이 30여 개인데 의원급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한의원이나 치과 같은 개인 의원이야 입원 환자도 없고 주변에 다른 병원도 있으니 영업정지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은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중증 장애어린이들은 도대체 어디 가서 치료받으라는 것입니까? 대책도 없이 행정처분 내린 보건복지부에 화가 날 뿐입니다.

우리 아이는 올해 만 네 살이 되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치료 시간 내내 너무 울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날이 많았으나 이제는 울지도 않고 치료에 잘 집중해 칭찬도 많이 받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급변해 버렸습니다. 치료사 선생님들도 한 달씩 쉬게 되면 이전에 받았던 치료 기억이 사라져 퇴화할 수 있다고 무척 걱정합니다.

부정을 저지른 의료기관은 징계받는 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희귀한 어린이재활과를 운영하는 병원의 특수성을 살폈어야 했습니다. 의료법인인 만큼 영업정지 아닌 부정 청구된 보험료를 회수하고 이를 지시한 병원 관계자에 대한 고발조치 같은 징계를 하고, 병원이 치료를 중단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치료를 중단한 30여 명의 아이는 걷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는 장애아이들입니다. 열심히 재활 치료받으면 누워 있던 아이는 앉게 되고, 앉게 된 아이는 일어서게 되고, 일어선 아이는 걷게 될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생업도 포기하고 아이 치료에 전념하는 애타는 부모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어린이 재활병원이 하루빨리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태그:#어린이재활병원, #영업정지, #의료보험부당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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