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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 곽노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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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제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2018년 12월엔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농성을 진행했다. 이후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를 적극 검토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1월이 다 지나도록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않고 지역구 200석과 비례대표 100석으로 구성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당론조차 밝히지 않았다. 

최근 국회 개혁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곽노현 전 서울 교육감을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났다. 곽 전 교육감에게 선거 제도 개편 등 국회 개혁 문제와 사법농단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이후인 24일, 추가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다음은 곽 전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요즘 국회 개혁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지금 촛불정신이 죽었나요, 살았나요? 그동안 개혁입법안이 단 하나라도 통과된 게 있었나요? 국정원법이 통과됐습니까, 검찰 관계법이 통과됐습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게 안 된 이유가 국회에 있어요.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심은 압도적으로 여대야소였잖아요. 그런데 국회에서는 여소야대 상황이 계속 되어왔지요. 이런 구조 속에서 촛불 민심이 요구했던 개혁 입법과 개헌이 번번이 좌초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국회의 이런 특징들, 소위 '특권 국회, 비리 국회, 무능 국회, 방탄 국회' 현상들을 바로잡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국회 개혁을 위해서 제2의 촛불이라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 개혁을 하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가 완전히 저당 잡히겠다고 느낀 거죠. 국회 개혁은 크게 국회 구성개혁과 국회 운영개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선거제도개혁이 전자라면 의원들의 갖가지 특권을 없애는 것은 후자입니다."

- 대통령이 탄핵됐는데 당시 여당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문제 같아요.
"의회제 정부와 달리 대통령제 정부의 특징은 대통령과 국회를 별도의 선거로 뽑아 서로 견제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이 탄핵돼도 국회를 자동 해산하는 장치를 두고 있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탄핵 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은 기적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반드시 탄핵 수준의 국민 심판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한테는 그 선거가 2018년 6월의 지방선거였어요. 박근혜 정부의 집권여당에 대한 가차 없는 심판이 탄핵 후 1년 반도 안 된 시점에서 확실하게 이루어진 겁니다."

- 그러나 국회는 그대로입니다.
"맞아요. 국회는 임기 때문에 그대로죠. 그건 국회해산이 불가능한 대통령제 권력 구조의 한계 같은 건데요. 이를테면 만약 개헌할 때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에 60일 이내에 국회가 해산되고 국회의원 총선을 실시한다'고 규정하면 확실한 심판을 받겠죠. 그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 이상은 지금처럼 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헌법에 따라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되어 있잖아요. 만약 위에서 말씀드린 개헌까지 진행된다면,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선거도 하게 되죠. 이렇게 하면 탄핵해도 국회의원 선거 주기와 대통령 선거 주기를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대통령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지적하신 것처럼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국회도 임기가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대통령 선거 주기와 국회의원 선거 주기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말씀드린 건데요. 이것을 조금 더 확장한다면 이렇게 됩니다. 현재의 대통령 임기는 17년에 시작했으니, 22년까지 이어집니다. 만약 4년 중임제로 바꾼다면 대선이 있는 해는 22년 26년 30년 34년, 이렇게 갑니다.

반면, 국회의원 임기는 16년부터 시작했습니다. 16, 20, 24, 28, 32년 순으로 갑니다. 총선이 언제나 대통령 임기 한 가운데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이건 대통령 정부에 너무나 큰 부담입니다. 대통령제 아래서는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절반의 국회의원을 뽑고, 임기 중간에 나머지 절반을 뽑는 게 바람직해요. 동시선거로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주고 중간선거로는 심판을 도모하는 거죠."

-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해 얘기가 많은데, 현재까지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연동형 선거제도로 바꾸는 게 정치개혁, 특히 국회 구성개혁의 관건이잖아요. 한국당은 의원정수를 확대하면 안 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반대 의사도 함께 밝힌 셈이고요. 민주당은 그간 연동형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가 지난 21일 '의원정수 확대 불가'를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1로 하겠다는 건, 지역구 의석을 53석이나 줄이겠다는 겁니다. 이건 연동형을 안 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습니다.

현행 승자독식 시스템의 수혜자이자 기득권자는 거대양당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거대양당 중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의 확실한 포기를 선언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서 민심의 확고한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그 힘으로 남아있는 정당들을 압박하지 않으면 거대양당 시스템을 포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은 그동안 바로 이 지점에서 계속 흔들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준 연동형, 복합연동형, 보정연동형, 여러 가지 수사가 붙은 물타기 연동형을 '한국형 연동형'이라며 계속 주장해왔거든요. 모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당리당략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한 한국당과 오십보백보 차이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이 의원 수 확대 반대? '무능 국회'에선 안 된다는 의미"

- 의원정수 확대는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 부분을 굉장히 잘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바본가요? 우리 국민이 2016년 총선에서 황금분할로 4당 체제를 만들어준 국민이에요. 2016년 겨울 내내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가운데 촛불혁명을 벌인 국민입니다.

우리 국민이 의원정수 확대 반대합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80~90%가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건 당연히 '현재 상황이 계속되는 이상' 반대한다는 뜻 아니겠어요? 그 속뜻을 잘 읽어야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복기하면서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민심을 갖고 노는 거지 민심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현재 민심의 80~90%가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합니다. 당연한 겁니다. 지금 국회 신뢰도가 국가와 사회기관 중 최하위입니다. 부끄러워서 얼굴 들고 다닐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자진 해산을 하든지 파격적인 자구책을 강구해야 해요. 어떻게 하면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지, 국민이 정말 원하는 국회의원은 무엇인지 등 하나하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안심하시라'고 보여줘야 합니다.

그 내용의 첫 번째는 의원 특권 해소입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말하면 보통 의원 세비와 보좌관 수를 이야기 하는데요, 이걸 절반으로 잘라야 합니다. 절반으로 자르고 나면 똑같은 예산으로도 훨씬 더 많이 국회의원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 많아지면 일하는 국회의원도 많아질 것이고 행정부를 감독하는 게 용이해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을 닮은 국회가 가능해요.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원 늘리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아요. 그런데 지금의 '무능 국회 비리 국회 특권 국회' 상태에선 단 한 명도 늘려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방책을 다 내놓고서 여론조사 해보면 다를 겁니다. 우리 국민들 그렇게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 '세비를 줄이면 돈 많은 사람만 정치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세비를 최저임금으로 줄이자는 방안은 맞지 않고요. 국회의원이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잖아요. 거기에 걸맞은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원들은 '국민 밉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의원 수를 줄이면, 의원 개개인의 권력과 희소성이 더 커져서 더 무섭고, 더 높고, 더 큰 존재가 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압니다.

국회의원을 작은 존재로 만들려면 쪽 수를 늘려야 합니다. 국회의원을 작은 존재로 만들고 싶어요? 그럼 정원을 확대하면 됩니다. 세비와 보좌관을 반으로 줄이면 돼요. 반으로 줄여도 연 7천만~8천만 원 받게 되고요, 보좌관도 4, 5명 남아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거 공영제를 하되 유세차, 문자 폭탄 등 선거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을 다 없애야죠. 그런 다음에 공동선과 공익, 공공재를 위해 봉사할 사람들이 훨씬 자유롭게 출마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잖아요. 대통령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안 맞는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다당제로 가기가 쉽고, 다당제를 하면 집권여당이 과반수 획득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정치 연합이 이루어집니다. 대통령은 승자 1인의 독식 제도인데, 정치연합과 어떻게 맞아떨어지겠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런데 대통령 밑에 내각이 있어서, 각료를 나눠 갖게 하면 이 문제는 해결됩니다. 국민 직선 대통령은 어느 나라건 상관없이 가장 큰 권력을 갖는 법이지요.

아무리 권력을 분산시켜도 (대통령이) 여전히 큰 권력을 갖게 되어 있어서 그런지, 여론 조사해봐도 '대통령제하고 맞지 않아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많지 않습니다. 가장 크게 반대하는 이유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도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가 약해서 정당 보스들의 공천권만 강화될 것이고, 다양성이 늘어나지 않아 결국 소수의 엘리트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죠. 

실은 우리나라 국민 중 여소야대 국회를 바람직하게 보는 사람이 과반수예요. 왜냐하면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국회까지 여대야소면 대통령이 날아다니고 국회는 청와대의 출장소로 전락하기 때문이지요. 우리 국민은 이런 현상을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라는 것이 대통령 권력의 전횡을 방지하는 데 좋다고 생각해요."

-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내각제로 가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제를 해야만 분단 구조와 재벌체제 속에서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개혁을 빠른 속도로 성취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직선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겁니다. 대신, 우리 국민은 직선 대통령제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권력의 집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이명박-박근혜 때도 다 본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대통령제는 하되, 더 이상의 권력집중이 안 일어나도록 여소야대 국회, 연동형 국회, 다당제 국회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도 정치인과 국민의 선호가 다른데요. 여야 정치인들 중에서는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길을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반면, 권력 구조 촉진 효과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한다는 국민은 적습니다."

"사법농단의 뿌리는 제왕적 대법원장제"

- 사법농단 문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습니다. 사법농단 수사, 어떻게 보고 계세요?
"(법원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고 판사 블랙리스트에 따라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유형의 사법농단이 일어난 건 틀림 없어요. 사건의 주체가 진실을 밝힌다면 얘기가 달라질텐데, 한사코 덮으려 해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기자회견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은 여기까지 온 것도 일부 판사들이 고비 고비마다 일종의 양심선언이나 예리한 논평을 하고, 전국법관회의가 어느정도 이를 받아 힘을 실어준 덕분이지요.

이만큼 얼개가 드러났으면 국회에서 관련 판사들을 탄핵하는 방식이 먼저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민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게 여기고, 헌재 결정을 자신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어요. 설령 탄핵 경로를 밟더라도 총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겁니다. 어떤 경우에도 사법농단의 총체적 진실을 속속들이 알아야 합니다."

- 사법농단 문제를 다루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곽 전 교육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왕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저지른 사법농단 사태가 법원 전체의 문제로 비화돼, 국민들이 일반 법원의 재판 결과마저 불신하는 비상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재판부 도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둘째는 일반 법원이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들의 불법 비위 사실을 재판할 때 불가피하게 발생할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서도 특별재판부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에 특별재판부 설치 입법을 호소해서 사법농단 사태를 다스렸다면 좋았을 거 같아요.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특별검찰과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서 사법농단 사건을 신속하게 일괄 처리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 와서는 그렇게 할 동력이 이미 사라진 거 아닌가 싶어 걱정됩니다."

- 사법농단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뭐라고 보세요?
"사법농단의 뿌리를 봐야죠. 사법농단의 뿌리는 제왕적 대법원장제입니다. 사법농단의 실체를 규명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일과 함께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축소하고 정상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대법원장은 두 개의 모자를 써왔는데요. 하나는 법관 인사권 등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사법행정권자의 모자고요. 다른 하나는 대법원 전원회의체와 대법관회의를 주재하는 대법원장의 모자이죠. 이제는 대법원장한테서 사법행정권과 법관인사권을 떼어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과 같은 사법 거래를 없앨 수 있는 첫 번째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해요.

헌법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법률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개헌으로만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없애려면 개헌이 필요하거든요. 이런 부분은 촛불개헌의 무산으로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실은 촛불개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제왕적 대통령뿐 아니라 제왕적 대법원장을 분권하는 겁니다. 촛불개헌이 가로막힌 지금 시점에선 법원 관련 법과 대법원 규칙을 고쳐서 그 취지를 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금의 여소야대 국회에선 한국당의 반대로 어떤 개혁 입법도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 24일 새벽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습니다. 반면, 박병대 대법관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는데요. 어떻게 보셨어요?
"상반된 영장실질심사결과를 접하고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작성한 '탄핵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법원행정처 보직 법관들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동일한 특별재판부가 재판해야 이런 기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로가 공모 관계나 지휘명령 관계로 굴비 두름처럼 엮여 있잖아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 통합진보당 관련 사건 등은 국가적, 정권적 차원의 굵직한 사건입니다. 이를 놓고 정권 측과 모종의 재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만약 대법원장의 지시와 승인이 없었다면 도대체 누가 무엇을 바라고 그런 일을 도모했을까요. 특히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의 오른팔이자 대법관으로서 고도의 사리 분별을 요구받는 자리입니다. 둘이 함께 저지른 일에 대해 대법원장은 구속, 법원행정처장은 불구속이라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나요.

사필귀정이라는 분위기가 강할 뿐, 그(양승태 전 대법원장)를 위한 변론은 들리지 않습니다. 제왕적 권한을 남용한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찍은 셈이지만, 역사가 이렇게 밖에 전진할 수 없는 것인지 다소 우울한 심경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판 거래의 피해자들이 겪은 일을 생각하면, 이 또한 촛불혁명의 성과라는 측면을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집요한 회유를 거부하고 용감하게 양심 선언한 이탄희 판사를 비롯해, 양승태의 구속에 이르는 중요한 고비마다 길라잡이 역할을 한 차성안, 류영재 판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2015년 서영교 의원이 국회 파견 판사에게 지인 아들이 벌금형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1심에서 벌금형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그러나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문제에 대해선 국회가 잠잠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와 달리, 처음으로 국회의원의 재판 관련 청탁 모습과 처리 과정이 드러난 셈입니다.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생각해봤을 때 대통령 권력과 대법원 권력의 유착이나 국회 권력과 대법원 권력의 유착이 똑같이 위험한 거예요.

대법원은 언제나 직제와 예산을 국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회와 재판을 갖고 흥정을 할 여지가 있지요. 국회의원들은 언제나 선거법 문제라든가 기타 법적 분쟁에 언제든지 휘말릴 수 있습니다. 물론 지인들의 송사 문제도 언제나 불거질 수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양대 권력이 야합하고 유착하고 서로 봐주면 그 피해는 헌법과 국민들이 입습니다. 헌법 안에 들어있는 모든 공동선과 신뢰가 침해되지요.

그런데 법과 법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 불신사회가 됩니다. 어떤 사회도 지탱할 수 없게 되죠.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관행의 탈을 쓰고, 특히 법사위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재판 청탁 의혹이) 계속된 부분이 있는 거죠. 우리 국민만 모르는 거예요. 진정한 알권리는 이런 것일텐데 말이죠. 양당이 서로 입을 다물어주는 방식의 짬짜미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 파견 판사제도는 필요한가요?
"사법 관련 입법과 예산, 조직상의 필요 때문에 국회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현직 판사한테 (이런 일을) 맡기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지요. 현직 법관 대신 일반직 법원 공무원에게 맡기면 되는 겁니다. 이 경우 법관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이 국회의원과 특정 사안의 재판을 놓고 흥정을 하진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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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